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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빈의 트로트 외길 인생, 끈기로 완성된 장기전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19일(토) 16:30

강수빈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부모님의 제안으로 관심을 가졌던 트로트는 어느덧 인생이 됐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트로트 외길을 걸어갈 강수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던 강수빈에게 트로트를 권유한 건 부모님이었다. 시대를 탈 수도 있는 가요와는 달리 트로트는 전 세대를 아우르고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이유였다. 딸이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렇게 강수빈은 자연스럽게 트로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국악이 트로트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강수빈은 그 길로 초등학교 강사를 찾아가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 전공까지 오랜 기간 국악을 공부했다. 이처럼 강수빈은 꿈을 위해 천천히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덕분에 국악은 정통 트로트를 추구하는 강수빈에게 하나의 장점이 됐다. 그는 "국악을 하며 민요를 공부했다. 보면 민요를 공부를 하고 트로트를 한 사람은 많이 없다. 때문에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민요는 바이브레이션이 화려하다. 그러다 보니 기교를 트로트에 접목을 하면 맛깔이 다르다. 예를 들면 꺾는 게 어색한 사람이 있고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는데, 난 민요를 하다 보니 꺾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강수빈은 2010년 대학 재학 시절, KBS1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해 최우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강수빈은 "부모님이 동네에 '전국노래자랑'이 온다고 귀띔해주셔서 참가했었다. 점심시간 전에 가서 밥 12시에 끝났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기가 생기더라.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꼭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마지막에 내 이름이 불리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셔서 뿌듯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뛰어든 강수빈은 2013년 첫 번째 싱글앨범 '아리고 쓰리고'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이후 '하이' '첫번째 이야기 며느리' '세월은 세월대로' '씨름왕 만만세'를 발매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강수빈 / 사진=DB


그리고 또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오디션프로그램인 TV조선 '미스트롯'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 이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좀 더 알리고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강수빈에게 '미스트롯'은 상처를 남겼다.

강수빈은 "예선 무대에서 탈락하다 보니 통편집이 됐다"며 "사실 예선 곡을 작가님이나 PD님이 지정을 해준다. 당시 난 트로트가 하고 싶었는데, 국악을 해 달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국악 무대로 인식을 시키고 다음 무대부터는 트로트를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강수빈은 '미스트롯' 제작진에게 쉽게 설득됐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탈락이었다. 그렇게 강수빈은 자신의 종목인 트로트는 뽐내보지도 못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떨어진 것에 대해 '트로트 오디션인데 왜 국악을 했냐'고 하더라. 순간 너무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또 내 순서 바로 앞이 김양언니였다. 그때 언니가 반응이 엄청 터지지 않았나. 녹화를 하면서 '이 뒤로는 편집이다'라고 예상됐다. 그렇게 떨어졌는데도 새벽 4시까지 집에 못 갔다. 리액션을 계속해야만 했기 때문"이라며 씁쓸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상처와 아쉬움이 컸던 강수빈에게 KNN 'K트롯 서바이벌 골든마이크'(이하 '골든마이크')는 또 다른 기회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단다. 강수빈은 "'미스트롯' 일이 있어서 안 나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작가님과 PD님께서 그렇게 안 하겠다며 실력 위주로 진행을 할 테니 한번 나와보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고민이 됐지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스트롯'과 달리 '골든마이크'는 남녀 혼선이었고, 그만큼 쟁쟁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강수빈은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강수빈은 "처음부터 딱 3회만 출연해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3회 출연을 목표로 했는데, 계속 라운드에 진출을 하니 얼떨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수빈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에 행복했지만, 사실 우승을 앞에 두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그는 "'늘 해왔던 정통 트로트로 했으면 진출할 수 있었을까'라는 미련도 조금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사위원이었던 지원이 언니 노래가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였고, 내 색으로 불러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내겐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내 "하지만 그 도전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다. 또 3위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한 데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얻었다. 때문에 유종의 미를 이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여자 참가자 중에서는 1위였다"며 웃어 보였다.

강수빈 / 사진=DB


1990년생의 강수빈이다. 트로트보다는 가요계에 또래가 더 많을 터다. 강수빈 역시 음악의 길을 걸어오며 아이돌도 생각해볼 법하다. 트로트 외에 다른 음악을 할 생각은 없었던 걸까. 강수빈은 "실제로 한 PD님이 트로트도 좋지만, 살짝 틀어보자며 혼성그룹 보컬 자리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계약을 하게 되면 5~7년 정도는 그룹 활동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지금 내가 있는 (트로트) 자리에 누군가가 채워질 수 있고, 돌아오기 힘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제의가 들어와도 트로트로 다시 돌아올 때의 걱정이 앞서는 강수빈이기에 다른 길을 생각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트로트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삼촌까지 자신을 위해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기획사에 들어갔었고 앨범도 제작했다. 하지만 돈이 없다며 앨범 제작을 중단시켰다. 결국 나머지 돈을 장사하고 있던 삼촌이 투자했고,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에서 나온 강수빈은 모든 걸 직접 헤쳐나가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하고 곁을 지켜준 삼촌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많단다. 그는 "삼촌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없이 시작을 하다 보니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 데다 자금도 없었다. 나이도 있는 삼촌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조카를 위해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 좋았다.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로를 의지하며 묵묵히 걸어 나간 두 사람이기에 사정은 점점 좋아졌다. 각종 지역축제나 행사를 다니고 있는 강수빈은 "관계자분들이 한 번 불러주고 또 두 번 불러준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 않나. 힘든 만큼 탄탄해졌다"고 전했다.

"트로트는 장기전이에요. 인성도 인성이지만 노래는 기본이고 끈기까지 있어야 하죠. 초등학교 때부터 끈기는 자신 있었어요. 국악을 공부할 때 위계질서가 심했는데, 항상 예의가 중요시됐어요. 게다가 국악이라는 게 1년 안에 쉽게 익혀지는 건 아니잖아요. 2~3년 돼야 점점 익혀지기 시작하는 소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끈기가 생겼죠. 덕분에 지금 트로트에 많이 묻어난 것 같아요.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트로트, 제 천직인 셈이죠."

강수빈 / 사진=DB


강수빈이 여러 행사를 다니는 동안 얻은 수식어가 있다면 바로 '국민 며느리'였다.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데다 아직 어린 나이인 강수빈이기에 '국민 며느리'라는 호칭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그는 "난 아무래도 아이돌이 아니다 보니 제약이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며느리라는 노래도 없고 수식어도 없지 않냐. 유일한 수식어인 것 같아 좋다. 또 가수는 자신의 노래 제목이나 수식어를 따라간다고,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승승장구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오히려 '국민 며느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국민 며느리'로서 조금 더 자리매김하고 싶은 강수빈이 내다보는 미래는 더 바쁘게 사는 것이다. 일로도 계속해서 위로 향하며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동시에 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해이해질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면 고생했던 시절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제 노래를 많이 사랑해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끈기를 잃지 않으며 항상 성실하고 노래 열심히 하는 착한 트로트 가수가 되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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