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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나랏말싸미' 창작의 자유? 결이 달라 위험" 경고 [전문]
작성 : 2019년 07월 31일(수) 15:44

사진=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한글문화연대 측이 영화 '나랏말싸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31일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논평을 통해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제작 영화사 두둥)의 왜곡 논란을 지적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영화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을 제대로 알자'란 논평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사실과 다른 허구를 바탕으로 삼는 일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역사의 줄기까지 허구로 지어내는가, 세부 사정만 허구로 그려내는가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역사의 줄기를 허구로 지어낼 때 심각한 역사 왜곡을 저지를 수 있음을 경고하며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 주역을 신미대사로 그리는데 영화는 이런 가정을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믿는 감독의 소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일반적인 창작의 자유와는 결이 다르고 위험하다"고 했다. 또한 이같은 감독의 의도에는 세종의 한글 창제 사실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게 아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의 주역이며, 신미대사도 집현전 학자들도 결코 주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조현철 감독은 "수십 년간 세종대왕과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고 했다.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다. 그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지,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다"며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명한 바 있다.

◆ 이하 한글문화연대 공식입장 전문 ◆

영화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을 제대로 알자

영화나 연극, 방송극, 만화 등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사실과 다른 허구를 바탕으로 삼는 일은 어쩔 수 없고, 상상력의 작동이라는 측면에서는 허구가 창작의 본질일 수도 있다. 물론 역사의 줄기까지 허구로 지어내는가 세부 사정만 허구로 그려내는가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 경계가 어디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역사의 줄기마저 허구로 지어내는 순간 우리는 그러한 창작이 심각한 역사 왜곡을 저지를 수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주역을 '신미대사'로 그리고 있는데, 이 영화는 이런 가정을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믿는 감독의 소신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일반적인 창작의 자유와는 결이 다르고 위험하다. 이미 국어학계와 역사학계에서 정설로 자리 잡은 세종의 한글 창제 사실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자칫, 세종을 남의 수고 가로채 자기 위신 세우려는 나쁜 임금, 못난 임금으로 몰아갈 위험이 매우 높다. 세종 시대의 사회 발전을 이루어낸 과학기술, 음악, 의학 등의 성과물에는 장영실, 이천, 박연 등 그 주역이 역사에 등장한다. 그렇듯이 조선왕조실록에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나오는 것은 오로지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영화나 방송극에서 역사를 배우려 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런 역사물을 볼 때에는 더더욱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길, 대중매체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함께 다루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밝힌다. 특히 두 가지만은 분명하게 아는 게 좋겠다.

첫째,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은 세종대왕임이 이제는 학계의 정설이다. 신미대사는 물론이요, 집현전 학자들도 결코 주역이 아니다. 훈민정음을 전공한 국어학자들이 쉽게 쓴 책을 참고하길 권한다.

둘째, 영화 막판에 훈민정음 서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가 109자였는데 여기서 1자 줄여 108자로 만들어 훈민정음 창제 주역인 신미대사의 공을 기린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서문은 세종이 아니라 세조 때 나온 ‘언해본’ 즉 우리말로 풀어 한글로 적은 훈민정음 언해본의 서문이다. 영화에서는 당초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이 그랬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세종 때 지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 서문은 한자로 적은 한문 문장으로, 글자 수는 54자이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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