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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풍문조작단' 광대놀음은 유쾌하다만 [무비뷰]
작성 : 2019년 08월 21일(수) 10:57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리뷰 /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들의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광대놀음은 즐겁고 유쾌하다만, 얼개를 따지고 들면 영 엉성한 구석이 있다.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이다.

팩션 사극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제작 영화사 심플렉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며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렸다.

앞서 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치기 위해 모인 조선 최고의 꾼들을 그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쾌한 상상력과 완벽한 캐릭터 놀음을 입증한 바 있는 김주호 감독의 신작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김주호 감독은 실제 세조 실록에 있는 기이한 이적 현상을 재해석해, 실록에 기록된 역사 이면에 광대들이 있었단 기발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을 구현한 것이다.

우선 영화의 인물 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광대들과 권력자들이다. 덕호(조진웅)를 포함한 덕호네 광대패 5인방은 각각의 장기를 살려 소소한 사기극(?)을 벌이며 돈을 벌어먹고 사는 패거리다. 반면 덕호의 삼촌이자 광대 스승이기도 한 말보(최귀화)는 진정한 광대놀음을 통해 잘못된 권력을 지닌 자들을 비판하고 민중을 계몽시키는 인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권력자들은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피바람을 일으켜 왕이 된 조선 7대 임금 세조(박희순)와 그가 왕위에 오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지략가 한명회(손현주)를 비롯한 신하들이다. 이미 오래전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바꾼 이들이지만 여전히 흉흉한 민심과 더불어 후대에 전해질 역사적 평가를 두려워하며 불안에 떠는 이들이다.

그래서 조선 최고의 조작단으로 소문난 덕호네 광대패에 자신들에 대한 여론을 뒤바꿀 것을 지시한 권력자들이며, 이에 온갖 기상천외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다.

임금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도록 스스로 가지를 번쩍 들어 올린 소나무, 사방에서 꽃비가 내리거나 환한 빛과 채색 안개가 공중에 가득 차며 부처가 현신했다는 둥 덕호네 광대패는 온갖 황당무계한 일들을 벌이는데 더 재밌는 건, 이처럼 터무니없는 일들이 실제 실록에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그 시절 기록된 허황되고 근거 없는 이적 현상들에 대한 의구심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지점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 또한 권력자들의 욕망과 풍문을 조작하고 이에 들썩이는 조선 팔도의 풍경은 지금 현실과도 맞닿아 묘한 기시감을 형성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리뷰 /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이처럼 팩션 사극을 내세운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접근과 풀이는 대단히 참신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가장 주요한 인물 축인 광대패와 권력자들이 한데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온도 차가 상당히 부조화스럽다. 직업과 신분적인 차이를 감안하고 서로 동떨어진 인물들임을 극대화하려는 충돌과 대조의 의도일 수 있겠으나, 시종일관 한없이 가볍고 엉성한 광대패의 묘사는 매우 아쉽다. 결국 진중할 필요성이 있는 신에서도 그 진정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광대들'을 내세운 제목과도 상충한다.

특히 광대패들이 이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한 나머지, 충분한 인물 묘사가 없어 각각의 개성을 부각하지 못한 점도 마찬가지다. 각 인물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가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니 광대패 내에서의 갈등과 충돌이 벌어져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권력을 등에 업고 부를 누리며 현실을 외면하던 덕호가 각성하는 과정은 특히 중요하지만, 이마저도 엉성하고 평면적인 서사로 해치운다.

도리어 무소불위를 누리기 위한 권력자들의 욕망과 그 욕망에 따르는 불안과 공포가 더 현실성 있게 와 닿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식이다. 게다가 갈수록 세조와 한명회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큰 비중을 꿰차며 광대들 꼴을 정말로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물론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할뿐더러 그 의미도 깊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과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갖은 재주를 부려 묵인하기엔 엉성하고 안일한 맥락이 아쉬울 따름이다. 8월 21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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