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특별히 의지력이 강한 배우가 있다. 뚜렷한 목표를 두고 쉼 없이 연기 활동에 매진하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연기자. 정소민의 이야기다.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되어 벌이는 신박한 코미디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제작 브레인샤워). 정소민은 극 중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해원 역을 맡아 첫사랑의 이미지를 재해석해낸다.
영화 ‘스물’ ‘아빠와 딸’,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데이’ ‘아버지가 이상해’ ‘이번 생은 처음이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등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정소민.
그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 ‘기방도령’으로 남다른 소화력을 자랑한다. 특히 영화 ‘스물’ 이후 4년 만에 재회한 이준호와의 호흡 역시 보는 재미 중 하나. 극중 정소민이 연기하는 해원은 조선시대 만연해 있는 남녀차별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는 깨어있는 양반 규수. 꽃처럼 화사한 자태를 드러낸 해원은 남녀의 구분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허색에게 조금씩 마음을 빼앗긴다.
가장 먼저 정소민은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 장르의 매력을 꼽았다. 사극이 처음인 만큼 정소민에게는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러한 부담감을 떨쳐내기에는 남대중 감독의 덕이 컸다. 남대중 감독은 정소민이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게 판을 열어줬고, 덕분에 정소민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고민을 많이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부담감이 사라졌다. 바로 다음 사극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주변 동료들이 사극을 두고 워낙 힘들다고 해 겁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첫 사극이 ‘기방도령’이라는 것이 내겐 너무 다행이다. 원래 데뷔하자마자 사극을 하고 싶었다. 워낙 애정이 가는 분야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늦게 사극을 하게 됐다. 오래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었다.”
극 중 정소민이 맡은 해원은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여성답지 않게 자기만의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다. 정소민은 해원을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조선시대의 고루한 사고방식 속에서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해원. 정소민은 해원을 두고 ‘새장 속의 새’라고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원을 새장에서 꺼내주는 이, 허색은 새장의 열쇠였다. 해원에게 허색은 단순히 잠깐 끌리는 사이가 아닌 이상향의 존재다. 작품 속 허색과 해원은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인물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로맨스 기류를 형성한다.
“이준호와는 벌써 두 번째 작품이다. 동갑내기 친구라 편하게 작업했다. ‘스물’ 당시도 너무 편하게 촬영했다. 그 간 시간을 했던 배우와 함께하게 된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시너지가 다르더라.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준호가 작품을 못 보고 군대에 갔다고 너무 미안해하더라. 가장 영화를 궁금해 할 사람이 이준호다. 저였어도 너무 아쉽고 가장 속상할 것 같다. 그런데도 다른 배우들을 신경 써주는 것 같아 고맙다.”
기방도령 정소민 / 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컷
그렇다면 지고지순한 듯하면서도 내면의 강인함으로 움직이는 해원과 정소민은 어떤 점에서 닮았을까. 실제 성격을 두고 정소민은 “해원과 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 해원의 깊이나 무거운 책임감까지 짊어지진 않지만 저 역시 장녀다. 자연스럽게 가장의 책임감을 느끼는 지점이 닮았다. 또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부분이 닮았다. 해원만큼 저도 도전을 좋아한다.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얻는 게 있다”고 말했다.
꽤 조용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정소민은 자신을 도전적인 성격이라 설명했다. 도전적인 성격은 그의 시나리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는 당장 겁이 난다고 해도 피하지 않으려 한다며 스스로의 작품관을 형성한 요인을 밝혔다. 정소민의 필모그래피가 제법 탄탄한 까닭이다.
“지향하는 지점을 두고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성격이 있다. 하나에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도 계속 지향점이 바뀌겠지만 현재까지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을 때 배우는 것, 느끼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 너무 일이고 큰 즐거움이다.”
특히 정소민은 최근 SBS 새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며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리틀 포레스트’는 뛰놀 곳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푸른 자연 속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돌봄에 익숙한 정소민인 만큼 ‘리틀 포레스트’에서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두고 정소민은 “도전해보고 싶어서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프로그램 제안이 왔을 때 매력이 느껴졌다. 들어가기 전에 항상 걱정이 앞서긴 한다. 그럼에도 첫 예능에 나서도록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제가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라는 것이다. 예능을 떠나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합류 여부를 떠나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소민은 욕심을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꽤 단순하다. 울림이 있는 대본을 만나고 싶은 것.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정소민은 지금 잠시 멈춰 있는 상태라며 체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소민은 ‘기방도령’이 너무 즐거웠노라며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솔직히 스코어에 신경이 안 쓰이는 작품이 처음이다. 결과는 이미 제 손을 떠났다. 크게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이 말을 들은 남대중 감독이 나더러 ‘큰일 날 소리’라 하더라. 잘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제가 애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정소민은 자신의 욕심과 이상향을 위해 한 계단씩 차분하게 오르는 중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잘 아는 영리한 배우기도 했다. 스스로의 가치 기준을 정하고 다음을 바라보는 곧은 자세의 정소민.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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