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배우 구혜선(35)이 자신의 연애담을 풀어놓은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을 발간했다. 세상이 다 아는 그의 남편 안재현과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구혜선의 옛사랑들을 투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독자들이 내 어릴 적 미친 연애와 함께 즐겁길 바란다"는 전지적 작가의 바람 때문이다.
구혜선은 1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눈물은 하트 모양' 발간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유부녀가 이제와서 실제 연애담을 소설로 낸다니 의아하시죠?"라는 반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당연하다. '굳이 이제 와서?'라는 물음표가 떠오를법한 모양새다.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구혜선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많은 예술 활동으로 배우 일은 물론, 영화감독, 소설작가, 화가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 흥행에 성공한 무언가는 없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해왔다. 마땅히 내로라할법한 성과가 없어도 예술을 그치지 않은 구혜선은 목마른 예술가다.
이중 '눈물은 하트 모양'은 구혜선이 감독으로서 영화화 하고팠던 시나리오였단다. 그는 "굉장히 애착 가는 시나리오였다. 그동안 내가 제작한 영화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보니,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더라. 포기할 수 없어 소설로 방향을 틀어 발간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처한 상황 혹은 주변의 시선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은 선택인 것.
구혜선은 이렇게라도 예술의 주요 소재 '사랑'이란 감정을 글로 풀어 타인과 공감하고 싶었나 보다. 그는 책 표지에 '그때만큼은 심각했고, 비굴했고, 유치했고, 그래서 더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십 대의 연애.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이들이 내 어릴 적 미친 연애와 함께 즐겁길 바란다'고 적어 설명했다.
안재현은 괜찮았을까? 물론이다. 구혜선은 "이런 남편이 어딨나. 다른 남자와의 연애시절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겠다는데, 이렇게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바로 내 남편 안재현이다. 아주 고마운 부분이다. 그리고 공감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자랑했다.
이어 "나 역시 남편의 연애 이야기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추억이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고, 지나왔기에 나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전 연인들과 주고받은 연애편지도 읽어보는 사이"라고 자신했다. 서로 사랑에 대한 두터운 신뢰 덕분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무릅쓰고 어떤 감상을 전달하고 싶었냐 물으니, 구혜선은 "이런 불나방 같은 사랑 많이들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젊은 시절 연애는 최대한 많이 하길 추천하는 편이다. 추후 내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뜨겁고, 비굴하고, 열렬한 사랑은 옳다"고 덧붙였다.
구혜선은 "개인적으로 나는 연애로 인생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일도 있고 상처도 있었다"며 "연애란, 그리고 사랑이란 한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친구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배우고, 깊이를 체험한다. 남녀를 떠나 인간의 발가벗겨진 모습까지 보는 일이 '연애'다"라며 "시작은 판타지지만, 마무리는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구혜선은 사랑이란 감정에 통달한 사람 같다. 그는 "그때 그시절의 사랑만큼은 통달했다"며 "이 소설이나,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은 '이제 와서 하는 말'이다. 정확히 말해 '이제서는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전했다.
'눈물은 하트 모양'이라는 제목은 작가의 의도와는 살짝 빗겨나갔다. 구혜선은 "출판사의 의지가 담긴 말랑한 제목이다. 원래는 여자 주인공 소주와 남자 주인공 상식의 이름을 따 '소주의 상식'이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독자 타겟을 10~20대로 하기 위해 조금 순화됐다"고 설명했다.
내용은 그렇지 않다고. 그가 지나온 사랑은 거칠었다. 그대로 책에 담겨 구혜선 표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는 "제목처럼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에 상처 받아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왈가닥 여자, 그런 여자를 알아가다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상식선의 남자가 만난다. 둘의 감정은 또 다른 사랑으로 번져간다"며 "마냥 달콤한 사랑 이야기 아닌, 현실 속 치열한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렇게 구혜선은 남들 다 피하는 전 연인의 이야기를 고집스럽게 끄집어냈다. 그 시절 사랑이 그만큼 치열하고 소중했다니, 극적인 요소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말처럼 그런 사랑을 해본 이라면 공감할 것이고, 안 해본 이라면 미리 배울 기회일 터. 알려진 부부라는 상황만으로도 독자들의 구미 당기기에는 성공한 듯 보이니, 기대를 걸어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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