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은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11일 오전 11시 대법원에서 유승준이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이 열린다.

유승준은 지난 2015년, 한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기각, 2심은 패소했고 3심 대법원 판결만 남은 것이다.

앞서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의 '유승준 입국 허용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입국 불허 여론이 68.8%로 압도적이다. 입국 허가를 해야 한단 의견은 23.3%에 불과했다.

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승준의 병역기피 사례는 법이 개정될 만큼 무서운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다.

지난 2000년대 밀레니엄 시대를 장악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유승준은 2001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 4급 공익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직접 밝혀 국민적 호감을 얻었다. 당시 그는 해병대 홍보대사였고 한국국적에 미국 영주권자였다. 스스로 병역의무를 택한 그에게 대중은 전폭적인 믿음과 호감을 보냈다. 국방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방부는 유승준의 공익 입대 시 혜택으로 여의도 배치, 6개월 단기 공익 또는 공익근무 이후 영리목적의 활동 및 공연과 콘서트를 허용하는 관대한 혜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입대를 3개월 앞두고 영장이 나와 해외 출국이 거부당하는 상황임에도 병무청은 보증인 각서를 쓰며 유승준에 특별한 해외 출국 허가를 내렸다. 그러나 유승준은 일본 공연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돌연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무청은 유승준에 국내 소환을 요청했지만 그는 불응했고, 이에 법무부 긴급명령으로 영구 입국금지가 내려졌다.

병무청은 이로 인해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한 자는 입국 거부가 가능한 출입국 관리법을 개정했다. 유승준의 병역기피 사례로 인해 국적법(국적회복에 의한 국적 취득) 9조가 개정된 셈이다. 당시 유승준은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당시 인권위 또한 "미국인은 국가가 입국을 허용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라며 불허했다.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외국 국적의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도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사랑받고 있는데 자신은 입국조차 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고 "제 입국 불가 사유는 괘씸죄"라며 '적반하장'식의 모습을 보여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이후에도 중국 등에서 해외 활동을 하며 결혼을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가 국적을 회복하더라도 군 입대를 면할 수 있는 만 38세의 나이가 되자 끊임없이 한국 복귀에 대한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대법원 판결만 앞둔 상황, 국내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 법조인은 스포츠투데이에 "앞선 재판에서도 기각과 패소 판결이 나왔기에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유승준 판결을 예측했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을 경우 병무청과 법원 등을 비롯해 대중적 반발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특히 유승준이 신청하려는 비자는 F4비자로 관광비자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다. 이 법조인은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활동을 재개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경우, 목숨을 걸고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 우려되고, 이로 인한 병역기피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엔 무관용 원칙이 고수되고 있는 것이고 재판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관용 원칙'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뜻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나중에 그 일대의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위법행위나 규칙 위반도 죄질이 나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정책이나 방침이다.

군역의 의무를 스스로 거부한 스티브 유, 17년간 밟지 못한 한국 땅에 다시 발을 내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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