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한국 농구대표팀이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린다. 분위기는 좋다. 유재학 감독(51·울산 모비스)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2013년 국제농구연맹 31위)은 최근 대만(44위)과 뉴질랜드(19위)를 상대로 가진 4차례 평가전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홈에서 열린다는 이점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달 31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70-71로 패했다. 지난 달 25일(102-66승)과 27일(103-70승) 열린 대만과의 평가전과 29일 치른 뉴질랜드전(64-58승)에서 승리한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강호 뉴질랜드를 상대로 선전하며 오는 30일 막을 올리는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다음 달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뉴질랜드와의 두 차례 평가전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한국은 사이즈와 힘에서 한 수 위인 뉴질랜드를 상대로 시종일관 압박을 가하는 강한 수비 농구로 경기를 주도했다. 풀코트 프레스로 상대 공격을 1선에서 차단했고, 우리 진영에서도 가드진이 상대 선수들을 밀착수비하며 볼의 흐름을 최대한 방해했다. 이에 당황한 상대 선수들은 공격을 원활하게 풀어가지 못했고, 무리한 슈팅만을 남발했다.
유재학 감독도 지난 달 29일 경기 후 "초반부터 끝까지 상대를 밀어붙인 것이 주요했다. 체력적인 면에서 우리가 앞섰다"며 "수비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합격점을 주고 싶다"고 승리요인을 분석하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3점슛 4개 포함 16득점을 올린 조성민(31·부산 KT) 역시 "이란과 중국 등 아시아권 팀들과 비교했을 때 뉴질랜드가 힘이 더 세고 많이 터프했다"며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적응이 됐다. 경기력 또한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이날 승리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이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으로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지난 7월 치른 뉴질랜드 원정 1~3차전(69-102패, 76-75승, 81-89패)에서 21-44, 27-37, 30-36으로 리바운드에서 열세를 보인 한국은 홈에서 치른 두 차례 경기에서도 38-43, 26-52로 리바운드 개수가 뒤졌다. 농구는 골밑 장악이 승리를 좌우하는 경기인 만큼 이 부분은 남은 기간 한국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공격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한국의 주요 득점루트인 3점슛은 당일 컨디션에 크게 좌우됐다. 뉴질랜드와의 원정 3연전 3점슛 성공률을 살펴보면 패했던 1,3차전은 각각 20%(4/20)와 33%(5/15)로 저조했던 반면 승리한 2차전은 39%(7/18)로 좋았다. 지난 달 29일 경기에서는 33%(5/15), 31일 경기에서도 33%(7/21)로 좋지 않았다. 29일 경기의 33%는 원정 3차전과 동률이었지만, 뉴질랜드의 3점슛을 13%(3/23)로 막으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뉴질랜드의 3차전 3점슛 성공률은 42%(8/19)였다.
3점슛 외에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지난 달 29일과 31일 경기 중 김태술(30·전주 KCC)이 투입된 상황에서는 다양한 득점 장면이 연출됐다. 컷인 플레이와 픽앤롤 등 패스로 공간을 만든 뒤, 침투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들이 나왔다. 그러나 김태술이 투입된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이뤄졌고, 이 마저도 실책과 연결된 상황이 많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둔 상황이 많진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아직 공격 전술을 더 만들 생각은 없다. 패턴 플레이는 시합 10일 전에 만들어도 충분하다"며 "압박수비나 볼 움직임에 더 신경쓰겠다"고 전했다. 물론 체력과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한국 농구의 특징이긴 하지만 이 날 한국의 공격 움직임은 너무나 단조로웠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달 4차례 평가전 기간 동안 점점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수비 농구는 중국(12위)과 이란(20위) 그리고 필리핀(34위) 등이 쉽게 생각할만한 전력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맞붙을 상대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21일 진행된 아시안게임 12강 본선 라운드 조 추첨 결과 D조에서 요르단을 상대하게 됐다. 본선은 3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나머지 한 팀은 예선을 거처 정해진다. 예선에 참가하는 8개국은 A조의 몽골, 홍콩, 쿠웨이트, 몰디브, B조의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팔레스타인, 인도다.
대표팀은 8강 리그전에서 C조 1,2위가 유력한 중국과 대만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8강 리그전은 상위 2위 안에 들어야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이후 메달의 색깔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프로농구에서 울산 모비스를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이미 수비와 전술에서 전략가로서 인정받은 '만수(萬數)' 유재학 감독. 과연 유재학 감독이 홈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명단
▲가드(4명)= 양동근(모비스) 김태술(KCC) 박찬희(KGC) 김선형(SK)
▲포워드(4명)= 조성민(KT) 문태종(LG) 허일영(오리온스) 양희종(KGC)
▲센터(4명)= 김주성(동부) 김종규(LG) 오세근(상무) 이종현(고려대)
오대진 기자 saramadj@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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