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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평범함 속 특별함을 담는 시선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29일(화) 08:38

영화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인터뷰 / 사진=명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같은 일상, 같은 사람들이라도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별한 순간과 이야기가 있다. 평범함 속 특별함을 포착한 시선은 그리 호들갑스럽지 않다. 내내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를 바라보지만, 그 끝엔 어쩐지 섬세하고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이동은 감독이다.

이동은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니나 내나'(제작 명필름)는 감독의 가족 3부작이라고도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가족 이야기를 꾸준히 그려온 감독이다. "신인 감독인데 3부작이라 말하긴 부끄럽다"는 이동은 감독은 "제가 데뷔하기 전에 썼던 시나리오들이 영화화되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관심을 가졌던 주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감독이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계속 관심을 갖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야기로 담아내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은 그조차도 가족의 의미의 해답을 찾고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라지만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쉽고, 화해하기도 어렵다. 그에겐 여전히 가족의 의미가 숙제처럼 남아있단다. 그래서 그가 다룬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은 다른 관계성과 의미를 갖고 있다. 이동은 감독은 "완전한 형태의 동그랗고 예쁜 가족을 담지 않는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혈연 중심이지만 저는 오히려 배타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정의를 내려놓고 테두리를 걷어내면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동은 감독의 작품을 보면 알 듯하다.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 '환절기', 죽은 남편의 16세 아들을 맡게 된 아내의 이야기 '당신의 부탁' 등. 그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일상을 침범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부여한 뒤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본다. 이를 통해 보편적인 시선을 비틀고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켜왔다.

이동은 감독은 이를 두고 "가장 가까운 주변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마음을 주며 살지 않나. 그게 가족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우리 사회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이상시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라도 다 다르고 개별성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이뤄진다. 그래서 개인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가치관은 '니나 내나'에 고스란히 담겼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이들의 여정이 출발지는 같았지만 다 따로 목적지가 있다. 그걸 인정해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가족이니까 용서하고 화해해야 된다고 목적을 두고 강요하기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감독이다.

극 중 가족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 누나의 존재는 동생에겐 도리어 마음의 짐이 될 만큼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가족들 몰래 남모를 비밀을 갖고 있는 동생은 가족의 관심이 달갑지 않다.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가 그토록 밉고 원망스러워도, 엄마 편지 한 장에 길을 나서는 삼남매 모습만 봐도 그렇다. 가족을 향한 복합된 감정이 묘하게 작용된다. 이 애증에 가까운 감정의 널뛰기가 쉼 없이 반복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정형화된 완벽한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조금씩 부족하고 울퉁불퉁해도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가족이라고 보여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가족이란 또 다른 의미를 깊이 고찰한 감독의 시선은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하고 따스한 온도로 완성된다. 감독은 "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특징이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평범하지 않다. 각자 상처든, 다른 사연이든, 과거가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들 모두의 특징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가족 이야기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2014년의 기억 때문이다. 모두를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건은 평범한 개인의 삶을 아프게 파고든 국민적 트라우마였다. 감독 또한 당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워낙 큰 사건이었고, 공적인 영역에서 진실 규명이나 애도의 과정이 제대로 거쳐지지 않아 분노했다. 이 사건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이해 못할 것 투성이었다. 유가족 분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을 목도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게 제겐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감히 그들을 위로한다는 건 어떤 의미로 조심스럽고 무리였다. 그러다 세월호 유족들을 치유하는 심리외상센터 관계자를 만났다. 그 사람이 말하길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지나 흉터가 될 뿐이다. 그저 자신은 그들에게 오늘을 살 수 있게 오늘의 할 일을 알려줄 뿐이었다고.

이동은 감독은 그때 깨달았다. "과거는 변하지 않고 상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잖나. 그래서 오늘의 좋은 기억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영화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인터뷰 / 사진=스틸


'니나 내나'의 엔딩 신은 그런 의미가 담긴 신이다. 이들 가족에겐 가장 힘든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다시 좋은 기억을 만들고 추억하게 된다. 이동은 감독은 "기억이란 게 잊지 않는 것도 기억이지만,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도 기억이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잊지 않는 것도, 좋은 기억을 만드는 것도 일종의 애도의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성숙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픈 감독의 사려 깊은 진심은 소소하지만 따뜻한 충만감을 주는 가족 영화들로 이어지고 완성된 셈이다.

그런 이동은 감독에게 영향을 준 영화들은 영국의 영화 감독 마이크 리의 작품들이다. 소박한 사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들여다보면 마냥 평범하지 않고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의 모습을 좋아한다고. '해피 고 럭키', '세상의 모든 계절', '미스터 터너' 등의 영화다.

개인적으론 완벽주의자보단 최적주의자가 되려 한다. 그는 "행복한 순간이 와도 완벽주의적 기준이 높아 내쳐버리는 거다.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내세우기보다 지금 현실에 처한 좋은 것들을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완벽주의자들의 노력을 폄하할 순 없지만, 스스로도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많이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감독으로서의 바람은 오랫동안 영화를 찍는 것이다. 영화랑 같이 나이 들어가고, 그러며 겪는 이야기를 세상에 계속 전해주고 싶은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이미 그 꿈이 시작된 이동은 감독이었다.

영화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인터뷰 / 사진=명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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