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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없는 연기 변주" 잡식성 배우 조정석의 꿈 [인터뷰]
작성 : 2019년 07월 20일(토) 09:00

조정석 /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그의 얼굴은 다채롭다. 어느 무대에서든 또 어느 장르에서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완성해낼 줄 안다. 첫 사극 드라마에서도 '역시나'였다. 배우 조정석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은 125년 전 이 땅을 뒤흔든 민초들의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민중역사극.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역사책 속에 있던 민초들의 저항정신인 동학농민운동과 '인즉천' 사상을 드라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조정석은 과거의 죗값을 치르고 새 세상을 열기 위해 봉기한 동학농민군 별동대장 백이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동학농민혁명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가상의 영웅.

조정석이 '녹두꽃'에 흥미를 느낀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는 "모든 드라마는 그럴 수 있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고, 생각지도 못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며 "'녹두꽃'은 후자"라고 말했다.

조정석 /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다루고 있음에도 '녹두장군'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 조정석은 "전봉준 장군이 주인공이 아닌 민초의 삶을 살았던 두 형제의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새롭고 매력적으로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가상의 인물을 연기했지만 역사적 무게가 큰 사건을 다룬 만큼 철저한 고증과 섬세한 연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을 터. 배우 조정석은 세심한 노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그는 "대본을 읽고 제 가슴에서 몰아치고 요동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잘 전달하자는 생각이었다. 연기를 하다 보니 감정 이입이 돼 저절로 분노를 삼키게 되고 울분이 터지더라"라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이렇게 캐릭터에 몰입한 덕분일까. 조정석은 드라마 시작 전 그의 앞에 세워진 사투리라는 벽을 자연스럽게 넘어설 수 있었다고. 그는 "처음에는 (사투리를) 열심히 준비하고, 신경도 많이 썼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신경을 안 쓸 정도로 입에 뱄다. 이 역할에 동화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조정석은 '녹두꽃'에 집중했고, 또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백이강이 곧 조정석이 되도록 말이다. 그래서인지 조정석은 드라마가 끝난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다'는 상투적인 말이 아닌 "그냥 시원하다"고 답했다.

섭섭한 감정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 조정석에게 '녹두꽃'은 만족이고 또 행운이었다. 특히 그는 인터뷰 내내 감독과 작가, 동료 배우들, 그리고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조정석은 '녹두꽃' 촬영 현장을 "근사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 누구 한 명 까탈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현장이 힘들어지는데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신경수 감독님은 '이걸 오늘 안에 찍을 수 있다고?'라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다 찍어내신다. 그리고 그 퀄리티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거 자체가 엄청난 연출력이다. 감독님에게는 '짱'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도 다음 장면에 대한 계산을 한다"고 극찬했다.

또한 민중이 주인공인 '녹두꽃'을 빛나게 만든 것은 수백여 명에 이르는 보조 출연자였다. 방송 첫 회 횃불 집회 장면부터 황토현과 황룡강 전투, 백산과 전주화약 장면에 이르기까지 보조 출연자들의 활약이 여느 드라마보다 빛났다. 조정석은 "보조출연자분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현장에서 제가 직접 봤는데 열심히 그 시대를 그려내기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조정석 /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그에게 만난 것 자체가 '축복'이었던 '녹두꽃'은 막을 내렸지만, 조정석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쉴 틈이 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배우다. 조정석은 당장 영화 '엑시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이 확정됐다.

사실 그는 '녹두꽃'이 끝난 후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신원호 PD가 손을 내민 순간 단숨에 생각을 뒤집었다. 대본도 보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

조정석은 "저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신원호 PD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본은 볼 필요도 없었다는 것.

그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게 봤던 터라 해보고 싶었다. 저도 모든 것이 새롭다. '녹두꽃' 이후의 계획도 다 틀어질 정도"라며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너지가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의 마음속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마음에 드는 대본이 자기 손에 쥐어졌을 때 우선순위에서 이를 밀어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만큼 그는 연기가 여전히 좋고, 또 여전히 즐겁다.

그는 자신을 '잡식성 배우'라고 표현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다는 것. 조정석은 "저는 꺼리는 역할이 없다. 다양한 역할을 해 보고 싶고,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변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정석에게 연기는 다채롭고 상상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공간이자 또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에서 한계 없이 영역을 넓혀가는 것. 연기가 천직인 배우 조정석이 꾸는 꿈이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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