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인간 내면을 건드린 리얼한 스릴러 영화 '진범'이 베일을 벗었다.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제작 곰픽쳐스) 언론시사회에는 고정욱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 송새벽 유선 오민석 장혁진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진범'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함께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공조를 그린 추적 스릴러이다.
앞서 전작 '독개구리'를 통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준비된 스릴러 감독의 면모를 입증했던 고정욱 감독은 '진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치밀한 추적 스릴러를 완성했다. 특히 가장 절친한 친구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되고,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심과 불신이 반복되고 진실이 무엇인지 긴장과 궁금증이 고조된다.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었고, 부검 현장을 수 차례 직접 확인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의 소견을 통해 영화 속 설정과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구체화시켰다.
이에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에 대부분 유가족이 직접 현장을 치우게 된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영훈이 자신의 집을 청소하는 장면을 완성했다.
고정욱 감독은 이에 대해 "살인사건 현장을 유족들이 치운다는 걸 듣고 정말 놀랐다. 최근엔 그런 업체들이 생겼다고 하는데, 금전적인 문제나 다른 이유들 때문에 가족들이 그 현장을 치우는게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는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의 원칙으로, 극 중 영훈과 다연이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정욱 감독은 "일사부재리 사건 실화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를 영화에 섬세하게 녹여낸 감독이다.
이어 고정욱 감독은 '진범'을 만들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떼였다. 아내가 '돈 빌려줄때는 그렇게 믿을만한 사람인 것처럼 하더니 이젠 아니네'라고 했다. 그때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로 믿은게 아니네'라는 말에 결국 틀린건 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고 믿음에 대해 생각하다 '진범'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렇기에 범인이 누군지를 밝히기보다 '이들이 왜 갈등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또한 네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밝혔다. 고정욱 감독은 "신인 감독이 예전에 점찍었던 배우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제가 너무 운 좋게도 제 캐스팅 1순위 분들과 함께 연기하게 돼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했다.
송새벽은 극 중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아내를 잃은 후 독기를 품게 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영훈 역을 연기했다. 송새벽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며 공감이 많이 갔다. 실제 저라도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자신이 형사가 된듯이 움직일 것 같다. 그런 사실적인 시나리오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영화를 보니 가슴이 요동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며 "촬영하며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웃과 잘 지내야겠단 생각을 좀 많이 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선은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용의자 아내 다연 역으로 처절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뭔가 다 쏟아낼만한 작품, 그런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라고 했다. 유선은 한 사건을 두고 네 명의 사람이 얽혀드는 이야기에 "신에 따라 범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달라진다. 그게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빈 공간을 감정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 순간순간 상대를 보고 있을때 긴장감이 흐르지 않나 싶다"고 했다. 특히 유선은 '진범'에 대해 "'오리엔탈 특급살인사건'이 연상됐다. 한 인물들 인물들, 그들의 진실들을 추리하고 유추하고 그런 흐름들이 굉장히 긴박감있게 흐르더라"고 말했다.
'진범'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의 믿음과 불신, 이로 인한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한 영화다. 끔찍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분노, 의심과 혼란에 휩싸여 폭주하는 감정까지 송새벽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인다. 7월 10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