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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모퉁이 작은 카페 '버블커피' 대표 이민선
작성 : 2014년 08월 25일(월) 15:52

이민선 대표

[스포츠투데이 이채민 기자] 커피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테이크아웃 아이스커피 한 잔으로 고단한 일터의 시름을 달래는 모습은 이미 흔한 풍경이다. 이제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커피와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여유, 그리고 커피 한 잔 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생활습관은 어느덧 대한민국의 문화가 됐다.

서울 충무로 사거리 한 모퉁이에 갤러리 느낌이 나는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벽에는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고, 재즈 음악의 선율이 편안하게 흘러나오는 공간, 2009년 오픈한 ‘버블커피’는 주인장 이민선 씨의 쾌활한 웃음을 닮아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늘 즐거움을 준다.

“충무로에서 버블커피를 운영한지 횟수로 5년째예요. 그동안 그림과 사진 전시를 계속하니까 제가 예술을 전공한 줄 알아요. 하하. 사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대기업을 다닌 직장인이랍니다. 한 때 인사동 갤러리에서 근무했던 제 경험도 있고 사진작가인 친오빠의 도움도 있었기에 가게에서 그림을 전시할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오빠의 작품을 전시했어요. 그 후로 사진의 메카인 충무로를 찾는 많은 사진작가와 화가 여러분의 동참으로 지금까지 릴레이 전시를 하게 된 거예요.”

오진목 작가의 그림 (문의 02-2266-2806, www.illust.net)


전문 갤러리가 아닌 카페에서 5년째 릴레이 전시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민선 씨 특유의 친화력이 큰 몫을 했다. 어떤 고객과도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 손님의 특징을 잘 잊지 않는 그의 장점은 많은 ‘버블커피’ 단골을 만들어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요. 그러다가 예술을 하는 분들도 만나게 됐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 가게도 훌륭한 전시 공간이 되겠더라구요.”

단 일주일 전시를 위해 부담스러운 임대료를 갤러리에 지불해야 했던 예술인들에게 ‘버블커피’는 무료로 자신의 작품을 많은 관객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고마운 공간이 됐다. 고객들도 멀리 있는 갤러리에 갈 필요 없이 직장 옆 카페에서 수준 있는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버블커피’는 일종의 소통 공간, 문화예술의 허브가 된 샘이다.

재즈 보컬리스트 헤일리 로렌과 버블커피 주인장 이민선


현재 카페에 전시 중인 작품의 주인공인 중견 일러스트 화가 오진목 씨와의 시작도 같았다. 처음엔 커피를 찾는 고객으로 인연을 맺어 어느 덧 카페에 작품을 전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오진목 선생님은 그 분 스튜디오가 충무로에 있어서 우리 가게를 자주 들르세요. 여태 사진 전시를 해오다 아크릴 페인팅 작품을 전시하니 가게 오시는 손님들도 정말 반가워하세요. 저도 이렇게 새로운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구요.”

이민선 씨의 쾌활함에 반한 여러 사람 중에는 해외 유명인도 있어 눈길을 끈다. 두 번에 걸쳐 내한 공연을 했었던 미국 알래스카 출신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헤일리 로렌(Halie Loren)이다. 헤일리 로렌은 2006년 데뷔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표현력을 인정받아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노라 존스와 멜로디 가르도의 뒤를 이을 재즈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 그는 국내에서도 재즈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충무로 모퉁이 작은 카페 '버블커피' 대표 이민선


“헤일리 로렌과 그의 콰르텟(Quartet 보컬, 피아노, 베이스, 드럼) 멤버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에요. 첫 내한 공연 때 근처 호텔에 머무르게 돼 인연이 닿았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내한공연을 하러 왔을 때는 잊지 않고 우리 가게를 찾아줬어요. 참 먼 데서 왔는데 가게 손님들을 위한 사인회까지 열어주는 마음 씀씀이와 열정에 감동했어요.”

카페 한쪽 벽에는 예전에 함께 찍은 헤일리 로렌의 사진이 붙어있다. 그리고 매일 로렌의 새 앨범 ‘심플리 러브(Simply Love)’에 수록된 음악이 흘러나온다.

‘버블커피’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가게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주인의 의지 탓이다. 그래도 낮 동안은 고객들과 함께 가게를 꾸려 나간다. 함께한 흔적은 가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진목 작가의 그림 (문의 02-2266-2806, www.illust.net)


“가게가 충무로 지역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사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그러다보니 외국인들에게 길 안내나 관광지 소개를 하는 인포메이션 센터 역할도 하게 되고, 연극인들을 위해서는 포스터나 초대권 등을 가게 한편에 둬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홍보 센터 역할도 해요.”

‘버블커피’는 전면을 오픈한 공간 구성으로 누구나 카페 앞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도 커피를 사지 않아도 그림 구경을 할 수 있다. 소통을 중시하는 이민선 씨의 철학이 느껴진다.

“물질적으로 큰 도움을 드릴 순 없지만 ‘버블커피’란 작은 공간을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공간, 예술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자 도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단순히 커피 한 잔 사가는 커피 가게가 아니라 우리 가게를 찾는 모든 분들이 가게의 주인이 돼 잠시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카페를 만들 나가는 게 제 소망이에요.

헤일리 로렌



이채민 기자 chaemin10@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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