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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검정에도 다양한 색깔이 존재한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10일(목) 07:58

넬 인터뷰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검정 안에도 다양한 색깔들이 존재한다."

검은색이라고 느껴지는 감정들에도 사실은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생각은 뜻밖에 위로를 줬다. 하나의 커다란 어둠이라고 생각했을 땐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여러 색이 섞여 까맣게 된 것이라 생각하니 받아들이기 쉬웠다는 설명이다. 밴드 넬(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이 여덟 번째 정규앨범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에 담은 의미였다.

사실 넬은 2년 전부터 '컬러스'가 없는 어두움 가득한 '블랙'이란 앨범을 준비했다. 슬픈 일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모든 게 다 싫은" 소위 독기가 가득 찬 상태를 대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태국에서 음반 작업을 하면서 '블랙'은 여러 색깔을 담은 '컬러스 인 블랙'으로 바뀌게 됐다.

넬 정재원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김종완은 "태국에 간 게 앨범의 방향을 트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만 생각하면서 작업한 게 오랜만이었다. 아침에 9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순수하게 음악 작업만 하다 보니까 '어두움만 있는 앨범은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긍정적인 얘기를 담고 있는 앨범은 아니지만 타지에서 작업하다 보니 슬픔이나 좌절감, 우울감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블랙'은 슬픔, 불안감, 절망감 같은 어두운 감정들이겠죠. 그것들이 하나로 다 뭉쳐지면서 '내 삶은 너무 힘들다'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근데 그 안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있고, 그 안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다양한 색이 있다고 생각하니 받아들이기 조금 수월하더라고요. 엄청 큰 게 아니라는 느낌이랄까요."(김종완)

결과적으로 넬의 태국행은 '성공적'이었다. 김종완은 "잘한 짓"이라 표현하면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한국의 음악신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을 거듭하니 멤버끼리 돈독해졌고,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평했다. "저희끼리는 이제 매년 (해외로) 가자고 했다. 돈이 문제"라는 너스레다.

넬 이정훈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타이틀곡은 매일 같이 만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언젠가부터 뜸해지면서 느끼는 씁쓸함을 담은 '오분 뒤에 봐'다. 김종완은 "일주일에 3~4일씩 보던 친구들이 있었다. 여전히 친하긴 한데 시간이 지나고 각자 일이 생기다 보니 매주 보는 게 당연시됐던 게 한 달에 한두 번 됐다가, 1년에 한두 번으로 되는 것 같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우리 나이가 언제 죽어도 그렇게 이상한 나이는 아니라서 어린 나이에 간 친구들을 보면 충격적이기도 한데 요즘에는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조만간 한 번 보자' 하면 몇 년이 지나니까 '살아있는 동안 몇 번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추억도 많고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평생 이렇게 살 것 같아' 했는데 그렇게 못하는 게 어느 순간 씁쓸하고 두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읊조렸다.

"가사 붙이고 나니까 저한테는 굉장히 슬프더라고요. 나쁜 내용은 전혀 아니잖아요. '만나자' 이런 얘긴데 뭔가 쓸쓸하고 슬프게 다가온 곡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지금 사회 생활하는 분들이라면 20대든 30대든 40대든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김종완)

넬 이재경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이번 앨범은 '오분 뒤에 봐'를 비롯해 '클리셰(Cliché)' '무홍' '슬로 모션(Slow Motion)' '러브 잇 웬 잇 레인즈(Love It When It Rains)' '꿈을 꾸는 꿈' 등 김종완이 직접 작사, 작곡한 총 아홉 트랙이 담겼다.

넬은 "아홉 곡이 다 다른 스타일"이라고 자부했다. 정재원은 "곡 색깔들이 다 다양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으실 거다. 앨범 하나를 통째로 듣는 시기가 아니라서 어색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이재경 역시 "1번부터 9번까지 하나의 큰 곡이라고 생각한다. 흐름이 있기 때문에 다 들었을 때 더 큰 감동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홍보를 덧붙였다.

넬의 정규 앨범은 3년 만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모르게 스토리가 있는 앨범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고. 김종완은 "사실 싱글은 하나의 주제를 담을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감정들을 모아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데 설렜다"고 밝혔다.

넬 김종완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설렘만큼 부담도 컸다. 김종완은 "앨범은 내면 낼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기술이나 지식은 더 쌓일 수 있겠지만 앨범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끝이 나버리니 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단다.

그는 "음반은 나오면 수거를 할 수가 없지 않나. 그런 것에 집착이 심해지니까 더 힘들어진다"며 "그래서 이번 앨범을 하면서 장비를 더 많이 샀다. 엔지니어 형들이 놀러오면 '엔지니어 해도 되겠다' 그런 얘기를 농담처럼 하셨다. 항상 똑같은 것 같다. 최대한 후회가 적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마스터링을 세 번 했어요.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곳은 다 보내서 수정에 수정을 했는데 아무리 잘했다 싶어도 후회는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게 머릿속에 상상하는 걸 표현하는 거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현이 됐다고 그 당시엔 생각해도 하루만 지나도 내가 생각했던 게 '이게 아닌 것 같은데' 하거든요. 불확실성이 있는 추상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후회는 항상 있죠."(김종완)

넬 인터뷰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이들의 걱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마지막 멘트에서 엿볼 수 있었다. 김종완은 인터뷰 말미, "궁금한 게 있는데 타이틀 괜찮아요?"라고 역질문을 시전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시절과는 달리 모니터할 사람이 거의 없어 평이 궁금했다고. "저희 음악 처음으로 들은 분들이라 긴장 많이 된다"며 넬은 피드백 수집에 남다른 열정을 내비쳤다.

"오랜만에 앨범이 나왔는데 피똥 쌀 만큼 열심히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결과물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들으시는 분들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많이 하는 얘긴데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노래가 안 나올 정도로 여유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김종완)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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