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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김홍선 감독,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 [인터뷰]
작성 : 2019년 08월 21일(수) 10:51

영화 변신 김홍선 감독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김홍선 감독의 호기심은 다양한 변주를 가진 이야기로 구현된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지만 본질은 같다. 사람과 사람 사는 세상을 통찰하는 감독의 시선이다.

장기 밀매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 '공모자들', 케이퍼 무비 '기술자들', 노인 고독사를 이야기한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김홍선 감독이 택한 것은 가족 악령물 '변신'이다. 악마를 본 가족들과 구마 사제 삼촌의 이야기. 처음 도전하는 악령물이긴 해도 평소 생각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을 거란 판단에 각색을 시작한 김홍선 감독이다.

"사람들의 본성이나, 관계에서 오는 갈등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여기서 나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저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에서 흥미를 느낀 감독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완성했다.

'변신'은 기존의 악령물과는 달리 악마가 스스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가족 틈에 일어나는 의심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한다.

특히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인 집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의지하는 가족이란 존재가 일순간 돌변해 괴기스럽고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다. 익숙한 존재에 대한 기묘하고 낯선 감상을 이끌어내며 끊임없이 관객을 교란시키고 극한의 스릴감을 자아내는 '변신'이다. 실로 다정하고 듬직한 엄마와 아빠가 갑자기 돌변해 자식을 위협하는 설정만으로도 엄청난 괴리감과 두려움을 유발한다.

"모든 사람이 선과 악을 모두 지니고 있지 않을까"라는 김홍선 감독의 생각은 '변신'의 시작이었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안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결국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인간이란 껍데기 안에는 사람들이 혐오하는 악마의 모습이 있을 것 같았다"는 김홍선 감독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강력 범죄들만 봐도 인간이 할 짓인가 의문이 들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다. 이웃 간의 주차 문제, 소음 문제 등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돼 극단의 결과를 야기하기도 하는 요즘이다. 이같은 생각을 하던 감독은 "분노하고 기분이 나빠지면 원래 착했던 사람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분노가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악마가 인간의 육신에 스며들어 빙의되는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와는 달리, '변신'에선 '도플갱어'처럼 가족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악마의 형체가 새롭게 등장해 인간들을 교란시킨다. 익숙한 가족들의 낯선 변화만으로도 공포심을 자아내지만, 세세하게 공들인 배경 또한 괴기스러움을 극대화한다.

죽은 염소와 까마귀 떼, 동물 사체를 놓고 악마를 숭배하는 공간. 이는 진득한 피비린내와 악취가 풍길 것만 같은 광경이며 절로 몸서리를 치게 한다. 이에 감독은 "미술팀과 굉장히 공들여 준비한 것"이라며 "끈적끈적하고 악마가 살고 있을 것만 느낌을 주는 악마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CG를 크게 안 쓰고 직접 리얼한 분장에 공을 들인 것도 생동감을 더하는 요소다. 판타지 장르 영화라면 CG를 쓸 수 있겠지만,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악령물을 내세운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특수분장을 하길 바랐다는 것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변신'은 악령물이지만 엑소시즘의 과정이나 방식에 치중하기보단 가족의 균열과 애틋한 가족애를 내세우는 점이 특별하다. 특히 구마 사제 중수 역을 맡은 배성우는 초반 엑소시즘을 성공하지 못해 소녀가 죽었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고, 거대한 악마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처럼 현실적인 트라우마를 겪던 그가 모든 걸 회피하고 떠나려 할 때, 가족을 위해 돌아오고 악마와의 최후의 전쟁을 펼치는 모습은 안타까운 연민과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또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형 강구 역을 맡은 성동일 역시 눈빛과 이름을 부르는 대사만으로 절절한 감정을 표현한다.

이는 김홍선 감독 역시 형제가 있기에 특히 공감했던 지점이다. 그는 "형제자매가 있는 분들은 감정적으로 얼굴만 봐도 느끼는 게 있는 걸 아실 거다. 싸우더라도 애틋한 게 있다. 또 워낙 두 배우분이 연기를 잘하시기에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또 애초 배드 엔딩을 생각했던 감독은 관객과의 호흡을 위해 상업영화적인 측면에서 타협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 형제와 가족이 겪은 결말을 통해 "살아 있어도 너무 힘들지만 이를 극복하고 그래도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단 감독이다. 또한 이를 통해 일말의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그렇기에 관객도 희망을 엿보길 바란단다.

유독 김홍선 감독의 작품에선 의외성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노장 배우 백윤식의 액션이나 임창정의 살벌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얼굴, 국민 아빠 성동일의 불쾌하고 섬찟한 변신까지. 매번 배우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탈피를 이끌어내는 감독이다. 이에 감독은 "기존 배우들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많은 감독들이 희망하는 걸 거다. 배우들을 천의 얼굴이라 하지 않나. 그런 천의 얼굴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저는 운 좋게도 그런 배우분들께 제안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배우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그런 신선함을 찾아내는 것을 흥미로워하면서도, 배우들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는다. 그의 굳건한 연출론이기도 했다. 자신을 믿고 결정해준 배우들이 어디 가서 절대 상처받지 않게 자신이 죽더라도, 배우들은 꼭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의 연출론에도 사람을 향한 마음과 배려를 우선으로 하는 김홍선 감독의 근원이 묻어난다.

김홍선 감독은 "사회 면에 나오는 르포나 안타까운 일들을 보면 늘 머릿 속에 남아있다. 그래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사회적인, 가족적인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온 감독은 다음 영화는 눈물을 펑펑 쏟을 수 있는 따뜻한 휴먼 영화를 해보고 싶단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근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전망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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