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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종영] 그들이 있어 우리가 있다
작성 : 2019년 07월 14일(일) 09:52

녹두꽃 / 사진=SBS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사람이 하늘이 되기 위해 달려갔던 위대한 백성들. 역사는 그들을 무병장수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안다. 녹두꽃. 그들이 있어 우리가 있다."

13일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가 종영됐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 드라마이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사형이 선고된 전봉준과 손화중(홍우진), 최경선(민성욱)의 형이 집행됐다. 전봉준은 "내가 불만이 아주 많다. 종로 한복판에서 목이 잘려 죽으려 했다. 만인들이 보는 앞에서 피를 뿌리려했는데 어찌 이런 도둑떼 소굴보다 못한 곳에서 죽이려 하는가"라며 "나 전봉준 죽어서도 이 나라를 지켜볼 것이다"라고 죽는 순간에도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백이강(조정석)은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의 사망 후에도 그의 뜻을 이어 독립군 활동을 했고,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왔다가 어느덧 동학군을 토벌하는 관군이 되고, 이후 집강소의 집강을 거쳐 오니(도깨비)라는 이름을 가진 친일파가 된 백이현(윤시윤)은 스스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녹두꽃'은 작품의 규모에 비해 시청률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첫 방송부터 꾸준하게 5%~7%대에 머물렀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6.0%, 8.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 등 작품의 규모, 전작인 '열혈사제'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녹두꽃'의 시청률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TV 앞에 앉아 가볍게 시청하기에는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소재가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녹두꽃'은 이미 우리가 역사 속에서 실패한 혁명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재현했다. 우금티 전투의 대패 이후 녹두장군 전봉준의 체포와 죽음, 이후 이 땅을 삼키려고 덤벼드는 일본의 검은 야욕까지. 역사가 스포일러인 만큼 우리는 1894년 이 땅에서 벌어진 잔혹하고 슬픈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녹두꽃'은 이 슬픔을 되새기기라도 하려는 듯 우금티 전투와 동학군이 조선, 일본 연합군에 대패하고 지도부가 와해되는 과정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전투의 상황을 풀샷이 아닌 개개인의 상황에 집중하며 터무니 없는 전력의 열세 속에서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아 속절없이 쓰러지는 의병들의 울분과 그들이 이루고자하는 열망이 무엇인지에 더욱 집중했다. 시청자들이 글로만 접했던 당시의 전투를 사실감 있게 표현, 처절함과 안타까움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했다

녹두꽃 / 사진=SBS 제공


또한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사형을 선고받는 순간 전봉준은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했다.

송자인(한예리)은 전봉준이 압송 전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부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주에서 그러셨지요.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고요. 이제 모두가 장군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저것을 똑바로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것은 백성이고 후손으로 태어날 자들이다."

그리고 그의 얼굴과 우리가 흔히 아는 역사책 속의 전봉준의 사진이 겹쳐진 순간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다. 최무성의 표정 연기 또한 압권이었다.

이렇듯 '녹두꽃'이라는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가 담으려 했던 건 실패했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을 것이다. 당시로만 보면 꽃을 피우지 못 한 혁명이지만 결국 지금까지 '인즉천(사람이 하늘이다)'의 정신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

1894년이 아닌 2019년을 살고 있는 우리도 여전히 더 나아진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렇기에 녹두장군 전봉준의 "우린 비록 실패했어도 틀리지는 않았어"라는 대사가 이해되는 이유다.

'녹두꽃'은 역사책 속에 있던 민초들의 저항정신인 동학농민운동과 '인즉천' 사상을 드라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다시는 없을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게 됐다. 이는 시청률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닐까.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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