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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들이 밝힌 서포트, 조공 문화의 명과 암 [ST기획]
작성 : 2019년 07월 13일(토) 13:00

사진=DB / 해당 사진과 상관없음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내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일종의 '보여주기'식 문화죠."

그룹 엑소 디오의 한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의 말이다. 진화하는 케이팝은 수많은 문화를 낳았다. 그중 하나가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팬들의 서포트 문화다. 90년대 아이돌 문화와 함께 성장한 서포트 문화는 연예인에게 전달하는 손편지부터 시작해 기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새로 변화했다.

서포트 문화는 돈으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비싼 선물을 받았는지가 인기의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팬들은 내 연예인의 기를 살려주고자 지갑을 열었다. 의류, 액세서리, 악기, 게임기, 사랑의 연탄, 기부 등 전부 나열할 수없이 다양한 물건들이 연예인에게로 향했다. 이에 스포츠투데이는 인기와 돈이라는 아슬아슬한 지점에 서있는 팬들의 서포트 문화에 대해 취재했다. 실제 엑소 디오 홈마 A, 아이돌 그룹 팬 B, C를 만나 서포트 문화의 전반을 알아봤다.

◆ 서포트는 '홈마'가 주도한다

연예인들의 서포트가 과거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은 '홈마'들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홈마란 홈페이지 마스터의 준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찍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사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홈마 A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선물 목록을 정하고 소속사와 상의해 물건을 보낸다"고 말문을 열었다. 홈마 B와 C 역시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연예인의 취향에 맞춰 물건을 보낸다"고 밝혔다.

C는 "평소 내 연예인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사실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후드티를 자주 입는 모습을 보면 후드 위주로 옷을 선정한다. 또 요즘 좋아하는 악기가 있다고 말하면 부가적인 품목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A는 "이렇게 선정한 물건들은 소속사에 메일을 보내 날짜를 정한다. 간혹 소속사에서 정해주는 날짜가 급박할 때가 있다. 오후에 연락이 와서 내일 오전에 보내라고 하면 난감하다. 결국 급하게 연차를 쓰고 서포트를 보낸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 그들이 서포트를 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홈마들이 굿즈로 높은 수익을 창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홈마들은 실제 벌어들인 돈에 사비까지 보태 서포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A는 "홈마로 아이돌의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이용해 비공식 굿즈를 만든다. 팬들은 내가 찍은 사진과 굿즈를 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 아이돌 팔아서 낸 수익은 다시 아이돌에게 돌려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홈마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실제로 떨어지는 돈은 크지 않다. 카메라 등 유지비가 많이 들고 이동하는데 쓰이는 돈도 상당하다"며 "그런데 팬들은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니 서포트에 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에 따르면 팬들의 눈치에 수익 보다 더 높은 서포트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B는 신용불량자가 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금 유명한 홈을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팬들의 기대치가 높더라"며 "굿즈 판매에 사비 800만 원 정도를 썼다. 카드 대금이 밀려서 통장은 정 되고 집으로는 사람도 찾아오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홈마가 만든 굿즈를 판매해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카페나 전시회다. 장소를 빌려 컵, 액자, 스티커 등 굿즈를 만들어 판다는 얘기다. 물건의 원가, 장소 대관료 등을 제외하고 카페는 300만 원, 그보다 규모가 큰 전시회에서는 5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이 발생한다. B는 "이렇게 큰 규모로 행사를 하면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500만 원 정도 이익을 얻었지만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 돈을 다시 아이돌에게 돌려줘야 한다. 명품으로 채워라'는 팬들의 요구에 800만 원까지 카드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서포트를 넣었을까. B는 "유명한 홈마들은 콘서트나 공개 방송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기도 한다. 얼굴이 공개된 상황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빚을 내 서포트를 했고, 지금은 홈페이지를 접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역시 "한마디로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화다. 트위터를 통해 서포트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니 압박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진=DB / 해당 사진과 상관없음


