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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할까요', 낯선 이혼식 그리고 부족한 뒷심 [무비뷰]
작성 : 2019년 10월 17일(목) 09:34

두 번 할까요 / 사진=영화 두 번 할까요 스틸컷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두 번 할까요'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결이 조금 다른 로맨스 코미디 영화다. 한 부부가 파경을 맞이하는 과정이 아닌 파경 후를 주목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대중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까.

이혼을 앞둔 한 부부가 있다. 현우(권상우)는 자신의 엑스와이프 선영(이정현)을 '또라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선영이 이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이혼식. 결혼식도 아닌 이혼식을 시작한 두 사람은 기자회견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선영은 "뒤에서 누가 맞았니, 때렸니, 이런 얘기 할 거면 그냥 지금 다 물어보세요"라며 쿨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서막을 알린다. 이렇듯 기념촬영까지 무사히 마친 두 사람은 영화 초반부터 이별을 한 채 시작한다. 앞서 연애, 결혼, 이혼을 담은 로맨스 코미디물은 많았다. 영화 '두 번 할까요'(감독 박용집·제작 리틀빅픽처스)는 셋 모두를 담아내며 '이혼 후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는 생애 최초 이혼식을 시작으로 결혼과 이혼이라는 한 끗 차이의 삶을 웃기지만 현실적으로 다뤄낸다. 이혼을 맞이한 지 6개월 후, 현우는 '돌싱' 라이프에 완벽히 적응한다. 업무부터 취미생활까지 빈틈없이 들어찬 그의 삶은 그야말로 퍼펙트하다. 반면에 선영은 아직 완벽하게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두 사람은 매 장면마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여준다. 혼자만의 삶으로 꽉 찬 현우와 교통사고 처리나 집안일 등 불쑥불쑥 현우가 필요한 순간들이 찾아오는 선영.

이별 후 보여진 남녀의 태도는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저격한다. 질긴 악연을 끊어낸 듯 홀가분해하는 이와 미련 그 자체가 되어버린 남겨진 이. 이렇듯 '두 번 할까요'에서는 이별 후 이를 받아들이는 상반된 부부의 모습이 주된 전개 과정의 포인트다.

'좋은 이별이란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현우는 선영과의 관계가 불편하기만 하다. 이미 엑스와이프가 돼 버린 선영을 피하고 싶지만 어떻게든 자꾸만 엮이게 된다. 그렇지만 선영을 모질게 쳐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 역시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감정 때문일 터. 막상 이별을 겪었지만 이혼 서류 접수처럼 감정은 말끔하게 잘려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부진한 감정만큼 극의 전개 속도도 더디게 흘러가며 보는 이들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삼각관계의 시초를 알리는 상철(이종혁)의 등장은 영화 중반부가 지나서야 등장한다. 또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이혼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으나 이후 전개 과정에서는 개연성이 급격히 떨어져 간다.

두 번 할까요 / 사진=영화 두 번 할까요 스틸컷


특히 현우와 상철이 재회하는 장면이 그렇다. 하필이면 현우의 회사 블랙 컨슈머가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 년 간 연락이 두절됐던 상철이라니. 그리고 그의 새 연인이 선영인 설정은 코미디 영화임을 감안하고 봐도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또한 상철은 오랜만에 만난 현우에게 스스럼없이 연애상담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연애를 허락받는 태도까지 취한다. 극의 전개와 갈등을 폭발시키기 위한 설정임에는 틀림없으나 관객들을 설득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남는다.

또한 선영과 현우는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거창한 이혼식까지 거쳐놓고 전혀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도처에 너저분하게 널어놓는다. 셔츠 하나에도 서로를 떠올리고, 책 한 권에도 서로를 떠올린다. 극 중 상철은 이들 부부가 더욱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뿐, 그 이상도 이하의 존재도 아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극을 진부하고 지지부진하게 끌어간다. 극 초반에는 헤어진 연인들의 감정을 그려내며 공감을 노리는가 싶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약해진다. 두 사람의 감정이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코미디 요소들의 장면만 가득 해지는 것. 그러다 보니 '코미디'만 남고 '로맨스'는 용두사미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속 웃음 포인트로는 상철과 현우의 고교 첫 우정 씬으로 사용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 장면이 대표적이다. 권상우를 일약 스타덤으로 띄워낸 대사 "옥상으로 따라와"라는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노림수가 보인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역할 이 부장(성동일)과 명태(정상훈) 역시 웃음 포인트다. 앞서 영화 '탐정'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성동일과 권상우는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며 극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정상훈 역시 패러디는 물론, 너스레 가득한 연기로 현우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인물로 조명된다. 이들의 역할이 '코미디'라는 장르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만 극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정작 주연배우인 권상우와 이정현의 감정선들이 애매하게 흘러가다 보니 몰입도와 이해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혼과 재혼을 향한 이들의 감정이 어떤 '질척임'으로 서로에 대한 미련을 남길지, 또 그 미련들이 이들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 골 때리는 삼각관계에 놓인 세 남녀의 각기 다른 싱글라이프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하다면 '두 번 할까요'의 뚜껑을 열어보자. 10월 17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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