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믿듣데(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나'라는 한계에도 계속해서 부딪쳐야만 했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그 노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만족에 멈추지 않고 더 먼 미래를 꿈꾸는 데이식스다.
밴드 데이식스(DAY6, 성진, 제이, 영케이, 원필, 도운)가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담은 미니 5집 '더 북 오브 어스 : 그래비티(The Book of Us : Gravity)'로 약 7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람들이 겪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비롯해 청춘의 여러 이야기들을 엮었다.
그간 꾸준히 '청춘'을 노래해 왔던 데이식스다. '청춘'은 어느덧 데이식스의 한 색깔이 됐다. 데이식스 역시 '청춘'을 자신들의 감성이라고 표현했다. 성진은 "그동안 청춘의 여러 가지 스토리를 노래했다. 그 안에는 슬픔을 노래한 곡, 위로를 전하는 곡,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곡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곡들이 다 어우러진 게 우리들만의 감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감성을 곡으로 풀어내는 것, 이는 모든 앨범의 작곡, 작사에 참여하는 데이식스이기에 가능했다. 이번 새 앨범 역시 영케이를 필두로 성진, 제이, 원필이 전곡에 참여했다.
매번 곡을 만들어내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 그렇기에 데이식스의 하루는 곡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고, 매 순간이 영감이 됐다. 성진은 "누군가의 말버릇이나 손짓, 행동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도 영감을 많이 얻는다. 또 내 시야에 담긴 색감과 자연, 풍경에서도 곡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대화나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생각날 때 바로바로 메모를 해두는 게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네 멤버가 모두 참여하는 작곡과 달리 작사는 주로 영케이가 담당한다. 성진은 "저희가 아이디어를 보탤 때도 있긴 하지만, 가사도 써 본 사람이 잘 쓴다고 정리하는 부분이 확실히 남다르다.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영케이의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가사는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처음부터 이런 가사를 쓴 건 아니라고. 데뷔 초와 작사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는 그는 당시에는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영케이는 "지금껏 나온 노래들을 쭉 듣다 보니 마음에 있지 않은 표현을 더 과장되게 하거나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표현들을 쓰더라. 이런 가사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영케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최대한 간결하게 쓰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해내는 게 좋은 노랫말 같다"며 자신만의 '좋은 가사' 기준을 세웠다.
반면 곡을 만들수록 생기는 고충도 있었다. 지난번에 썼던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하는 등 자신의 노래에 갇히게 되는 것. 이 한계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았단다. 한 예로 영케이는 "제가 '아름다운'이라는 단어를 많이 좋아하더라. 전에 똑같이 썼던 문장들이 나와서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위험이 있으니까 항상 곡 작업하기에 앞서 제가 썼던 가사들을 다시 읽어보고, 그 표현들은 최대한 안 쓰려고 한다"며 해결 방법도 덧붙였다.
성진 역시 "더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 또한 극복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고 있다. 또 이 부분을 넘어서면 한 단계 성장하는 게 아닌가. 힘들긴 하지만 작업하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고충도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데이식스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느덧 데뷔 5년 차가 된 데이식스다. 최근에는 활동 무대를 넓혀 첫 월드투어도 마쳤다. 이에 대해 묻자 멤버들은 그때의 흥분이 되살아난 듯 보였다. 특히 원필은 "공연 시작 전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노래가 벽을 뚫고 들리더라. 너무 감동이었다. 그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던 것 같다. 그 상태로 공연을 시작하는데 데뷔하기 전에 힘들었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또 연습생 시절 꿈꿔왔던 장면들이 눈앞에 보이니까 마냥 신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불러준다는 점도 너무 감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반면 더 큰 책임감도 생겼다. 성진은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전 세계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게 돼 감사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느꼈다. 우리가 그분들의 음악적 성향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기에 공연장을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충족시켜드려야 한다는 부담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데이식스가 책임감을 느끼는 지점은 또 있었다. 5년 동안 활동하며 얻은 수식어이자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 '믿듣데'였다. 성진은 "놓고 싶지 않은 타이틀이다. 나이가 들고 곡이 더 많아지더라도 '믿듣데'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믿듣데' 만큼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만큼 저희도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영케이는 "'믿고 듣는 데이식스'는 저희한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수식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리매김한 수식어가 됐다. '우리가 그만큼 좋은 곡들을 냈나' 돌아보게 만드는 타이틀이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 그 믿음이 깨진다면 들어주신 분들에게 상처를 남길 것 같고, 저희 역시 너무 상처받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믿듣데'는 데이식스에게 있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극제가 됐다.
끝으로 '믿듣데' 데이식스에겐 새롭게 꿈꾸는 목표가 생겼다. "언젠가는 모든 순간을 노래하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순간에도 데이식스의 노래가 하나쯤은 떠올랐으면 해요. 저희는 그런 순간을 꿈꿔요."(영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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