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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자 부르타', '인싸'처럼 스트레스 날리고 싶다면 [리뷰]
작성 : 2019년 06월 24일(월) 13:33

푸에르자 부르타 / 사진=쇼비얀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인생은 그렇다.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벽을 힘겹게 넘고 행복이 찾아오나 싶으면 어느새 또 거대한 벽들이 덮쳐온다. 반복되는 역경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푸에르자 부르타'는 말한다. 끝없이 나를 잠식하는 고통 따위 잊어버리고 그냥 즐기라고.

'2019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FUERZA BRUTA WAYRA in SEOUL, 이하 '2019 푸에르자 부르타')'이 4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공연한 뒤 6개월 만이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인 '푸에르자 부르타'는 도시의 빌딩 숲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슬픔, 절망으로부터 승리, 순수한 환희까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언어가 아닌 강렬한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공연은 초반, '꼬레도르(CORREDOR)'로 기선을 제압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면서 액터가 마주하게 되는 갖은 장애물들은 억눌린 답답함을 선사하지만 이내 빠른 뜀박질로 무섭게 다가오는 벽을 뚫고 그 벽 속에 있던 흰 종이가 사방으로 쏟아질 때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여기에 추가된 '살토(SALTO)' 신에서는 공중 계단에서 와이어 액션으로 허공을 질주하는 역동적인 장면이 연출돼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이어 아크릴 수조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밀라르(MYLAR)'에서는 정적으로 구경하던 관객의 스탠스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끔 바꿔놓는다. "물에 젖는다"는 후기 탓에 '수조가 혹시 터지진 않을까' '갑자기 무너지면서 물이 쏟아지진 않을까' 갖은 걱정으로 복잡해진 머릿속은 액터들이 한 방에 정리한다. 이들은 몸을 내던지는 짜릿한 슬라이딩은 물론 갑자기 수조를 세게 내려치며 관객의 흥을 돋운다.

특히 투명한 수조에 얼굴을 갖다 대고 독특한 표정을 짓거나 말을 내뱉는 액터들 덕분에 '푸에르자 부르타'는 관객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다. 관객은 수조를 직접 만지며 무용수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느끼게 된다. 그저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는 공연이 아닌 함께 인터랙티브한 공연의 가치를 실현하는 셈이다.

'무르가(MURGA)'부터는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가 시작된다. 공연 초반 벽에서 터져 나왔던 하얀 종이 더미들을 찢으며 신나게 춤추던 액터들은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린다. 이들은 함께 종이를 찢으며 신나게 뛰고 즐긴다.

'버블(BUBBLE)'은 또 하나의 신세계를 내놓는다. 월드컵 때 펼쳐지는 태극기 응원처럼 천막이 관객 위를 덮치고 그 안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오면서 두둥실 돔을 만들면 돔 밖에 있던 액터들이 천막에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아래로 내려와 공중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몇몇 관객들은 액터와 함께 직접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기회도 맛볼 수 있다.

이렇듯 '푸에르자 부르타'의 진정한 묘미는 '교감'에 있다. 액터들과 손을 맞잡고 싶어 한껏 뻗었음에도 실제 그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관객은 몇 되지 않는다. 아쉽게 수 번의 기회를 놓쳤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관객들 손을 잡아주러 액터들이 직접 무대 아래로 강림하기 때문. 이들은 나도 모르는 새 옆으로 와서 내적 흥을 외적으로 분출시키는데 일조한다.

본 공연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들은 쉬지 않고 객석 가운데에 동그란 공간을 만들어 관객들을 공간 안쪽으로 초대한다. 무대 한쪽 벽면에서는 이를 위해 신나는 드럼 연주, 팡파르와 함께 물을 뿌려준다. 액터들과 함께 흠뻑 젖으며 뛰다 보면 소위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가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젖었다고 집에 어떻게 가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기를 빨리 말려주는 강풍기의 강한 바람이 여기저기서 불어오며 젖은 몸을 말려주니까.

뛰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 채 열심히 소리치며 뛰고 나면 어느새 끝나버리는 공연이 아쉬워질 지경이다. 벌써 70분(러닝타임)이 다 지나갔나 아쉬움에 공연장을 뜨지 못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공연 맨 처음과 마지막에 반복된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일상을 탈피하고 스트레스를 날리며 신나게 즐겼던 공연의 순간들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되는 하나의 장치가 되는 셈이다.

선 채로 내내 천장을 봐야 하는 고충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속세를 잊고 어린아이처럼 미친 듯이 뛰놀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푸에르자 부르타'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8월 4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FB씨어터에서 공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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