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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기록' 류덕환의 놀라운 심폐소생술 [무비뷰]
작성 : 2019년 07월 11일(목) 14:12

영화 난폭한 기록 리뷰 / 사진=영화 난폭한 기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영화의 기본 요소는 다 차치하자. 그저 본능에 충실한 영화다. 정두홍의 액션, 류덕환의 연기만으로 명불허전이다. 영화 '난폭한 기록'이다.

촬영 후 5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영화 '난폭한 기록'(감독 하원준·제작 영화사 반딧불). 스토리는 흥미롭다. 머리에 칼날이 박힌 채 살아가는 전직 형사와, 특종 킬러 VJ의 리얼한 동행취재기를 담은 범죄 액션.

이런 류의 영화에서 총알 박힌 인물은 심심찮게 봤어도 칼날은 또 처음이지 않나. 게다가 정두홍의 리얼 액션 타격감을 내세웠으니, 감독의 주연작 '짝패'를 통해 빠른 전개, 화끈한 액션을 맛봤던 이들에겐 반가운 영화일 테다.

그러나 아쉽게도 '난폭한 기록'은 제2의 '짝패'라 하기엔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해도 이토록 영화의 기본 요소를 파괴(?) 수준으로 몰아갈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우선 극 중 인물들의 정서는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주인공 기만만 하더라도 그렇다. 자신 때문에 신입 파트너 형사가 죽었음에도 제 비리를 덮어 씌우다가, 갑자기 각성해서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 보스를 찾아가는 설정은 매우 억지스럽다. 모든 인물이 엉성한 관계성으로 맺어져 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표현을 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도 전후 맥락이 매끄럽지 않다. 이야기의 신빙성은 둘째치고 각 플롯과 구성이 제대로 짜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어디서 봄직한 그럴싸할 흥미 위주의 설정들(이를테면 칼날 박힌 형사, 특종 킬러 VJ, 마약 조직, 유흥업소 여성, 수상한 시골 할머니와 장애를 지닌 아들 등)만 따온 모양새다.

촬영 편집 조명 등의 시각효과도 마찬가지다. 화면은 어둡고 올드한데다 장면 전환도 답답해 영화의 유일한 강점 중 하나인 액션 동작마저 제대로 잡아내질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액션 신이 나올 때만 극대화되고 대사 할 때 싱크가 튀는 음향효과는 덤이다.

영화 난폭한 기록 리뷰 / 사진=영화 난폭한 기록 스틸


하지만 사고를 전환해 영화의 테마에 집중하면 오히려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다. '난폭한 기록'은 오직 액션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다. 그 주제는 충실히 따른다. 정두홍은 주변의 모든 소품을 살벌한 무기로 둔갑시키며 액션을 펼친다. 카메라가 이를 화면에 다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고무장갑과 볼펜 참치캔 등을 활용한 기발한 한국표 생활 액션은 상당한 볼거리다. 13년 전 '짝패'에 비해 성장한 정두홍의 연기력도 포인트이다. 머리의 상처로 인해 더욱 과묵하고 까칠한 형사라는 설정이 그의 연기력을 상쇄하며 개성으로 둔갑했다는 점만큼은 영리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액션 외에는 모든 게 어수선해 결딴나기 직전의 영화를 벼랑 끝에서 살리는 류덕환의 '엄청난' 연기력이다. 류덕환은 심지어 어린 시절 북한에서 월남한 VJ라는 흔치 않은 인물의 설정을 오직 연기력으로 설득시킨다. 그가 난폭한 정두홍에게 얻어터지며 엉덩방아를 수차례 찧고 신발이 벗겨질 만큼 몸을 가누지 못해 휘청대면서도 씩씩대며 거듭 달려드는 모습은, 자존심과 살아남기 위한 근성으로 버텨온 인물의 숨겨진 전사를 단번에 설명한다. 이후 끈질기게 카메라를 들이미는 넉살부터 무뚝뚝한 정두홍과 쌓아 올린 '케미', 그리고 여자 등장인물과의 설렘 로맨스까지 자연스레 담아낸다. 곧 류덕환의 연기가 개연성이자, 필연성이다. 그를 캐스팅한 건 '난폭한 기록'의 신의 한수 다.

류덕환의 진가, 정두홍표 시그니처 액션만큼은 손색없다. 7월 11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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