◆ 물건에서 기부로 바뀌는 서포트 문화

서포트 문화에 일방적 조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귀감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일부 아이돌은 서포트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연예인이 먼저 서포트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니 팬들이 조공 형태도 바뀌었다. 연예인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 그 예다. A는 "디오가 서포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팬들은 선물을 줄 방법이 없어 아쉬워 했다"며 "그러다 생각한 게 사랑의 연탄, 유기견 사료 전달 등의 기부 형식이다. 캄보디아같이 물이 부족한 나라에 디오의 이름을 딴 우물을 판 것도 뿌듯했던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포트 문화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부의 형태로 뻗어간 사례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배우 김소현은 생일 맞아 서포트를 받는 대신 팬들과 함께 기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의 팬 역시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서울숲에 '박지훈 숲' 조성 후원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박지훈의 팬카페는 2017년 7월부터 최근까지 그의 데뷔, 졸업,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 서포트를 진행해 7000만 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외에도 슈퍼주니어 려욱, 방탄소년단 정국, 슈가, 지민, 블락비 박경, 비투비, 황치열 등 수많은 연예인들의 팬들이 기부에 동참했다.

◆ 팬 사랑에 보답하는 연예인

어마어마한 팬들의 사랑에 연예인도 응답했다. 팬들에게 받은 조공을 연예인이 역으로 돌려준다는 데서 생긴 '역조공' 문화는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A는 "엑소는 음악방송을 할 때마다 항상 역조공을 한다. 나는 엑소가 조공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멤버 2명씩 짝지어서 커피 트럭을 불러주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선물을 준다"고 뿌듯한 마음을 표했다.

역조공이라고 하면 MBC 예능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를 빼놓을 수 없다. '아육대'는 아이돌 그룹이 각종 스포츠 경기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팬들이 직접 응원에 참여한다. 녹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쳐있는 팬들을 위해 음식과 음료수를 나눠준 게 '역조공'이 알려진 계기다. A는 "오랜 시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아육대'에서 음식을 자주 나눠준다. 팬들이 이를 SNS에 인증하며 퍼진 것"이라며 "사실 '아육대'에는 다양한 아이돌의 팬들이 모인 만큼 기싸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위터에는 '아육대도시락중계봇'이라는 페이지가 개설돼 역조공 도시락에 순위를 매겨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역조공으로 때아닌 논란을 낳은 연예인도 있었다. 모 아이돌 그룹은 주느니만 못한 역조공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팬들은 "주는 게 어디냐. 팬들 인원도 어마어마한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조공은 없는 게 낫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 팬 서포트의 그늘

조공 문화의 가장 큰 리스크는 서포트를 한 개인이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모 그룹의 팬인 D는 홈마 위주의 서포트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D는 "홈마가 굿즈를 팔 때 수익금은 서포트에 들어간다고 명시하면 팬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굿즈를 구입해준다"며 "그런데 판매가 끝난 후 잠수를 타는 홈마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미 물건을 받은 상태기 때문에 고소도 어렵고, 잡을 수도 없어 문제다. 팬들이 믿고 굿즈를 사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D는 간혹 물건도 보내지 않고 그대로 잠수를 탄 홈마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팬일 경우 추적을 통해 찾을 수 있지만 해외팬은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팬들에게 모금을 받아 서포트를 한 사례 중 부실한 선물 목록으로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그룹 구구단의 멤버 세정 갤러리에서는 서포트를 목적으로 약 350만 원가량이 모금됐다. 팬들은 기쁜 마음으로 돈을 입금했으나 총대(서포트 대표자)가 인증한 선물 목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떡, 케이크, 음료수, 티셔츠, 전등으로 다소 부실한 느낌이라는 것. 논란이 거세지자 총대는 "처음부터 비싼 거 쓰면 버릇 나빠진다"고 말하며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서포트 문화는 케이팝의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만큼 그 안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케이팝이 세계화를 이루고 있는 만큼 성숙한 팬 문화를 바탕으로 아이돌 문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때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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