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차가워진 한일 관계가 스포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농구, 프로배구 구단들은 당초 예정됐던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한국 팀이 불참하거나,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 일본 팀의 초청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주말 골퍼들 역시 'NO 일본'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산 골프용품은 주말 골퍼들의 최고 애장품이었다. 뛰어난 성능을 갖춘데다 한국인의 체형과도 비교적 잘 맞아, 클럽부터 골프공, 골프웨어 등 다양한 일본산 골프용품들이 주말 골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 사이트인 '노노재팬'은 온오프골프, 혼마, 던롭골프 등의 일본 골프업체들을 불매 대상으로 게재했다. 더불어 빈폴 골프,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까스텔바쟉 등 일본 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해외 업체들을 소개했다.
주말 골퍼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들은 '노노재팬'에 게재되지 않은 일본 업체들의 리스트까지 댓글로 추가하는 한편, 국내 업체 제품의 이용후기를 공유하며 일본 골프용품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노노재팬'뿐 아니라 골프 커뮤니티와 블로그, SNS 등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존에 구매했던 일본 골프용품은 사용하되, 새로 구매하지는 않겠다'는 주말 골퍼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본 골프용품 때문에 창피해서 골프치러 가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일본 골프용품 불매운동의 기세가 이렇게 거셌던 것은 아니다. 다른 상품들에서 먼저 일본산 불매운동이 펼쳐졌을 때도, 주말 골퍼들은 일본산 골프용품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일본 아베 정부가 기어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의 기세가 더욱 거세졌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불매운동의 영향을 덜 받았던 골프용품 분야까지 불이 붙었다.
국내 골프 관련 업체들도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골프클럽 업체는 일본산 클럽을 가져오면 국산 클럽으로 보상판매하는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다. 아예 일본 골프여행 상품의 판매 중단을 선언한 골프여행업체도 나왔다.
처음 불을 붙이긴 어려워도, 한 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일본 골프용품 불매운동의 불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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