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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엑소시즘 장르 확장한, 新가족 악령물의 탄생 [무비뷰]
작성 : 2019년 08월 21일(수) 10:56

영화 변신 리뷰 / 사진=영화 변신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새로운 가족 악령물이 등장했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했지만, 악마를 내쫓는 구마 의식보다 인간적 고뇌와 가족애를 내세우며 악령물의 신선한 변주를 이뤄낸 영화 '변신'이다.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은 악마란 존재를 마주한 가족들과 구마 사제 삼촌이 겪는 이야기다. 엑소시즘에 기반을 둔 영화지만,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정통 엑소시즘 영화들은 악마가 인간에 빙의된다는 설정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변신'은 육신을 갖춘 악마가 새롭게 등장하는 이른바 '도플갱어' 공포를 내세운다. 일상의 틈새를 뚫고 가족의 모습을 한 채 등장하는 도플갱어 악마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발하고 섬뜩한 공포다.

듬직하고 젠틀했던 아빠가 딸을 음흉하게 바라보고 머리채를 휘어잡거나, 다정한 엄마가 짐승 같은 행동을 하며 자식들을 위협한다. 실제와 악마의 존재를 구분 짓는 경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관객을 교란시키고, 일순간 돌변해서 이상 행위를 저지르는 가족들의 기괴한 모습은 가장 익숙한 존재의 낯선 변화로 공포심을 고조시킨다.

이처럼 '변신'은 인간의 껍데기를 지닌 타자화된 도플갱어 악마란 존재만으로 차별성을 띠며 그 자체로 극대화된 공포를 유발한다. 인간의 분노로 번식하는 악마의 존재를 통해 인간이 감춰둔 사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선악의 개념을 고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변신'은 악령물임에도 엑소시즘 과정과 방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의 균열과 이로 인한 불신, 인간적 고뇌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완성하는 구마 사제 중수(배성우)에게 주어진 설정만 봐도 그렇다. 그는 엑소시즘에 실패해 소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입자 미안함에 이들을 회피한다. 수없이 악몽을 꿀만큼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거대한 악마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같은 트라우마를 겪던 그가 가족을 위해 결국 두려움에 맞서는 모습은 안타까운 연민과 애틋한 가족애를 엿보게 한다.

강구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불만을 토로하는 철없는 둘째 딸과, 마냥 삼촌이 좋은 어린 아들, 은근히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며 핀잔하는 아내와 이런 가족들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동생에 대한 각별한 정을 드러내는 형의 모습 등은 리얼한 가족의 묘사로 현실적 공감대를 높인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많은 기대와 당연함으로 서운함과 무관심을 갖게도 하지만 결국 가족애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들이다.

영화 변신 리뷰 / 사진=영화 변신 스틸


이처럼 악령물의 외피를 하고 인간의 선악의 경계를 다루고는 있지만, 진한 가족애를 버무려 애틋하고 각별한 감상을 남기는 '변신'이다. 물론 초반의 섬찟하고 기발한 악령의 발현이 가족애로 귀결되는 정서적 스토리로 인해 개성이 반감되는 건 사실이다. 기존 악령물을 답습하는 결말에 도달한 건 다소 아쉬운 지점이지만 새로운 가족 악령물이란 장르의 저변 확대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는 '변신'의 또다른 강점이다. 실제 이같은 가족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디테일하고 생동감 넘치는 조화를 완성한 배우들이다. 특히 '개딸 아빠'로 불릴 만큼 대중친화적인 호감형 배우 성동일의 싸늘하고 소름 끼치는 악마 연기는 심리적 두려움마저 유발한다. 더불어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비통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명불허전이다.

공간과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인 공포감도 상당하다. 얼굴 껍질을 벗겨내면 드러나는 짐승 털을 지닌 악마 비주얼부터, 끈적한 피비린내와 악취가 풍길 것만 같은 온갖 동물 사체를 늘어놓은 악마 숭배 공간까지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8월 21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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