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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사태의 교훈, '축구도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 [ST스페셜]
작성 : 2019년 09월 10일(화) 14:56

김판곤 위원장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문로=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축구도 이제는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

최인철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의 사임이 축구계에 전하는 메시지다.

최인철 감독은 9일 대한축구협회에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10여 일 만이다.

최 감독은 지난 3일 취임 기자회견 때만 해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선수 폭행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최인철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끈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1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인철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여자국가대표 감독 선임 결과가 축구팬들과 대한축구협회에 많은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선임 당시 김판곤 위원장이 최인철 감독에 대한 우려를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여자축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인철 감독의 강한 강성 이미지가 약점이라는 점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최 감독은 면담 과정에서 '어떤 선수의 머리를 파일로 친 적이 있다. 이후 반성하고 사과했다. 그런 계기를 통해 성숙하고 성장했다'고 직접 말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물론, 김 위원장까지 이를 '과거의 실수' 또는 '반성하고 지나간 일' 정도로만 인식했다. 앞으로 폭언이나 폭행이 일어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치만 취했을 뿐, 과거 사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축구계 바깥에서는 2018 평창 올림픽 이후 스포츠 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여자축구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직 축구계 또는 스포츠계의 인식이 대중의 인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 위원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때로는 지도자들이 무지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과 인권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고 있는 속도에 지도자들이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당장 새로운 사령탑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는 10월 미국과의 원정 A매치, 12월 EAFF E-1 챔피언십, 내년 2월 도쿄 올림픽 예선 등 중요한 일정이 즐비한 상황에서 맞이한 난관이다.

새 사령탑이 부임한다고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축구계가 이번 일을 교훈삼아, 더 이상 대중들의 인식과 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축구계 바깥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은, 축구계 안에서도 벌어져서는 안 된다. 축구가 세상과 멀어지면, 세상도 축구와 멀어진다. 최인철 감독 사태를 계기로 축구계가 곱씹어야 할 교훈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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