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엑시트’ 속의 그를 표현하는 단어를 꼽자면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야 마는 여성 히어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배우 임윤아의 이야기다.
'엑시트'(감독 이상근·제작 외유내강)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극 중 임윤아는 대학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며 길러온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회장 행사를 불철주야 도맡아 하는 의주 역을 맡았다. 재난 상황을 탈출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임윤아는 몸을 불사르며 촬영에 임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유난히 힘들었던 촬영현장을 두고 임윤아는 “건물을 타고 올라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 높이가 있는 건물 사이를 밧줄로 건너기도 했다.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첫 스크린 주연작 인만큼 임윤아에게는 나름의 걱정이 있었다. 작품은 사상 초유의 유독가스 테러 사태를 중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상상으로만 연기해야 한다는 것. 이를 두고 임윤아는 “이런 재난을 생각해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다. 오로지 상상으로만 움직여야 했다. 촬영 당시 눈 앞에 연기가 조금씩 깔릴 때도 있었지만, 전혀 안 보일 때도 있었다. 상상으로만 하는 연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고민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극 중 임윤아는 재난을 몸으로 마주하는 연기를 아주 톡톡히 해내고야 만다. 장면 장면을 넘어갈 때마다 임윤아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특히 현실적인 선택을 앞두고 뒤돌아서 눈물을 머금는 장면은 관객들의 뇌리에 임윤아라는 배우를 단단히 박아놓는다.
극 중 의주는 용호와 함께 가장 첨예하고 강력한 위기를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임윤아는 재난영화 속 성비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여자 주인공이 아닌,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주인공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특히 이상근 감독은 임윤아를 두고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뛴 후에도 한 번 더 일어나 다시 뛰는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임윤아는 스스로의 최대치 그 이상을 발휘하며 강력한 장면 장면을 완성시킨다. 한계치에 다다른 그 순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하는 성격이다. 힘들다는 이유로 만족했더라면 사람들은 그 모습이 임윤아의 최대치라 생각할 것이다. 나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 싫어 더욱 욕심을 부린다. 덕분에 어떤 평가를 받아도 아쉬움 없이 잘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임윤아는 평가에 있어서만 수용적이라면서 스스로의 연기는 부족함 투성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제 연기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항상 촬영할 때도 제 최대치를 보여드리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보면 매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할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현장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후회나 아쉬움은 없지만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임윤아는 아쉬움과 부담감은 별개라 선을 그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부담은 결과를 걱정했을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감정이라고. 임윤아는 스크린 데뷔작을 준비하며 큰 욕심 없이 이야기 안에 잘 어우러지기만을 바랐다고 전했다. 더욱이 개봉을 앞둔 지금을 즐길 수 있는 까닭이다.
이날 임윤아는 연기자 데뷔 12주년을 맞이하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는 소녀시대 데뷔 직전인 지난 2007년 드라마 '9회말 2아웃'에서 신주영 역할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이에 임윤아는 “데뷔 12주년 파티를 했다. 연기를 하다가 데뷔를 했지만 항상 소녀시대를 기준으로 첫 데뷔일을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소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연기를 시작한지 12년이 돼서야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된 것에 대해 팬들은 궁금증을 던지기도 했다. 그간 꾸준히 '천하일색 박정금' '너는 내 운명' 등 다수의 드라마 활동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던 임윤아였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짙어질 수밖에. 이에 대해 임윤아는 “일부러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 짓고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공조’를 만나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주인공이나 비중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성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공조’는 신선한 작품이었다. 이번 ‘엑시트’ 역시 마찬가지다. 극 중 의주는 굉장히 능동적이고 책임감 넘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문득 ‘엑시트’는 임윤아가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났고 또 하나의 장르를 소화했다는 것 외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궁금해졌다. 이를 두고 임윤아는 “사실 도전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였노라”고 답했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새로운 임윤아의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엑시트’는 임윤아에게 신선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공조’ 이후 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셈이다. 다만 새로운 모습을 일부러 보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성장해나가는 임윤아의 모습을 많이 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임윤아의 성장하는 시간을 대중들과 공유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성장기’.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12년 간 꾸준히 계단을 밟아온 임윤아의 모습과 일맥상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임윤아는 섣부르게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전작과 미묘한 차이를 두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낯설지 않게 다가가는 것. 과감하거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역시 임윤아가 걸어온, 또 앞으로 걸어올 길이라면 신뢰가 느껴진다. 배우가 내리는 선택이야말로 그의 성격이 단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임윤아가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는 ‘낯설지 않음’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범위 안에서 조금씩 알을 깨고 움직였고 마침내 ‘엑시트’를 통해 한껏 발산될 전망이다. 임윤아는 현재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다. ‘공조’가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면 ‘엑시트’는 대중들에게 소녀시대 윤아가 아닌 임윤아의 가치를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그는 이제껏 전개 과정을 거쳐 왔고 이제 화려하게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임윤아의 에너지로 꽉 찬 영화 ‘엑시트’가 기대를 모으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