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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진지, 이분법으로 나눠진 영화 ‘기방도령’ [무비뷰]
작성 : 2019년 07월 10일(수) 09:11

영화 기방도령 / 사진=기방도령 공식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당돌하리 만큼 ‘국내 최초’를 표방했으나 시공을 초월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영화 ‘기방도령’이다.

영화 ‘기방도령’ (감독 남대중·제작 브레인샤워)은 국내 영화 최초로 등장하는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신박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특히 그간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던 이준호의 첫 원톱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앞서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스물’ ‘감시자들’로 배우로의 가능성을 내비친 이준호는 드라마 ‘자백’ ‘기름진 멜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 ‘김과장’에서 아이돌 2PM의 멤버 준호를 말끔하게 지워내기까지 이르렀다. 매년 한 작품 이상의 활동을 통해 탄탄히 연기 내공을 쌓은 이준호였기에 첫 원톱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클 법도 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생’으로 시작해 이후 영화 ‘부산행’ ‘택시운전사’ ‘범죄도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감초 조연 최귀화의 합류까지 이어지며 ‘기방도령’에 대한 예비 관객들의 즐거운 호기심은 높아져갔다.

그러나 뚜껑을 연 ‘기방도령’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싶은’ 영화에 불과했다. 작품은 기생의 아들로 태어난 허색(이준호)이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을 자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려한 용모와 시, 서, 화에 능한 재주로 여심을 홀리던 허색은 양반가의 여식 해원(정소민)을 만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작품의 초반 분위기는 꽤 가벼우면서도 즐겁다. 체통과 체면 없이 즐겁게 사는 한량의 하루가 이어지며 마음을 비우고 볼 수 있을 법한 가벼운 에피소드들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이준호와 최귀화의 환상적인 ‘티키타카’도 극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현대 사극답게 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유행어들이 흘러나온다. 이에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를 '태을미'(太乙美)로 표현했을 때 즈음 이야기의 코믹함은 절정을 찍는다.

그러나 작품이 후반부로 진입하면서 종전의 활기와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다. 중인 출신 허생은 갑작스럽게 ‘남존여비’ 사상을 꾸짖으며 두터운 화장으로 밤중에 춤을 춘다. ‘달밤에 체조’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이처럼 급작스러운 인물의 감정 변화에 관객들은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 도 없다. 남자 기생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찼음에도 허색은 그렇게 분노를 표하며 진정한 사랑마저 내버리는 과도한 설정은 극의 흐름마저 와해시킨다. 작품은 유머러스와 진중함을 관통하려 했던 모양새지만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기방도령 / 사진=기방도령 스틸컷


이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과 조선 시대의 모순적인 유교사상을 동시에 이야기하려 했던 연출진의 실수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확연히 정리되지 못한 캐릭터 서사로 인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정소민이 연기한 해원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현명한 여인’이라 설명된다. 그러나 해원이 깨어있는 순간은 열녀문을 보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지탄하는 순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결국 오라버니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마는 시대의 희생양일 뿐이다.

오로지 남자기생의 진실하고 구구절절한 로맨스를 그렸다면 이보다는 덜 처참했을까. 남자기생이 외치는 ‘열녀 제도 타도’는 논리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더불어 시의성이 다소 아쉽다. 최근 젠더 이슈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이 시점에서 남성이 기생이 돼 열녀들을 위로한다는 발상이 과연 얼마나 큰 의의를 가질 수 있을까. 여성을 위로하는 방식이 ‘하룻밤의 대화’라는 이 근시적인 관점은 결국 작품성까지 해치고 만다. 문제는 가치관이다.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인지, 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 작중 어느 인물도, 심지어 연출진도 모른다는 것.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점점 더 회의적으로 돼 버린 허색은 끝내 웃음도 감동도 선사하지 못한다. 결국 이야기의 쇠락으로 이어지고 마는 까닭이다. 고전을 풍미하면서도 현재와 미래를 다루지 못한 ‘기방도령’은 끝내 관객의 한숨을 자아낸다. 그저 배우들의 열연만이 남아버린 ‘기방도령’은 10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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