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왕복서간' 김다현, 달콤쌉싸름한 책임감에 대하여 [인터뷰]
작성 : 2019년 09월 28일(토) 01:00

김다현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책임감'의 사전적 의미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 40대의 나이, 데뷔 20년 차. 숫자가 늘어갈수록 김다현의 양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이 내려앉았다. 참 쓴데, 또 단 것이어서 그는 묵묵히 견뎌보려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이하 '왕복서간')의 배우 김다현과 인터뷰를 가졌다.

27일 재연 무대로 돌아온 연극 '왕복서간'은 오래된 연인 사이인 마리코와 준이치가 주고받는 편지글을 통해 펼쳐지는 극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연인은 함께 했던 15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차마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편지에 적어 내려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극 속에서 관객은 놀라운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김다현은 브라운관,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하다가 '왕복서간'으로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그는 "연극 무대를 하고 싶었고, 그리워했다"며 "그동안 이야기를 하던 작품도 있었지만, 스케줄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성사가 안 돼서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던 중 '왕복서간'이라는 작품을 접하고 단번에 마음을 정했다. 김다현은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야기가 지금 저의 심리 상태랑 굉장히 비슷해서 꼭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김다현의 심리 상태와 맞닿아 있는 공통분모는 '지킴'이었다. 그는 "'왕복서간'에는 '내가 당신을 지켜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의 저의 삶도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제 실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김다현으로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그린 '왕복서간'의 이야기가 굉장히 와닿았다는 것. 이러한 고민은 무대에서 역할에 대한 감정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김다현 / 사진=방규현 기자


그러나 고민되는 지점도 있었다. '왕복서간'의 기본적인 구조 때문이었다. 연극은 주인공인 마리코와 준이치가 주고받는 편지글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다이내믹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김다현은 "사실 액팅(acting)이 강하지 않다. 다이내믹한 장면은 통 틀어도 한 두 번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관객들에게 한 시간 반 동안 책을 읽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결국 관객들이 지루함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을 보완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는 "대본상에는 긴 대사들이 있고, 잔잔하면서 편지를 읽어주는 극의 내용상 물리적으로 올 수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고민과 연습 끝에 그가 찾아낸 것은 바로 '화술의 기법'이었다. 김다현은 "연극도 말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유리하다. 누구랑 얘기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또 누구랑 얘기할 때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집중될 수 있는 에너지를 무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하고, 끝날 때까지 관객들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연결된 실이 끊어지는 순간 관객들과 멀어지고 교감할 수 없다. 연극이 끝나고 '본 것 같긴 한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실이 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도록 말의 호흡과 강약조절, 소리의 크기를 감정선에 맞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이러한 노력은 나름의 노하우 발견과 자신감 형성에 도움이 됐다.

김다현 / 사진=방규현 기자


어느 작품에서든 고민과 발전을 멈추지 않는 김다현. 그는 벌써 데뷔 20년 차를 맞았다. 1999년 밴드 야다의 서브보컬 겸 베이시스트로 데뷔해 '이미 슬픈 사랑', '슬픈 다짐', '진혼' 등의 히트곡을 내며 큰 인기를 누렸다. 2004년 밴드 해체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김다현은 꽃미남 외모로 '꽃다현'이라고 불리며 뮤지컬 계의 황태자로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경력이 쌓일수록 무거운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봐야 할 것도 더 많아졌다. 그는 "예전에만 내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이제는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해야 한다"며 "무대 위에서 특별한 그림을 만들기 위한 책임감이 있다. 제 삶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위치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가족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 김다현은 결혼한 지 11년, 아이를 낳은 지 비로소 가장이 가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를 알게 됐다. 그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제가 요즘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를 많이 듣는데,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나더라. 10년 정도 아이를 키워보니 이제 아버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요즘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아이들, 그리고 크게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그는 서 있어야 할 위치가 있었고,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김다현은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지금까지 '다작 김선생'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쉬는 날은 손에 꼽았고, 신발을 신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연극, 뮤지컬, 브라운관 등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사니?'라고 물었다.

물음에 대한 답을 단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 또한 책임감이었다. 김다현은 군대를 다녀온 후 변화된 뮤지컬 시장을 마주했다. 김준수를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가 아닌 아이돌 가수가 작품에 캐스팅된 것. 그는 "'나는 가정이 있는데 캐스팅이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불안은 기우였다. 전역 후에도 여전히 그를 찾는 작품은 많았다. 김다현은 또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그는 "불안한 과정을 겪고 나니까 저를 여전히 캐스팅해 주고 섭외해 주는 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저를 찾으시면 스케줄만 괜찮다면 출연하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다작을 하게 됐다. 바쁘게 일하는 게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밝혔다.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그는 변화와 발전을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매번 주인공을 맡아온 그에게 발전이란,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 김다현은 40대가 된 자신이 보여 줄 연기는 지금까지와 조금 다를 것이라 자신했다.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데뷔해서 뮤지컬도, 연극도 주연을 많이 맡았어요. 그런데 40대가 되면서 제 연기 톤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주인공이 아닌 단역이더라도 캐릭터 적인 부분에 있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색깔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제 숙제이기도 하고,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무기이기도 하죠. 앞으로 제가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