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다방면에 걸쳐 재주가 좋은 능력 있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팔방미인'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려는 노력. 이것이 배우 최무성을 '팔방미인'으로 만든 힘이다.
최근 종영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은 125년 전 이 땅을 뒤흔든 민초들의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민중역사극. 극 중 최무성은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민초의 영웅인 녹두장군 전봉준으로 분해 시대를 고뇌하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가 전봉준을 택한 이유는 그냥 당연한 것이었다. 최무성은 "누구에게나 믿음을 주고 그 사람 말이라면 어떤 말이든 믿고 따를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전봉준은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나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전봉준은 그간 영화, 드라마에서 거의 다뤄진 적 없는 인물이기에 최무성의 연기가 곧 전봉준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 심지어 실제로 녹두장군 전봉준은 왜소한 체격을 갖고 있었기에 몸집이 큰 최무성의 캐스팅에 의아함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최무성 역시 이런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는 "처음에는 공포심이 있었다. 실존 인물과 똑같이 생길 필요는 없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 어느 정도 몰입이 돼야 하지 않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그가 기댈 곳은 오로지 대본뿐이었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전봉준이 처한 상황과 대사들을 어떻게 소화할까에 대한 고민에만 집중했다. 대본을 통해 편견에서도 벗어났다. 전봉준은 전라북도 출신이지만 극 중에서 최무성은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았다. 백이강(조정석)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진한 사투리를 사용했지만 전봉준은 예외였다.
그는 "꼭 사투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사투리를 부분적으로 아주 잠깐 쓴 적은 있는데 기본적으로 표준어로 가자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표준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편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봉준의 대부분의 대사는 무게감 있고 서사가 있어서 사투리가 되면 표현하기 어려워진다"며 "저도 고민은 됐지만 전달에 있어서도 그렇고 극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표준어로 하신 것 같다"고 작가의 표현을 존중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렇듯 극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전봉준을 연기한 최무성. 그는 자신이 영웅이나 위인을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지만 '녹두꽃'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전봉준도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인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좋은 세상 안에서 살고자 하는 건 당연한 권리고 당연한 감정"이라며 "작품은 '왜 만들려고 하는가'에 집중하는 게 맞다. 저는 위인이나 영웅인 전봉준이 아니라 그의 이면에 대해 보려고 노력했다. 제가 그린 전봉준은 민초들이 뭉쳐서 억울함을 덜고 좋은 세상을 살기 위한 노력의 선봉에 서는 인물 정도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무성의 캐릭터 연구와 노력 덕분일까. '녹두꽃'은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역사책 속에 있던 민초들의 저항정신인 동학농민운동과 '인즉천' 사상을 드라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최무성은 이러한 호평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녹두꽃'을 제대로 된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
그는 "작품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부족함 없이 최대한 인력을 많이 동원하려 했다. 배우도 스태프도 '의미 있는 작품이니까 잘 만들어보자'는 그런 의기투합이 있었다"며 "감독님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찍는 장면의 의의를 설명하시고, 다 같이 좋은 작품 만들겠다고 노력한 면이 크다. 평가가 좋아 기쁘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녹두꽃'. 드라마는 끝났지만 최무성의 '열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영화 '뜨거운 피' 촬영으로 계속 바쁠 예정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린 이후 쉴 새 없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최무성이다. 사실 그에게 '열일'의 원동력은 바로 연극 무대다. 영화, 드라마 연기로 바쁜 와중에도 그는 연극 무대를 잊지 않는 부지런한 연출가다. 그는 최근까지 극단 신인류를 이끌며 다양한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최무성에게 연극이란 한마디로 '재충전'이다. 그는 "연기와 연극 연출이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연출을 하다 보면 자극받고 반성하게 된다"며 "내년에도 작품 하나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극으로 데뷔해 연극에 매진하다 서른다섯 살에 영화, 드라마로 발을 넓혔다. 그렇기에 연극은 그의 시작점인 것. 실제로 연극을 연출하며 키운 대본 해석력은 출연하는 역할마다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축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최무성은 연기를 향한 의욕과 열정이 사그라들 때면 다시 시작점을 찾는다고. 그리고 이것은 곧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새로운 꿈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는 연극 연출에 이어 매체 연출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무성은 "연기를 계속하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면 영화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시나리오가 아닌 습작"이라고 귀띔했다.
연기로 시작해 연출, 그리고 작사까지.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최무성은 늘 변화하는 사람이고 싶다.
"대중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 3개월여, 영화는 약 2시간을 투자해요. 저는 대중의 시간 일부를 공유하는 셈이죠. 대중이 어렵게 낸 시간 안에서 내 연기와 작품이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요. 그래서 항상 좋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연구하죠. 이전의 연기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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