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해마다 많은 신인 배우들이 라이징스타 대열에 합류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며 스스로 ‘라이징스타’라는 수식어를 떼기는 쉽지 않다. 그 가운데 배우 우도환은 왔던 길을 돌아가듯 스타가 아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사자’(감독 김주환·제작 키이스트)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우도환은 박서준과 전혀 밀리지 않는 절대 악의 존재 검은 주교 지신을 소화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앞서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던 우도환은 ‘위대한 유혹자’ ‘매드독’ 영화 ‘마스터’ ‘사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진정한 배우의 태로 관객 앞에 당당하게 나섰다. 우도환은 스크린 주연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으로 “아버지가 ‘살면서 몇 번이나 아들의 영화를 볼 수 있겠냐’ 하시더라. 그래서 ‘10번은 넘겨야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내 직업을 좋아한다. 가족들 앞에서는 더 부끄럽고 어색하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을 보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들 앞에서는 아들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전했다.
우도환은 영원히 영화 개봉일이 안 올 줄 알았다면서 영화 홍보에 나서는 심정을 전했다. 그는 “떨리면서도 굉장히 재밌다. 직접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잘 없다. 직접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고 감격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우도환이 처음 타이틀롤을 맡게 된 ‘사자’를 두고 사실은 거절할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자’를 제의 받았던 시기가 하필 많이 약해져있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우도환에게 ‘사자’의 첫인상은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라틴어로 쓰인 강렬한 첫 지문 탓일까. 우도환은 도전하기 무서운 마음에 선뜻 작품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결국 우도환은 거절하기 위해 김주환 감독을 만나러 나갔다고 토로했다.
“사실 ‘나가서 거절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나갔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 그래서 김주환 감독에게 직접 말했다. 그러자 김주환 감독은 내게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안다면서 배우와 맞춰가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했다. 대사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인물이라 설명을 들었다. 이는 도전을 하고 싶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바짝 긴장해 쥐고 있던 손을 필 수 있었다. 그렇게 ‘사자’가 손을 내밀었다.”
앞서 김주환 감독은 우도환을 두고 “완벽한 캐스팅”이라며 “선과 악의 완벽한 미드필더 같은 존재”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우도환은 “만약 김주환 감독이 특수분장이 있다고 미리 말했다면 작품을 더 고민했을 것”이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세상에 악을 퍼트리는 검은 주교 지신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도환은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지신을 두고 “서사가 없어서 좋았다. 설정에 얽매인다면 나중에 연기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신은 전혀 갈등이 없는 인물이다. 일차원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도환에게 ‘사자’는 앞서의 걱정처럼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첫 촬영부터 어려웠다는 우도환은 당시를 회상하며 “긴장한 탓에 호흡을 많이 하지 못했다. 몸으로 대화를 많이 하는 장면이었다. 어깨가 많이 아팠다. 서 있지 못하고 상체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다. 담도 걸리곤 했다”고 전했다.
극 중 우도환은 박서준과 두 차례, 안성기와는 한 차례 밖에 만나지 않는다. 결국 그 혼자서 이야기를 채워가야 했던 셈이다. 우도환은 매 장면마다 감정의 최고치로 시작한다는 스스로의 규칙을 설명했다. 강할수록 더 살아나는 캐릭터의 특징상 액션부터 감정까지 모두 강렬해야 했고, 항상 최고치로 연기를 해야 했던 것. 이에 우도환은 김주환 감독이 단 한 번도 감정을 줄이라고 한 적 없었다는 최고의 칭찬을 전했다.
앞서 우도환은 개성 있는 마스크와 신인 답지 않은 유려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누군가는 그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어온 대기만성형 배우였다. 이는 우도환이 불현듯 나타난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의미다. 처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길고 긴 기다림이 있었다.
“그간 꾸준히 오디션을 봤다. 1개월 안에 오디션을 4개 이상 본 적도 있었다. 이후 ‘구해줘’를 하게 됐다. 사실 영화, 드라마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구해줘’ 직후 ‘매드독’에 들어가면서 쉴 틈이 없었다. 끊임없이 작품을 이어온 셈이다. 지금 돌아보니 체력적인 부담보다 내가 너무 급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본 순간, 우도환은 그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가 너무 컸다고 전했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변하면서 우도환은 이따금씩 초조해졌고, 또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왔다고. 지금의 객관성은 그때의 조바심 때문에 생겨난 버릇이다. 그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가 관심을 받다보니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여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변화가 너무 확 다가온 것이다. 당시 그런 생각들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그때 내가 너무 날 서있지 않았나 싶다. 옆도 보고 행복하게 지냈어야 했는데 여유롭지 못했다. 내가 언젠가 가져야 하는 순간이 조금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우도환은 주변으로부터 “지금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신인 배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여유로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빨리 깨우쳐서 다행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 시점에서 ‘사자’를 만났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현장에서 임하는 자세가 제일 많이 달라졌다.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혼자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1, 2년 사이에 참 많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우도환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내면을 지녔다. 그 바탕에는 우도환 만의 정체 모를 노트가 있다. 낙서장이면서도 연기노트, 우도환의 일기장에는 그가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의 일기에는 연기를 했던 당시부터 최근 지신에 대한 고민, ‘사자’ 첫 무대 인사를 돌 때의 기분까지 빼곡하다. 이를 두고 ‘판도라의 상자’라 표현한 우도환은 현재의 고민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요즘 그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걱정이 참 크다고.
이에 우도환은 “내년 5월까진 드라마 활동을 이어간다. 꼼짝 없이 정신 잘 차려야 한다. 반년 뒤에는 이십대가 끝난다. 사실 20대가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1년만 더 있다가 30대가 되고 싶다. 주변에서는 ‘30대도 똑같다’고만 한다. 어린 후배를 보면 좋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30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참 고민이 많다”고 고백했다.
우도환은 연기자로서 참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도환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가 생각했을 때 좋은 작품, 좋은 연기 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었다. 다만 우도환은 답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누군가를 미소짓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 100명 중 1명이라도 그의 작품을 보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우도환은 정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정진하고, 답을 찾아 여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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