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음주운전으로 인해 자숙 중이던 배우 안재욱이 5개월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물의를 일으켜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던 그는 현장에서 다소 가벼운 태도로 빈축을 샀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미저리'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황인뢰 연출을 비롯해 배우 김상중 안재욱 길해연 김성령 고인배 손정은 등이 함께했다.
'미저리'는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 가운데 하나인 '스토킹'을 주제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초연된 후 1년 3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미저리' 측은 이번 앙코르 공연에 안재욱을 새롭게 캐스팅했다. 안재욱은 주연인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 역에 김상중과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안재욱의 캐스팅 소식에 대중은 분개했다. 안재욱은 지난 2월 음주운전 논란을 빚으며 자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안재욱은 "변명의 여지 없이 책임을 통감한다.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물의를 일으켜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더군다나 안재욱은 음주운전 논란으로 당시 출연 중이던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하차했으며, 개막을 앞둔 '영웅'에서도 빠졌다. 뮤지컬 측에 적잖은 민폐를 끼친 셈이다.
그랬던 그가 물의를 일으킨 지 3개월 만에 캐스팅 소식을 알리며 공연 연습에 돌입했고 5개월 만에 무대에 올랐다. 다소 이른 복귀에 부정적인 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재욱이 이날 현장에서 보여준 행동은 자숙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안재욱은 복귀 소감을 묻는 말에 "많이 부끄럽기도 해서 오래 쉴까 고민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숨어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야인으로 사는 게 아닌 이상은 배우로서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냥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마음만 간직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미워 보이고 용서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작은 응원이라도 힘이 된다면 발판 삼아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직업이 배우인 이상 연기로 보답해야 하는 게 옳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안재욱은 "제 일이 배우라는 것 때문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는 점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바람까지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배우들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숙 후 자연스럽게 복귀를 하곤 한다. 이러한 경우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든 모양새인데, 안재욱의 복귀는 너무 이른 시점에 이뤄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재욱은 다소 빠른 복귀에 대한 답변으로 야인이 아닌 배우이기에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답을 내놓았고, 이는 누굴 위한 대응책인지 의아함을 남겼다.
이 가운데 안재욱은 진중한 태도는커녕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연극을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던 안재욱은 "농담 삼아 말하자면, 학교 다닐 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아무리 제가 자숙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연출진이) 정말 매일 부르더라"라는 너스레도 덧붙였다. 안재욱에게 자숙 기간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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