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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맨' 용수 감독, '진빼이'의 등장 [인터뷰]
작성 : 2019년 09월 24일(화) 17:43

영화 퍼펙트맨 용수 감독 인터뷰/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이 감독, '진빼이'다. 군더더기도 없고 겉만 번지르르하지도 않다. 저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올곧이 하는데 과함도, 모자람도 없이 정도를 지킨다. 직접 체화한 '오늘의 가치'를 담담히 담아낸 영화 '퍼펙트맨'으로 이제 막 입봉한 감독 용수다.

'퍼펙트맨'(MANFILM)은 전신마비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2개월을 앞둔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가 보스 돈 7억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 하루아침에 날린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에게 시키는 대로만 해주면 제 사망보험금을 모두 주겠다는 빅딜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 설경구, 조진웅의 '극강 케미'가 탄탄한 스토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진한 유머와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신인 감독의 화법치고는 세련되고 영리했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건, 용수 감독이 20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신체마비 증상을 겪었을 때 생각한 스토리라는 것이다. 헤비메탈을 하던 록밴드 보컬 출신의 그가 고작 스물셋의 나이에 그토록 고통을 겪으며 좌절했고, 당시 '죽음'과 관련된 힘겨웠던 일들이 그를 덮쳐왔다. 누구라도 절망과 비극에 휩싸일 수 있던 시기, 그는 도리어 '오늘의 가치'를 생각했던 것이다.

"낙상 사고를 당해 오른쪽 신체에 마비가 왔고 목 수술만 세 번을 했다. 원래 돈을 모아 헤비메탈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가려 했었다"며 덤덤하게 너스레를 떤 용수 감독은 "조금만 심했어도 죽었을거라고 하더라.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재활도 1년 넘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다쳤다고 해서 이런 얘기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겪는다. 그래서 이에 대한 얘길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는 감독이다.

용수 감독은 '퍼펙트맨'이 위로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퍼펙트'는 완벽해지란 뜻이 아니다. 완벽함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부족하고 힘들어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하고 퍼펙트하다는 위로를 담고 싶었다고.

그가 말하길 여러가지 사건을 겪다보니 죽음에 대해 깊게 파고들게 됐다. 어떤 계기로 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는진 아직도 잘 모르겠단다. 지금도 이를 극복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저가 극복했기 때문에 오늘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를 찍으며 위안을 받았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단 바람이었다.

암흑 속에서 지내다가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그 길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음악은 계속 했다. 쇼핑몰도 하고 돈을 벌어 밴드 레이블도 결성했는데 망해서 억대 빚도 졌다. 갚아야 할 돈이 몇천인데 어떻게 갚을까 하다 마침 시나리오 공모전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보름 동안 잠 안 자고 시나리오가 뭔지 공부한 뒤 써서 당선됐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사연과 범상찮은 재능을 지녔음에도 "그렇게 영화 일을 시작한거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용수 감독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영화사에 들어가서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영화 각색도 하고 시나리오도 썼지만 업계 말로 계속 엎어졌다. 그러다보니 제가 쓴 얘기를 끝까지 지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단다.

다행히 '퍼펙트맨'은 운좋게 잘 풀렸고 연출도 하게 됐다는 그는 어떤 의미론 무서울 정도다. 그럼에도 가볍게 웃으며 "혼자 글 쓸 때보다 연출을 해보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더라. 영화란게 좋은 건 제가 굳이 천재일 필요는 없는거다. 천재들이랑 같이 일하면 된다. 촬영 감독님, 조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까지 그들의 역량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시너지가 있다"는 감독이다. 이어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누구는 온전하게 열망하고 바라며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재능을 넘치게 갖췄음에도 이는 제 몫이 아니고 자신은 그저 어설픈 재능을 가진 사람이란다. 과연,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대범한 사고방식이다. 이에 "억대 빚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눙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로 너스레다.

사실 그는 촬영 기간 내내 두시간 이상은 자지 않았다. 이렇게 작업하는 것이 너무 기쁘고 즐거워서 진심과 정성을 다했지만, 첫작품이라 능숙하지 못함에서 오는 아쉬움과 자책이 컸다. 그렇지만 입봉작에 이토록 지원을 받으며, 멋진 사람들과 하는 작업이 너무 즐겁고 경이로울 정도였단다. 특히 설경구, 조진웅의 연기를 보고 있는 건 "쾌락의 극치"였다고 표현했다. 촬영하며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배우들에 고마운 감정도, 그들의 연기에 몰입된 감정도, 그리고 그들에 대한 존경도 마구 밀려들며 "내가 복이 참 많구나" 생각했단 감독이다.

영화 퍼펙트맨 용수 감독 인터뷰/사진=쇼박스 제공


시한부 환자, 건달 캐릭터. 두 사람의 우정. 어찌보면 영화는 흔한 캐릭터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방식은 얕지 않다. 살아 숨쉬는 인물들과 그들의 공간이 매력적인 생동감을 완성해낸다. 용수 감독은 이를 두고 "보편적인 정서 속에 빛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저는 이런 사람들을 '보석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영화 캐릭터들을 그런 사람들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캐릭터의 특별함이라기보단 사람에 대한 집중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 속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은 분명 차별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감독이 나고 자란 부산을 영화의 주무대로 삼은 것도 그의 로망이었다. 예전부터 영화를 연출하게 될 때 넣고 싶었던 장소가 있었다. 그는 "부산은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지는 도시다. 판자촌에서 보는 뷰도 예쁘고, 이는 어떻게 보면 슬픈 느낌이다. 부산은 그런 매력이 있다. 어느 곳에 가면 과거 같고, 어느 곳에 가면 미래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포함된 게 부산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과거에 얽매이는 장수, 미래에 집착하는 영기 캐릭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던 것도 부산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고.

무엇보다 정서에 집중하기 위해 담백하게 그려내는것이 중요했다. 연출자로서, 그것도 첫 작품을 내놓는만큼 욕심을 부리기 쉬운데 용수 감독은 이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제가 느낀 오늘의 가치와 진심을 전하고픈 마음이 큰 탓일테다. 용수 감독은 "저는 어릴 때부터 서브컬쳐를 좋아했다. 음악도 그렇고 언더그라운드에 오래 있다보니 그런 아집, 프라이드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여러 사람이 봐주는 그런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저만 아는 이야기보다, 모두와 공감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보편적 정서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추구한단 그는 앞으로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장르가 달라져도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단 감독이다. '진짜'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그의 다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영화 퍼펙트맨 용수 감독 인터뷰/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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