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지진희가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됐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단다. 이렇게 후배를 생각하는 선배가 또 있을까. 책임감까지 지닌 지진희다.
지진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소박한 인간미를 지닌 최고 권력자로 변신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연출 유종선)에서 지진희는 오직 데이터와 법에 기반해 정치를 하는, 대중이 그토록 원하던 '착한 정치가' 박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60일, 지정생존자' 원작의 엄청난 팬이었다. 그는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리메이크작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을 대본을 받는 순간 사라졌다. 정치적 상황이 국내 실정에 맞게 바뀌었으며 큰 틀은 유지됐기 때문. 지진희가 망설임 없이 리메이크작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박무진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무진은 과학자 출신 환경부 장관으로 국회의사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며, 권력자들이 모두 사망하자 60일 동안 권한 대행을 맡게 되는 인물이다. 정치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던 인물이 상황에 의해 최고 권력자가 됐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치 고수들이 포진돼있다.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조력자들에게 박무진은 "데이터와 법이 기반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초반의 박무진의 답답함과 무능함이 정치 초보로서 보여졌어야 됐다.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얼마나 답답했겠냐. 그런데 이걸 메꿔준 게 옆에 있는 후배들"이라며 "박무진이 답답한 행동을 할 때 손석구나 최윤영같은 배우들이 강하게 나오지 않냐. 이런 걸 보면 시청자들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뒤에는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다. 극의 중심을 잡은 배우 허준호, 배종옥을 비롯해 지진희까지 후배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지진희는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나는 확신한다. 후배들에게 물어봤을 때 다들 긍정적으로 답할 것"이라며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랬더니 후배들이 마음껏 의견 제시를 하더라. 한 번 손석구는 청와대 식구들이 영화 '어벤져스'처럼 일렬로 서서 걷자고 하더라. 솔직히 기술상 안 될 걸 알았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역시나 걸어보니 안 되더라. 그래도 기회를 준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해 보는 거랑은 다르지 않냐. 나중에 후배들이 선배가 됐을 때 똑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특히 드라마를 끝내며 가장 좋았던 점을 후배들을 키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얻은 건 딱 하나다. 나도 드라마를 20년 하면서 현장에서 살았는데 신인 배우들이 마음껏 하기 쉽지 않다. 선배들의 기에 눌린다거나 티브이에서 봤던 스타들이 눈앞에 있으면 더더욱 쉽지 않다. 항상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같은 인간과 인간 사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 열어주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했다.
그의 후배 사랑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진희는 드라마 종영 이후 자신에게 오는 관심을 후배들에게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장 좋았던 점이 후배들이 인기가 많아진 거라고 하더라. 이 드라마를 통해 스타들이 더 많이 나와 국내 드라마 현장의 분위기가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진희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지진희를 떠올리면 그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카리스마다. 혹자들은 지진희의 이미지를 대체할 배우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연기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누구를 닮았다는 평은 초반에 인기를 끌기 좋지만 그것은 늪이자 덫이다.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빛으로 색을 내는 건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니까 후배들도 이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원석을 찾은 거다. 그들이 이제 깎이고 다듬어져서 아름다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 / 사진=이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작품을 끝냈으니 시즌2를 향한 욕심도 있을 터. 실제로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2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결말 역시 시즌2를 암시하는 끝나 기대를 더했다. 지진희는 "전 세계 모든 배우들의 소원은 시즌2가 나오는 것일 거다. 일단 시즌2가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연기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말이다. 다만 제작사의 수익 같은 거 따져봐야 되겠지만"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배우들은 모두 원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그들이 했던 작품 중 시즌2를 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택할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지정생존자'를 꼽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지진희는 개인적으로 닫힌 결말이라고 생각해 시즌2 대본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정생존자'는 말미, 박무진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평범한 과학자로 돌아갔다. 그를 보좌하던 인물들도 각자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던 중 보좌관들이 박무진을 찾아와 대선 출마를 부탁한다. 그리고 박무진은 미소를 지으며 드라마는 끝이 난다. 방송 직후 수많은 시청자들은 시즌2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박무진의 미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알고 있다. 생각해봐라 박무진은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서 권력의 맛을 봤다. 평범한 과학자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그 맛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보좌관들이 찾아와서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 아마도 바라고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소를 지은 것"이라며 "시즌2가 만약 나온다면 그 이야기는 작가들의 몫이다. 나는 그냥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지진희는 20년 동안 연기 인생을 걸으며 수많은 작품을 했고, 이제는 후배들을 위하는 어엿한 선배의 면모를 뽐낸다.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특히 그는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이 아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작품 모니터를 꼭 한다. 아내는 분석을 한다. 거의 혼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말이 별로 없는 걸 보니 내가 잘했다 보다 싶다"며 "아내와 얘기하면 할수록 깨닫는 게 많다. 나는 아내와의 관계를 다음 단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밤새 얘기하면서 울고 웃고, 새롭게 태어나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느낌"이라고 애정을 전했다.
지진희는 현재 차기작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르의 기준은 없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뻔하지 않고 기존에 없었던 드라마가 선택의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지진희는 다시 한 번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박무진이라는 캐릭터가 수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각자 위치에서 제 할 일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사랑해준 만큼 다른 배우들도 집중해서 봐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만났기 때문에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새로운 사람에게 두려움을 갖지 말고 관심을 가져 달라는 지진희다.
이처럼 지진희는 인터뷰 내내 후배들의 사랑을 표했다. 어느덧 관록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인간 지진희의 따뜻함, 겸손, 그리고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화기애애한 현장을 자랑한 '지정생존자' 시즌2 소식도 기대해 본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