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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풍문조작단' 뜨거운 진심을 연기하는 조진웅 [인터뷰]
작성 : 2019년 08월 22일(목) 21:05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 인터뷰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살가운 말은 영 쑥스러워 못해도 그 마음 깊이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뜨겁게 공감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며, 즐겁게 판을 벌이는. '광대'에 대한 낭만을 꿈꾸는 배우 조진웅이다.

뜨거운 진심을 가진 배우 조진웅이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제작 영화사 심플렉스)을 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광대들 이야기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그는 "극 중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예술가들, 배우의 초심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그런 본질로 돌아가 덕호란 인물로 회귀한 것"이라고 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제작 영화사 심플렉스)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신기한 이적현상 이면에 광대들이 있었단 기발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을 구현한 영화다. 조카를 쫓아내고 권력을 차지한 세조와 조력자 한명회는 왕권의 정통성을 위해 조선 팔도를 뒤흔들 광대패를 찾는다. 광대패 리더 덕호 역을 맡은 조진웅은 "김주호 감독의 재기발랄한 영화적 상상력이 튼실하게 모여있는 영화였다"고 했다.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좋았다고.

덕호는 기발한 달변술로 판을 짜고, 백성들을 현혹시키는 광대놀음을 하며 신분상승의 기회는 물론 부를 쌓으며 달라진 인생을 산다. 이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은 애써 무시하지만, 무시무시한 권력욕에 삶이 파괴되는 백성들을 보며 정제하고 각성하는 인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 가진 사람들이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역사가 지나도 똑같단 생각을 했다"며 날선 너스레인 조진웅은 이 영화를 덕호의 성장담으로 봤다.

그는 "영화의 구성은 너무 간단하다. 물론 이를 성장으로 봐야 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누구에게나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 윤리 의식이나 기본 개념이 있을 테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외면한다고 산다.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른척하고 사는 것"이라며 "덕호를 일깨워준 건 민심이고, 그들의 삶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많은 걸 외면하고 살지 않나. 분명 정의란 걸 알면서 내 코가 석자라, 어쩔 땐 귀찮기도 해서 외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권력자들의 욕망으로 인해 광대들이 꾸며낸 황당무계한 이적 현상을 하늘의 계시라 믿으며 순식간에 뒤바뀌는 민심은 현시대와도 맞닿아 묘하고 씁쓸한 기시감을 형성한다. 이를 두고 조진웅은 "이 풍문이란 것을 믿고 안 믿고의 잣대가 중요하다"며 "오죽하면 모 TV 뉴스 채널에서 팩트를 체크하고 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기에 조진웅은 비록 처음엔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이후 스스로 깨닫고 변화되는 인물이란 점에서 덕호를 애정하고 기특해했다. 그는 "덕호는 광대의 기본이 있는 친구다. 자신이 외면했던 걸 다시 들여다볼 줄 아는 놈이다. 잘난 녀석은 아니더라도, 그리고 잘 살진 못했더라도 자신이 가진 소신을 결국 잃지 않고 다시 당당히 얘기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서도 권력자들을 향해 당신네들이 하는 짓이 더 광대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할 줄 아는 광대 덕호에게 조진웅이 끌릴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위로를 건네는 배우 조진웅의 성정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손사래 치는 그다. 그저 영화가 진심을 담고 있고 이를 담아낸 과정이 좋았다고.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 인터뷰 / 사진=스틸


특히 이번 영화는 덕호의 성장담으로 한 인물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볼거리지만, 조진웅의 능청스러운 멜로(?) 연기와 코믹함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부녀자를 유혹하기 위해 '꽃선비'로 분장해 느끼한 대사와 눈빛으로 여심을 홀리는 모습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조진웅의 색다른 모습이다. 이에 몸서리친 조진웅은 "그 느끼한 대사를 할 때 정말 제정신엔 손발이 오그라들어 못 찍겠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멜로라면 괜히 어색하고 부끄러워 질색한단 그는 출연 제의를 받아도 5쪽 이상 대본을 못 읽겠단다.

다만 실제로도 달변의 기술은 좀 있는 편이란다. 젊은 시절 대학생들에게 화술 수업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그는 "우리 의식이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말을 하는 것이잖나. 핵심만 갖고 있으면 논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 내 의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밀리는 것 같으면 공부를 하며 지식을 쌓으면 충분히 좋은 논쟁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극 무대에 오르던 시절, 하나의 장면을 두고도 연출자와 모든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견해를 주고받으며 뜨거운 논쟁을 벌이던 그때의 낭만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였다. 여전히 연기에 대해선 순수한 욕심을 꿈꾼다. 연기하다 발성이 안 돼 충격을 받아 금연을 한 지도 1년 반이란다. "자존심도 상하고, 이런 한계점을 느껴야 한다는 게 억울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한 것"이란다. 여전히 치열하게 연기에 열렬히 빠져있는 조진웅이다.

조진웅이란 배우의 자부심에 대해 스스로 자평하길 도저히 부끄러워하지 못하겠단 그다. 하지만 '진심'이 있는 배우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 같단다. 이미 그 따뜻한 마음과 꾸밈없는 진심은 배우 조진웅을 완성하는 근원임을, 모르는 이가 또 있을까.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 인터뷰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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