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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인성호·임춘길·유보영, 삶의 아픔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작성 : 2019년 06월 24일(월) 09:25

인성호, 임춘길, 유보영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인턴기자] 연극 '아부지'의 연출가 인성호, 주연 배우 임춘길 유보영은 '치매'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삶과 가깝게 표현하면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가족의 사랑과 의미를 일깨웠다.

'아부지'(연출 인성호)는 젊은 시절 건강했던 우리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치매라는 소재로 풀어낸 연극이다. 배우 출신이자 IMO극단의 창립자인 인성호가 연출을 맡았으며 실제 부부 사이인 배우 임춘길, 유보영이 극 중 부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스포츠투데이는 '아부지'의 주연 배우 임춘길, 유보영 그리고 연출가 인성호를 만나 연극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첫 개막을 했던 '아부지'가 올해 다시 관객을 찾았다. 인성호 연출은 "사실 작년 개막할 당시에는 '치매'라는 소재가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어 관객 반응이 어떨지 반신반의 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고 관객들이 생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여 다시 개막하게 됐다고.

'치매'라는 소재에 어떻게 접근하게 됐는지 계기를 묻자 인성호 연출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중장년층들이 누리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며 "중장년층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치매'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100세 시대가 다가왔고 '치매'는 누구나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아픈 상황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이런 아픔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개선을 할 수 있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삶의 무거운 면을 포용할 줄 아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 연극을 통해 아픈 현실조차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 또한 밝게 극복해갈 수 있는 인식개선의 시작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인식이 퍼져나가는 '넛지효과'를 소망했다.

인성호, 임춘길, 유보영 / 사진=DB


극 중 치매를 앓게 된 아버지 정욱 역을 맡은 임춘길은 치매를 앓고 있는 역을 소화하는 데에는 확실히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아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공포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치매는 어느 한 면에서 특징적으로 결핍된 부분이 아니라 다방면의 증상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면들마다 다른 증상들을 연기하기 위해 영상을 참고하거나 서적을 찾아보며 완벽한 캐릭터 구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정욱 역을 사랑하는 성희 역을 연기하는 유보영은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접 경험하게 돼 만감이 교차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희 부부가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다"며 "처음 역할을 맡아 연습할 때는 역할에 너무 몰입이 돼서 '큰일 났다' 싶을 정도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연기를 하다 보면서 그런 부분들은 익숙해졌다고.

이어 그는 "사람들이 살면서 누구나 기복을 갖고 있지 않냐"며 "6년 전 제가 슬럼프 같은 걸 겪었다. 부부관계도 그렇고 많은 걸 힘들어하던 시기였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아부지'를 하면서 치매에 걸린 남편 역할을 바라보자니 너무나 큰 슬픔이 몰려오고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다"며 "연습을 하면서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고 신혼 때로 돌아간 것처럼 부부 생활이 좋아졌다"고 말하며 임춘길을 바라봤다.

또한 두 사람은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보영은 "뮤지컬에서는 제약이 많다. 감정이 치고 올라가도 노래를 해야 해서 신경 쓸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뮤지컬을 하다가도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연기를 할 때 한동안은 그 인물로 살아야 하는 게 지루할 수도 있지만 늘 현장에서 새롭게 살아있을 수 있고 새로운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고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그는 영화건, 연극이건 연기를 즐기고 새롭게 나를 표출하면서 그 연기에 관객들이 따라올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배우로서 진정으로 연기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성호, 임춘길, 유보영 / 사진=DB


끝으로 이들은 "'아부지'의 관전 포인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라는 슬픈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코미디가 많이 숨어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인성호 연출가는 "'아부지'는 우리들의 삶에서 누구나 겪을 만한 모든 일들이 담겨 있다"며 이를 함께 공감하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인턴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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