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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첫방] 뻔한 전개, 그러나 아직 기회는 많다
작성 : 2019년 09월 19일(목) 01:02

달리는 조사관 / 사진=OCN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달리는 조사관'의 출발 자세가 다소 엉성하다. 열심히 달리는 듯 하지만 어딘가 넘어질듯 위태롭다.

18일 밤 11시 OCN 새 수목드라마 '달리는 조사관'(극본 백정철·연출 김용수)이 첫 방송됐다. 평범한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이 그 누구도 도와주지 못했던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한윤서(이요원), 배홍태(최귀화) 등이 싸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윤서와 배홍태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한윤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인권증진위원회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냉혈하고 철저하게 드러난 사실만을 가지고 조사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이와 반대로 배홍태는 사고뭉치의 열정만 넘치는 검사로 그려졌다. 그는 기물 파손에 경찰 폭행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인권증진위원회로 좌천됐다. 정의를 고집하고 편법을 모르는 한윤서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인물이다.

상극의 두 인물이 한순간 통합된 것은 바로 1회에서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인물 소지혜(황재희)의 등장이었다. 소지혜는 직장상사 이은율(임일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오히려 그가 먼저 자신을 덮쳤다고 반박했다. 사건은 안갯속에 빠졌고 이 가운데 소지혜는 "인권증진위원회가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SNS에 호소글을 올렸다.

이에 배홍태는 "보통 성추행 사건은 조용히 처리하길 원하는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엔 언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한윤서 역시 이에 동의했다. 팀원들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그 순간 문을 박차고 들어온 소지혜가 "성추행 증거를 가져왔다"고 말하며 1회가 마무리됐다.

달리는 조사관 / 사진=DB


'달리는 조사관'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전개를 강점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앞선 제작발표회 당시 제작진은 화려한 액션신을 배제하고, 인권과 공감을 앞세운 휴머니즘 드라마를 앞세우겠다 공언했다. 이 말은 즉슨, 신속하고 차별화된 전개에 집중해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뻔한 전개의 연속이었다. 1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들이었다. 피해자는 피해를 호소했고 가해자는 이를 부인했다. 결정적 순간에 증거들이 터져 나왔고 권선징악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뻔하디 뻔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최종복(조선묵) 시장의 비서 성추행 사건을 풀어나가는 순간에 허무함이 더해졌다. 한윤서는 목격자로 운전기사를 찾아갔고 진술을 거부하는 그에게 "딸을 떠올려보라"고 호소했다. 결국 운전기사는 별다른 말없이 순순히 블랙박스 영상을 넘겨주며 최종복은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갈등도, 반항도 없이 사건은 등장 10분 만에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었다.

이에 더해 역할들 간의 호흡과 텐션이 어우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왔다. 극 중 최귀화의 캐릭터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직진하는 행동파로 뜨거운 마음을 가진 검사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분한 한윤서 캐릭터와의 호흡을 엇나가게 만들었다. 또한 해당 인물의 과장된 몸짓들이 다른 인권증진위원회 직원들과 섞이지 못한 채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많다. 특히 소지혜는 자신의 성추행 증거를 가져왔다고 외치며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그의 존재가 뻔한 성추행 사건의 결말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허무한 증거와 함께 해결된 최종복 사건과 달리 소지혜는 다소 결이 다른 유형의 성범죄 피해자임을 내비쳤다. 이러한 요소들이 극을 흥미롭게 끌어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연출을 맡은 김용수 PD는 향후 전개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 경찰 인권, 군 의문사 등 무겁고 어려운 주제들 속에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아쉬웠던 1회였지만, 이를 발판삼아 이들이 더욱 심도있는 인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여지가 남았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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