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호텔 델루나'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어비스'에 이어 '아스달 연대기'까지 아쉬운 성적으로 굴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tvN 드라마국의 구원투수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tvN 새 수목 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오충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오충환 PD를 비롯해 배우 이지은, 여진구, 신정근, 배해선, 피오(블락비), 미나(구구단)가 참석했다.
'호텔 델루나'는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이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며 아름답지만 괴팍한 성격의 사장 장만월(이지은)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tvN 드라마국은 최근 부진을 거듭하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달 종영된 월화극 '어비스'는 핫한 스타 박보영 안효섭을 내세워 2%대 시청률 굴욕을 맛봤다. 주말극 '아스달 연대기'도 마찬가지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6.7% 시청률이지만, 장동건과 송중기를 필두로 5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것 치고는 아쉬운 결과였다.
심지어 '호텔 델루나'는 '아스달 연대기'의 파트2 후속으로 편성됐다. '아스달 연대기'의 파트3가 시작되기 전 시청자 유입에 힘을 써야 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오 PD는 "'아스달 연대기' 이후 편성된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작품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다짐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뛰어났다. 오 PD는 계절감을 노렸다. 그는 "호러와 로맨스가 접목된 작품이다. 여름에 시청하기에 재밌을 것이다. 무섭기도 하면서 설레는 요소들이 있다. 재미는 보장한다. 홍자매가 강조한 부분은 단순한 재미가 아닌, 힐링과 공감이다. 지루할 틈 없이 채우겠다"고 전했다.
호러는 요소일 뿐, 시청을 방해할 만큼 과한 주요 서사는 아니라고. 오 PD는 "귀신이 나오기는 한다. 우리 작품만의 세계관이 있다. 귀신마다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호러지만, 귀신마다 서사가 있어 그걸 풀어나간다. 굉장히 무서운 작품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순간 무섭다가 귀신에 묘한 애착이 생기실 것"이라며 갖가지 귀신 역할들의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을 더했다.
'호텔 델루나'는 죽은 자들이 모이는 호텔을 배경으로 한다. 판타지 요소가 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출진은 컴퓨터 그래픽(CG)에도 공을 들였다. 오 PD는 "지금까지 연출했던 작품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판타지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다"며 "CG와 세트 속 미술품들에 공을 들였다. 예쁜 화면들이 잘 구현됐다. 주어진 시간 중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다른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공감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현실에 없는 공간을 창조하는 부분에 주력했다"고 자신했다.
극본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호텔 델루나'는 스타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홍자매가 집필한 '주군의 태양'의 초기 기획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시선을 끈다.
'주군의 태양'은 귀신을 보는 여자와 그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호러와 로맨스가 접목된 작품으로 최고 시청률 21.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흥행작 '주군의 태양'의 초석이 '호텔 델루나'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호성적을 점쳐볼 수 있는 것이다.
홍자매는 애초부터 이지은을 점찍었다. 오 PD는 캐스팅 비화를 밝히던 중 "이지은이 아니라면 이 작품을 하지 않을 생각을 가지고 섭외했다"고 말했을 정도. 그는 "많은 배우들을 거친 작품이 아니다. 처음부터 이지은에게만 시놉시스를 전달했다. 작가가 아주 오래전에 준비한 시놉시스다. 이지은이 지닌 화려한 부분도 있지만, 쓸쓸하고 애잔한 분위기와 장만월 역할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전했다.
이지은 역시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라 확신했다. 그는 "'나의 아저씨' 이후 역할은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지인의 추천이 있었다.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나에게 들어온 역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인하고 사연 많은 여자 주인공이었다. 감사하게 생각했다"며 "첫 미팅 당시 연출진을 만나 꼼꼼히 물어봤다. 나에게 확신을 보여줬다. 홍 작가가 '고민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강하고 멋진 역할이 들어오면 잡으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더라. 그 확신에 찬 모습에 반해서 택한 역할이자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지은은 호흡을 맞출 여진구와의 뛰어난 합도 강조했다. 그는 "여진구보다 내가 먼저 섭외됐다. 여진구의 소식을 듣고서 정말 반가웠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더라"며 "여진구에게 기대면서 작품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서 임했다. 여진구가 우리 작품의 복덩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모든 부분이 술술 잘 풀렸다. 여진구 덕분이다. 여진구가 주는 에너지가 아주 좋다. 호흡도 굉장히 잘 맞는다"고 칭찬했다.
여진구는 반대로 "준비 시간이 조급했다. 내가 부족한 모습을 보일까 봐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이지은이 몰입을 하고 있더라. 처음부터 호흡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대본 리딩을 해보니 예상대로였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배해선 신정근 미나 피오 등 조연급 배우들과의 호흡도 굉장하다고 자신했다. 여진구는 "호텔에 대한 이야기다. 귀신과 직원들과의 호흡 역시 아주 뛰어났다. 다들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해주더라. 촬영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호흡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배해선은 "배우들이 적게 나오지만, 이렇게 풍성한 작품은 처음 봤다. 호텔 안 배우의 수가 적다 보니 우리끼리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아닌 진짜로 임해야 한다고 명심했다"고 강조했다.
배우 간 뛰어난 호흡, 새로운 세계관, 알맞은 CG 등 '호텔 델루나'가 내세운 장점들이 방송에 고스란히 구현돼 위기에 빠진 tvN 드라마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 두고 지켜볼 일이다. 13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