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승리했지만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오후 11시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까다로운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쓸어 담으며, 카타르로 가는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와는 별개로, 조지아전에 이어 또 다시 경기 내용에서 아쉬운 점을 노출하며 앞으로의 숙제를 남겼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한 수 아래의 투르크메니스탄을 맞아,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좌우 풀백 김진수, 이용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세했고, 센터백들도 라인을 올리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진영에서만 경기가 펼쳐졌다.
한국은 전반 7분과 10분, 황의조가 연달아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13분 나상호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른 시간에 터진 선제골인 만큼, 경기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였다.
다만 이후의 과정은 아쉬웠다. 한국의 공격력이 선제골 이후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사이 수비조직을 안정시킨 투르크메니스탄은 후방에 내려앉아 추가골을 내주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전반전은 1골 차로만 마쳐도 만족한다는 의도가 보였다. 결국 전반전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의도대로 1-0으로 끝났다.
전반 내내 발톱을 감췄던 투르크메니스탄은 후반 들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면 빠른 역습을 시도하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마무리가 좋았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반격에 한국 선수들은 당황한 듯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공수를 조율해야 할 황인범, 정우영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고, 수비 라인도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지난 조지아전의 모습과 같았다. 주장 손흥민이 동료들을 독려하고, 때로는 고함도 질렀지만 전열은 쉽게 정비되지 않았다. 후반 37분 정우영의 프리킥 추가골이 없었더라면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경기가 될 번했다.
앞으로 벤투호는 카타르로 향하는 여정에서 더 강한 상대들과 맞붙게 된다. 당장 다음달에는 북한 원정이 예정돼 있다.
이번 조지아, 투르크메니스탄전의 경기력이라면 북한 원정에서, 또 다가오는 다른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벤투호가 9월 A매치 2경기를 교훈 삼아, 앞으로의 경기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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