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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배성우, '1번 배우'가 되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8월 16일(금) 11:39

영화 변신 배성우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사악하기도 하고, 음흉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한없이 순박하거나 정직하다.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연기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지켜보기 흥미롭다. 차츰차츰 제 영역을 넓히더니 당당히 주연으로 우뚝 선 배우 배성우다.

배성우가 구마 사제가 됐다. 요즘 대세 장르, 대세 배우들이 꿰찬다는 바로 그 구마 사제 캐릭터다. 영화 '변신'에서 그는 형네 가족에 사람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숨어들자 이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거는 동생이자 삼촌 강구로 분했다. 특히 과거 실패한 구마 의식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인간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의 죄의식, 그리고 연약함. 그 깊은 내면 심리를 리얼하게 포착한 그다.

배성우도 그 지점이 좋았단다. 우선 대본을 볼 때부터 흥미로웠다. 하지만 당시엔 드라마 '라이브'를 바쁘게 찍던 중이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변신' 팀은 드라마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했단다. 배우로선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었고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배성우다.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은 구마 사제가 삼촌이라는 설정이 말해주듯 가족 악령물이란 점이다. 배성우는 "이런 소재의 장르 영화는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지만, 저희는 서스펜스물로서의 느낌을 부각하고 구마도 약간 독특하게 그렸다. 빙의라기보단 악마가 가족의 모습이 된다는 것에 중점을 뒀고 이를 위해 더 디테일하고 설득력 있게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변신'은 가족 안에 숨어든 악마 때문에 다정하고 듬직했던 엄마 아빠가 한순간에 소름 끼치는 행동을 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괴기스러운 행동을 일삼는다. 가장 가깝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족들의 이상 행동은 의심과 균열, 이로 인해 증오와 공포를 유발한다.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인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언제 어떻게 누구를 공격할지 모르는 숨 막히는 현실 공포를 그린 영화다.

실제로도 고통받는 극 중 가족들을 보며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는 배성우다. 막내 강훈이 악령이 깃들어 무섭게 돌변한 엄마의 행위를 보며 우는 장면에서 "너무 서럽게 울어서 지켜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딸들의 모습이나 동일 선배와 영남을 보고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애초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감성이 풍부한 그이기에 더 깊이 공감한 탓이다. 특히 형제 호흡을 맞춘 성동일과는 '라이브' '안시성' '사랑하기 때문에'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하며 더 각별한 정이 있던 터라 이들 형제의 전사가 배제된 상황에서도 서로 마주하는 눈빛과 대사만으로 애틋하고 뭉클한 감정을 고조시켰다.

그는 "성동일 선배와 마음 아프게 주고받는 대사가 많았다. '라이브' 때도 그랬지만 이번엔 특히 더 감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동일 선배가 그동안 아빠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번 아빠의 느낌은 소시민적인 아빠이긴 했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났다. 악령이 변신해 다른 존재를 표현할 때도 억지로 낙차를 두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고 정확하단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스스로 자평하길 저는 테크니컬 한 스타일이 아니란다. 하지만 성동일이 눈을 보거나 표정, 동선과 그림 등이 전부 대사로 표현되고 이런 것들이 모여 순간의 공기를 이뤄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단다. "그 부분이 연기하며 정말 짜릿했던 것 같다"는 그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애처롭고 먹먹한 감정을 유발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절제한다. 이를 두고 배성우는 "엔딩 신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서스펜스물의 성격을 띤 영화인데 이런 정서들로 연결이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고 이를 몰입하게끔 끌고 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배우 욕심으로는 배우가 울면 관객도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게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지길 바랐다고.

영화 변신 배성우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실제로도 그는 감성이 풍부하다. 영화 '어바웃타임'이 단순한 로맨스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결국 보다가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 심지어 커피숍에서 이어폰을 꽂고 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소리 내 울었다고. "정말 좋은 영화였어"라며 여운에 잠겨 있는데 쪽지가 한 장 있더란다. 다른 손님이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너무 울고 계셔서 다 우시면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남긴 것이었다. 퍽 민망하면서도 웃긴 상황이다. 일상생활에선 안 그렇지만 작품을 보면서 많이 우는 편이란 배성우다. 특히 '라이브' 할 때도 감정을 확 건드리는 단어들이 많아 연기하며 울음을 잘 참아야겠다고 자신을 다잡은 적도 여러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눈물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며 너스레다.

하지만 연민과 이해와 공감, 이로 인한 감정의 동요를 순수하게 표현하는 그에게서 따스한 인품의 향기가 풍겨 나온다. 소위 말하는 '1번 배우', 즉 처음으로 이름이 나오는 주연의 위치에 올라도 배성우는 한결같다. 그는 "저 혼자 끌어가는 역할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있고 서로 맞물려 톱니바퀴 돌듯 했다. 롤이 커지면 작품 전체를 보게 되지만, 저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 작품과 함께 가는 위치고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간단 느낌이 좋다"고 했다. 특히 "연기할 때 달라진 건 없다. 캐릭터의 이유와 목적, 상황까지 생각해서 최대한 설득력 있게 해보려고 늘 노력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저만의 강점에 대해 말하길 유독 쑥스러워하던 배성우는 "솔직히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땐 저만의 특이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지날수록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 그런 친근함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고 그게 제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며 겸손하게 자평했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그였다.

영화 변신 배성우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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