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숱한 작품이 있었다. 당시 선조들의 고난과 희생으로 우리가 일상을 살고 있음을 되새길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다. 이름도 없이 숫자로만 기록돼 있지만 통쾌한 승리를 담은 '봉오동 전투'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제작 빅스톤픽쳐서)는 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항쟁을 그렸다. 원신연 감독은 첫 승리의 역사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고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는 일본에 치욕스러운 패배이기에 자료로 남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일본 군인은 "이 사실이 저 들의 입으로 기록되지 않게 하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점에서부터 우리는 '봉오동 전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조차 두려워한 독립군의 위대한 승리. 이 가운데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숫자로만 기록된 독립군의 여정을 담은 '봉오동 전투'다.
영화는 독립군 이장하(류준열)가 홀로 일본군을 상대로 유인책을 펼치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장하는 일본 군을 교묘히 약올리며 죽음의 골짜기인 봉오동으로 이끈다. 여기에 임시정부에 자금을 전달하는 중간 과정을 맡은 황해철(유해진)과 마병구(조우진)가 이장하를 도우며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투가 이어진다. 그러나 전투 내내 드는 의구심은 과연 봉오동 골짜기에 독립군이 존재할 수 있을지다. 극 중에서도 독립군 수가 몇 명인지를 두고 두려워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했다. 누군가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 백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장하가 아무리 죽을힘을 다해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로 이끈다고 하더라도 싸울 독립군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장하는 장군님의 말씀이라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려 한다. 이런 이장하를 황해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황해철은 어린 시절 일본군의 수류탄에 의해 동생을 잃은 후 사람 목숨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더군다가 황해철은 동생을 보낸 후 이장하를 동생 삼아 훈련시켜 그에게 갖는 감정이 더욱 애틋하다. 황해철은 계속해서 이장하에게 작전을 포기하라고 권유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그를 돕게 된다.
극 중 인물이 갖는 불안감은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일본군은 아무리 죽어나가도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황해철이 말하듯 "일본군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해도 우리 독립군의 숫자는 파악할 수 없다. 어제의 농민이, 어부가. 학생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목적과 메시지가 모두 담긴 대사다.
영화는 '봉오동 전투'의 짜릿한 승리는 물론 이름없는 독립군이자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그 가치를 담아낸다. 그렇기에 전시 상황을 배경과 소재로 삼았음에도 다양한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든다. 황해철은 평소 실없이 웃고, 장난도 자주 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커다란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벤다. 마병구는 원래는 도둑이었지만 황해철을 만난 후 항일운동에 눈을 뜬 인물이다. 그는 빼어난 사격술과 일본어 통역을 도맡으며 황해철의 오른팔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티격태격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이장하는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으로 각을 지키며 묵직한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수많은 캐릭터들의 다양한 인간상을 그리며 인간 내면의 감정을 보여줬다. 개똥이(성유빈)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던 순간부터 일본군에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는 분노에 가득 찼다. 춘희(이재인) 역시 어린 동생을 눈앞에서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런 그들에게 일본군 포로 유키오(다이고 코타로)는 눈엣가시다. 두 사람은 유키오를 미워하면서 동시에 연민한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유키오 역시 초반에는 일본 군대에 대한 동경으로 자원입대했으나 그들의 잔혹함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특히 위기의 순간 유키오는 개똥이를 살리고 스스로 죽으려 했고, 개똥이는 유키오의 손을 풀어주며 자유를 줬다. 국가와 국가의 감정이 아닌, 개인과 개인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묘사한 것이다.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세 사람은 묵묵히 그렸다.
최근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에 나섰고, 이에 국내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총, 칼은 들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이며 전쟁이다. '봉오동 전투'가 이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시국과 맞물려 떠올릴 수밖에 없다.
웅장한 전투씬과 감동, 그리고 웃음으로 무장한 '봉오동 전투'는 현 시국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통쾌함과 뜨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8월 7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