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밴드 넬이 활동 20주년을 돌아봤다.
넬(김종완(보컬, 리더),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은 최근 여덟 번째 정규앨범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 발매 인터뷰를 진행했다.
넬의 음악은 우울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최근 들어 넬의 가사가 다소 유해졌다는 평이 있다. 넬의 곡을 만드는 김종완은 "어떤 상황이나 감정을 대하는 자세가 바뀐 것 같다"며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중간에 한 번 의식적으로 그런 변화를 꾀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가사적인 측면에서는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남탓하기 바빴던 김종완은 2012년 발매한 5집 '슬립 어웨이(Slip Away)'를 기점으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인정하기 힘들었던 게 많았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세상 탓, 주변 탓을 많이 했다"면서 "'슬립 어웨이' 때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일어나는 일들은 뭐가 됐든 일어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감정이 아니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김종완은 "오히려 예전 앨범을 듣다 보면 어둡다고 느끼지 않는다. 치기 어리고 전투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정신 건강에 뭐가 더 좋고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제가 느끼기에 요즘 앨범을 만들 때 조금 힘들긴 하다. 있는 대로 내뱉을 수 없고 자꾸자꾸 생각을 하게 되니까"라며 "내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예전에는 노래를 만들고 나서 깨달았다. 뱉고 나서 보니까 '내가 이런 생각 갖고 있었지' 했는데 요즘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나서 음악에 담는다.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과정은 조금 더 힘든 것 같은데 들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들으시는지 모르겠다. 음악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니까 뭐가 됐든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대 후반 쯤, 어떤 팬분이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저희 음악을 듣고 다시 올바른 페이스로 돌아왔다. 위로가 됐다'고 한 적 있거든요. '나는 내 얘기를 했던 건데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구나' 생각을 처음 하면서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힘을 내라' 그런 밝은 얘기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점점 많이 해요."(김종완)
넬은 20년을 돌아보면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재경은 "멤버들끼리 해외 작업한 게 기억이 많이 남는다"며 "'슬립 어웨이' 했을 때 미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 40대 초반이었는데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하고 친구들처럼 나와서 거리를 걸어다녔다.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콘서트는 모든 콘서트들이 다 기억에 남고 좋다"고 되짚었다.
반대로 기억하기 싫은 순간도 언급했다. 김종완은 "이번 앨범 두 번째 마스터링 때"라면서 "계속 수정할 게 생겨서 한 번은 미뤘는데 두 번 그러려니 미안하더라. 스케줄이 타이트한 엔지니어들인데 토가 나올 것 같더라.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순 없고. 그래서 보낸 다음에 '다시 하겠다' 하고 세 번째로 보냈는데 그때는 정말 약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토를 하면 잘 것 같아서 그러지도 못했다. 잠도 계속 못 자서. '그냥 포기하자' 그러기도 했다. 최근에 가장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넬에게 앞으로의 20년을 물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라고 운을 뗀 정재원에 이어 이재경은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은 창작을 잘하려면 건강해야 할 것 같다. 컨디션 관리나 정신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멤버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고"라고 말했다.
김종완은 "20년 뒤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여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별히 엄청난 계기로 확 잘 된 것도 없었지만 꾸준히 우리끼리 조금씩 조금씩 목표했던 걸 이뤄가면서 음악적인 성과를 얻을 때도 있었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걸 반복하면서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가능한한 오래 밟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대박이 나는 것도 마다하진 않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정훈은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20년 생각해보면 음악은 너무 좋아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매해 조금씩 배워갔다고 생각한다. 20대 때만 생각했어도 마흔쯤 돼서 배울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아직도 배우는 단계인 것 같다. 계속 새로운 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하루하루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아는 게 생기는 20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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