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배우 류준열은 항상 바쁘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후 쉼 없이 달렸다. 그러면서도 '익숙함'을 경계한다는 류준열.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학창시절 낡은 연기 수첩까지 펼쳤다는 그에게 '봉오동 전투'는 피, 땀, 눈물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영화 '택시운전사', '독전', '뺑반', '돈'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 그는 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는 '봉오동 전투'(연출 원신연·제작 빅스톤픽쳐스)에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이장하를 연기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사격을 배우고 생애 첫 와이어 액션에 도전한 류준열이다.
'봉오동 전투'는 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펼쳐진 무장항쟁을 담았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작품 선택에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류준열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고 작품에 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이런 대본을 받은 배우는 행운이겠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일제강점기 영화들과는 다르게 승리의 역사가 아니냐. 제안받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며 "대본을 받았을 당시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냥 좋은 작품이구나 싶었다. 봉오동 전투를 교과서에서 본 것을 기억해 영화화 시킨다니 괜찮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던 류준열은 이내 가슴 뜨거운 감정이 피어올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나라 뺏긴 기분이 무엇인지 공감이 잘 안됐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잘 살고 있는데 그게 어떤 기분일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며 "돌이켜보면 100년도 안 된 일이 아니냐. 이분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공감을 하며 작품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게 된 계기는 나라 뺏긴 심정을 어머니를 잃은 심정과 비교했을 때라고 전했다. 만약 어머니를 뺏긴 것과 같은 심정이라면 처참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다시 찾고 싶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그는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진 후 독립군에게 더욱 공감했다.
이렇게 캐릭터에 스며든 류준열은 이장하를 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첫 등장 신의 눈빛을 신경 썼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 첫 등장하는 이장하를 두고 청명한 눈빛이 돋보인다고 적혀있었다. 독립군들의 사진을 보면 비록 행색은 남루할지라도 다들 눈빛은 청명하지 않냐. 이거다 싶었다. 청명한 눈빛을 표현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이장하는 독립군 분대장으로 정규 군인이다. 류준열을 이를 구사하기 위해 서 있는 것 하나까지 군인 같은 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인 역할이다 보니 대사도 별로 없고 눈빛과 자세로만 표현해야 했다"며 "그러나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들이 해주신 말씀들이 떠올랐다. 교수님은 배우들한테 잘 서 있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하셨다. 이때 연기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다닐 때 썼던 연기 노트도 다시 펼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황해철(유해진)이나 마병구(조우진)는 극 중에서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줘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면 이장하 같은 경우 그들과 못 섞이고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항상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을 지양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너무 딱딱한 것 같았다. 각이 질 때는 지더라도 평소에는 부드러울 수 있지 않나 싶었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 방을 가장 많이 찾은 것 같다. 조언을 구했는데 지금 딱딱한 모습이 감독님이 생각하시던 장하라고 하셨다. 이해는 됐지만 속상했다. 그런데 마병두 대사 중에 '우리는 쟤랑 달라. 쟤는 각이 있어' 이런 대사가 있다. 애드리브였다. 조우진 선배님이 저렇게 대사를 해주심으로써 이장하가 정의된 거였다. 내 고민을 선배님들도 알고 계시구나라고 생각해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류준열은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부드럽고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연기를 펼치고 싶었다는 그는 결국 배우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재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다른 배우들과 만났는데 너무 딱딱한 느낌이었다. 희석시켜야 될 것 같았다. 황해철, 마병구와의 관계도 좀 더 부드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르고 졸라서 다시 찍었다. 살포시 웃는데 이 장면 덕분에 뒤는 조금 더 힘을 주고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류준열은 감정적으로 이장하를 그리기 위해 노력한 것만큼 액션신을 찍기 위해서도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첫 와이어 액션에도 도전했다. 그는 "와이어를 쭉 당기면 쑥 올라가더라. 땅에서 발이 떨어진 지 꽤 됐는데도 많이 올라갔다. 당긴 사람이 놓으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스태프와의 신뢰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백발백중의 총술을 완성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사격 연습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기관총을 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다소 어려움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기관총 자체가 무거웠다. 실제 총이다. 실탄을 넣으면 나가는 거다. 우리는 물론 공포탄으로 촬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관총이라는 게 연속으로 드르륵 나가야 되는데, 고장이 잘나서 5발 쏘면 멈추더라"며 "고치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촬영도 거의 하루 종일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류준열은 총알이 제대로 나가지 않아 얼굴로 셀프 진동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얼굴 근육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장면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봉오동 전투'는 총을 쏘고, 산을 타는 등 어려운 촬영이 주를 이룬다. 상시 의료팀이 대기를 하며 배우들의 컨디션을 봐준 덕분에 부상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뛰는 장면이 있었을 때는 의료팀이 직접 마사지까지 해줄 정도였다고 한다. 배우의 컨디션이 나빠지면 촬영 일정이 밀리니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어려운 촬영을 마친 류준열은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그는 "차기작은 아직 안 정해져 있다. 의도된 상황은 아니지만 어떻게 맞물렸다. 팬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쉬는 게 나랑은 도통 맞지 않는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무얼 해야 될지 모르겠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항상 익숙함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쉬면서 생각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데뷔 후 쉴 틈 없이 달려온 류준열은 항상 익숙함을 경계하며 새로움에 도전했다. 다작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어려울 터. 그러나 류준열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이겨냈다. 앞으로도 그가 보여줄 연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