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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러 영화의 걸작 '마의 계단' 블루레이 출시
작성 : 2019년 07월 04일(목) 13:24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국내 초기 미스터리 호러 영화의 걸작이 블루레이로 출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영상자료원은(원장 주진숙, 이하 자료원) 한국영화사의 거장 이만희 감독의 1964년 작 '마의 계단'을 4일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이번 블루레이는 자료원이 기획한 고전영화 블루레이 시리즈의 16번째 타이틀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 김진규와 문정숙이 주연을 맡은 '마의 계단'은 남성의 욕망에 희생된 여성의 복수를 다룬 국내 초기 미스터리 호러 영화로, 지난 2014년 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국영화 애호가들에게조차 국내 고전 호러, 특히 미스터리 호러 장르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998년 제작된 '여고괴담'(박기형) 이후에야 한국의 호러 장르가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마의 계단'은 정통 호러 장르라기 보다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그러나 영화의 사운드와 분위기, 설정에서 호러 장르의 관습과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 영화를 변형된 호러 장르로 볼 수도 있다. '마의 계단' 이전에 '백사부인'(신상옥, 1960)을 비롯한 괴담류의 영화, '악의 꽃'(이용민, 1961)과 같이 정통 호러 장르에 비교적 가까운 영화가 있었으나,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가 결합된 영화로서는 '마의 계단'을 그 효시로 볼 수 있다.

연출자가 이만희 감독이라는 지점은 이 작품이 전형적인 장르영화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후 작품들을 통해 만개할 이만희의 작가세계가 응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의 계단'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특히 사건의 주무대인 병원 안팎을 넘나드는 서정민 촬영감독의 뛰어난 카메라 워크, 대사나 사건보다는 공간과 인물, 그리고 분위기로 영화를 끌고 가는 이만희 감독만의 영화적 개성을 '마의 계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독 특유의 작가 의식과 영화적 완성도, 장르의 초기 걸작이라는 요소들에 힘입어 '마의 계단'은 국내 호러 장르 내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감독 이만희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만추'(1966), '삼포가는 길'(1975) 등의 영화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만희의 영화세계가 이 세 편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2006년 자료원의 전작전을 거치며 이만희는 한 명의 영화작가로 뒤늦게 재발견되었고, 남아있는 그의 작품들도 지속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그 가운데 '검은 머리'(1964) '물레방아'(1966) '군번없는 용사'(1966) '귀로'(1967) '휴일'(1968) '04:00-1950'(1972)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등 그의 많은 영화가 한국영화사의 걸작 목록에 새롭게 등재되는 중이다.

이만희는 초기 활동 당시 스릴러, 액션, 전쟁영화,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영화를 연출하며 작품 속에 자신의 개성을 각인,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다 '물레방아' 이후 1960년대 후반에는 보다 작가적인 태도로 다양한 실험작을 내놓았으며, 1975년 이른 타계를 맞기 전까지는 다시 대중적인 영화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적 스펙트럼의 광대함을 자랑했던 그는 익숙한 장르 속에 자신의 뚜렷한 개성과 인장을 각인했던, 독보적인 개성의 작가로 평가된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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