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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대작들 사이에서 당당히 어깨 견줄 자신감 [무비뷰]
작성 : 2019년 07월 31일(수) 09:00

영화 엑시트 / 사진=엑시트 스틸컷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한국식 재난영화의 발전과 진화, 그 시작점에 영화 ‘엑시트’가 서 있다.

‘엑시트’(감독 이상근·제작 외유내강)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앞서 조정석과 임윤아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조정석은 대학 시절 왕성한 산악부에서는 에이스로 통했지만,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면서 집안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캐릭터 용남으로 분해 보는 이들에게 공감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임윤아는 대학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며 길러온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의주 역을 맡았다.

먼저 ‘엑시트’는 ‘엑시트’ 만의 밝은 에너지를 힘차게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착한 영화’를 향한 감독의 굳건한 의지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릭터들의 전사 혹은 엔딩 후의 미래가 아니다. 오로지 고군분투하는 두 청춘의 거친 달림박질 뿐이다.

영화는 재난 속 탈출이 목표이기 때문에 인물들은 끝없이 달리고 또 오르고 뛴다. 그럼에도 반복은 없다. 방금 봤던 두 인물이 방금처럼 똑같이 달리는 장면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재난 영화 속 으레 볼 수 있는 연민과 안타까움이 크게 섞이지 않았다는 점도 작품의 특징이다. 또 주인공들이 심각한 하루를 겪고 난 후 성장하거나, 회복하는 과정을 특별히 다루지도 않는다. 이는 한국식 재난 영화 속 클리셰를 아주 뻔뻔하게 탈출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엑시트’는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배열해 낯설지 않은 신선함을 배출한다.

‘엑시트’는 신예 감독들의 등용문인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3회나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이상근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상근 감독은 입봉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장르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또 훌륭하게 구성했다. 가장 큰 예시로 ‘엑시트’는 의주(임윤아)를 재난 영화 속 하나의 관습처럼 자리 잡은 여성 캐릭터로 두지 않았다. 오히려 용남(조정석)이 주저하는 순간 먼저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결코 가련하거나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 아니다. 대의를 위한 선택을 주저하지도 않는 이 인물을 통해 관객들은 어렴풋한 영웅의 표상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남자 주인공인 용호 역시 너무나 익숙한 친밀감으로 이야기 흐름을 쥔다. “여기서 나가면 저렇게 높은 건물로 된 회사에만 원서 낼 거야”라고 외치는 용호의 모습은 조정석이기에 완벽히 전달된다.

영화 엑시트 / 사진=엑시트 스틸컷


‘엑시트’의 주 무기는 거창하지 않다. ‘해운대’처럼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지도 않고 ‘부산행’처럼 압도적인 좀비 떼도 없다. 하지만 ‘엑시트’에는 평범함이 있다. 엘리트나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요원이 아닌 소시민 주인공이 평범한 무기(쓰레기 봉투, 박스테이프 등)로 국가 재난 상황을 파헤친다.

간소하면서도 단순한 이 플롯은 아이러니하게도 거창하고 화려한 극장가 텐트폴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엑시트’에는 악역도, 갈등도 없다. 갈등이 없으니 해결도 없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대사 하나하나가 아니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장면들은 시간 순서대로 나열됐지만 그 과정이 주는 신선한 분위기는 유일무이한 매력이다. 또 리듬을 결정하는 장면들의 흐름도 큰 무기다.

아울러 배우들의 호연 역시 ‘엑시트’의 장점 중 하나다. 특히 ‘엑시트’로 스크린 첫 주연작을 맡은 임윤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발휘해냈다. 그간 드라마, 영화 ‘공조’에서 배우 임윤아로 거듭났던 그는 새로운 필모그래피의 탄생을 알릴 예정이다. 조정석 역시 기대치에 확실히 부응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끊임없이 존재감을 과시 중인 그는 이번 ‘엑시트’ 역시 출중하게 소화해냈다. 두 사람 간의 ‘케미스트리’ 역시 완벽하다. 서로를 밀고 끌어주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선사한다.

이처럼 신선함과 낯설음으로 무장한 ‘엑시트’는 한국 재난 영화의 장르적 발전, 그 길 앞에 서있다. 이는 ‘나랏말싸미’ ‘사자’ ‘봉오동전투’ 등 대작들 틈에서도 ‘엑시트’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작품은 31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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