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극본, 연출, 연기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던 '왓쳐(WATCHER)'다. 첫방부터 각 분야의 장인들이 재능을 마음껏 뽐냈고, 이는 작품의 몰입을 이끌었다.
6일 OCN 새 주말드라마 '왓쳐'(극본 한상운·연출 안길호)가 첫 방송됐다. 비극적 사건에 얽힌 세 남녀가 경찰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리수사팀이 돼 권력의 실체를 밝혀내는 내부 감찰 스릴러다.
'왓쳐'는 차별화된 소재 '감찰'을 전면에 내세워 사건 속에 숨겨진 인간군상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섬세한 작품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에 최적화된 연출진들이 꾸려졌다. 먼저 '굿와이프'를 통해 각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한상운 작가가 집필을 맡아 다시 한번 집단과 개인의 내면이자 이면을 파고들고, 여기에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한상운 PD의 힘이 더해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손병길(정민성)의 CH토건 아들 유괴 사건을 중심으로 엮이는 도치광(한석규), 김영군(서강준), 한태주(김현주), 장해룡(허성태)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과거 비리 경찰로 낙인 찍힌 김영군의 아버지가 연관돼 있다는 공통점도 존재했다. 재회한 네 사람, 그리고 네 사람을 끌어들인 사건 속 감춰진 비밀을 예고하는 첫 회였다. 과연 얽히고설킨 네 사람을 통해 한상운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군상의 내면은 무엇일지, 다음 스토리를 기다리게 하는 지점이다.
연출은 오프닝부터 빛을 발했다. '눈'을 뜨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연출로 시작한 오프닝은 감시카메라와 맞혀지는 퍼즐을 통해 작품의 주된 내용을 담았고, 마지막에는 '눈'을 온전히 담아냈다. '보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출연진들의 말을 그대로 담아낸 오프닝이었다.
왓쳐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 / 사진=OCN 왓쳐
잘 차려진 밥상에 맛을 더한 건 배우들의 호연이었다.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의 조합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한석규는 감찰 4반 반장 도치광으로 분해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사건 조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날을 세우는 한석규지만, 서강준에게 그의 아버지를 잡아넣은 사람이 자기라고 고백하는 장면과 김현주에게 사건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에서는 힘을 뺐다. 이처럼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은 한석규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서강준은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이 된 김영군 역을 맡았다. 비리 경찰로 낙인 찍힌 아버지, 눈앞에서 목격한 어머니의 죽음 등 캐릭터 자체가 무거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표현해야 하는 서강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서강준은 예민함을 드러내는 신경질적인 모습과 자신을 회유하는 장해룡에게 능청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오가며 김영군에게 완벽히 녹아들었다.
후반부부터 등장한 김현주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현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과거 엘리트 검사에서 범죄자 전문 변호사로 돌아온 한태주 그 자체였다. 범죄자들인 의뢰인 앞에서도 기죽는 법이 없었으며, 오히려 의뢰를 가려서 받는 등 범죄자들 위에서 놀았다. 또 CH토건 김 회장을 만나는 장면에서 김현주는 자신을 깔보는 듯한 그의 앞에 오히려 더 거만하게 앉으며 김 회장을 마주했다. 이어 자신의 패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김 회장에게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압박하는 김현주의 모습은 몰입도를 높였다.
이렇듯 '왓쳐'는 극본, 연출, 연기 등 각 분야의 몰입도 천재들이 한데 모여 70분을 순식간에 삭제시켰다. 탄탄한 출발을 알린 '왓쳐'가 던져놓은 화두를 마지막까지 섬세하게 풀어내며 웰메이드 장르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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