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SBS가 '정글의 법칙' 대왕조개 사태에 이어 김성준 전 앵커 몰카 혐의 등 논란 진화 과정에서 잇따른 회피식 대처로 뭇매를 맞고 있다.
8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성준 전 앵커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이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11시 55분께 서울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991년 SBS에 입사한 김성준 전 앵커는 보도국 기자로 시작해 보도국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SBS 8뉴스' 메인 앵커로 활약했다. 이후에도 SBS 보도본부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온 SBS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SBS는 김성준 전 앵커의 몰카 사건이 터지자 사과는 커녕 '김성준 지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선 SBS는 사건 이후 김성준의 사표 수리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팩트에 기반한 '뉴스'를 전하는 자사 메인 앵커 출신이 추악한 범죄 혐의에 휘말렸다는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논란이나 SBS는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의 무게감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또한 자사 이미지 타격을 의식한 탓인지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양새도 뒤늦게 포착됐다. 몰카 혐의에 휘말린 언론인이 김성준이라는 사실이 보도되기 전, SBS는 "뉴스 앵커 출신 언론인, 지하철역서 '몰카' 찍다 덜미"라는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를 다뤘다. 그러나 김성준임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사는 삭제 처리됐다.
이후에도 SBS는 '8뉴스'에서 해당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뉴스 순서는 24번째로 스포츠 소식 바로 앞에 배치됐다.
뉴스에서 최혜림 앵커는 김성준의 사표 수리를 언급하며 "SBS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오늘(8일) 수리했습니다.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28년간 SBS에 몸담으며 6년 동안 간판 앵커로서 'SBS의 얼굴'로 활약한 인물을 '전 논설위원'이라 소개한 데다 사전에 따르면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실망스러운 사과라는 비난이 잇따르는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SBS는 앞서 '정글의 법칙' 대왕조개 논란 사건 수습 과정에서도 떠넘기기 식 대처로 빈축을 샀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서 이열음은 식량을 구하던 중 태국 바다에서 대왕조개를 채취했다. 이후 멤버들은 대왕조개를 취식했고, 해당 장면이 전파를 타며 태국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대왕조개가 멸종위기종이었기 때문. 대왕조개를 채취할 경우 최대 2만 바트(약 76만 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두 처벌 모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후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고 사과했다. 또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 대왕조개 채취, 요리 장면이 담긴 동영상 클립 등을 삭제 조치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촬영에 앞서 태국 관광스포츠부에 보낸 공문의 내용이 공개돼 논란은 더욱 커졌다. 태국 현지 매체는 "해당 지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공문을 공개했다. 규정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했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인 동시에 제작진의 안일한 대처가 탄로난 격이다.
이 가운데 태국 공원 측은 이열음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책임자인 나롱 꽁-이아드는 AFP 통신에 "문제의 여배우(이열음)를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우리는 고발을 철회하지 않겠다. 여배우가 태국에 없더라도 경찰을 통해 그를 찾아낼 것"이라며 분노감을 드러냈다.
이열음 측은 같은 날 "대왕조개 채취 당시 자문을 주는 현지 코디네이터와 가이드가 동행했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논란"이라고 토로했다. 열심히 촬영에 임한 이열음에 엄한 불똥이 튄 셈.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우 이열음 씨의 징역 면제를 요청하고 '정글의 법칙' 제작진의 엄벌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되기까지 했다. 제작진이 사전에 이열음에 충분히 정보를 알려줬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배우에게까지 번진 논란에 대해 입장을 유보하며 논란을 키웠다. 피해를 입게 된 이열음은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소속사 관계자는 대응에 고심을 거듭해야만 했다.
결국 제작진은 이열음 논란이 일고 하루가 훨씬 지난 8일 오후께 "출연자 이열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사과는 두루뭉술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이에 SBS는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논란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의 무게를 줄이고 회피하며 사과를 아끼는 SBS의 잇따른 무책임한 태도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뉴스부터 예능까지, 다분야에 걸쳐 문제시되는 SBS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