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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공연형 아티스트로의 진화 '안녕 나의 우주' [리뷰]
작성 : 2019년 06월 23일(일) 17:26

정승환 콘서트 / 사진=안테나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정승환이 '공연형 아티스트'로 진화했다.

정승환의 단독 콘서트 '안녕, 나의 우주'가 23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됐다.

지난 해 3월 첫 단독 콘서트 '그리고 봄'을 치른 뒤 앙코르 콘서트 '다시, 봄', 연말 콘서트 안녕, 겨울'까지 총 8회에 이르는 단독 콘서트를 거치며 성장한 정승환은 올림픽홀에 입성해서도 '90초 매진'을 기록하며 22, 23일 양일간 총 6천여 명을 동원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앨범명이자 공연명인 '안녕, 나의 우주'에는 정승환이라는 우주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더불어 모두가 각자의 우주를 지닌 존재로서 무한한 세상 속에서 마주서게 된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가 내포됐다.

정승환은 "공연에 정말 많은 걸 쏟았다. 돌아가시면서 '정승환이 공연에 모든 걸 걸었구나' 느끼셨으면 좋겠다. '공연형 아티스트'가 된다는 걸 선언하는 각오다. 대단한 각오로 임했다. '안녕, 나의 우주'는 앞으로 3시간 가량 앞으로 남아 있다. 각오하셔야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공언한 대로 정승환은 짜임새 있는 공연 구성력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발라더 콘서트는 그저 귀를 위한 콘서트'라는 편견을 지웠다. 그는 멘트 때마다 곡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거나 곡 사이에 영상을 삽입하며 곡 하나, 하나 배치에 세심히 신경 쓴 인상을 보였다.

우선 공연 초반, 정승환은 '눈사람' '너였다면' '이 바보야' 등 히트곡으로 관객을 잡아끌었다. 휘몰아치는 가창력과 쭉뻗은 고음 끝에 묻어나는 정승환 특유의 뭉클한 감정은 앞으로 이어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어 정승환은 만남과 헤어짐을 '계절'에 비유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곡을 선곡했다.
사랑을 시작하는 '다시, 봄'을 시작으로 이별의 '비가 온다', 이별을 마치기로 했다는 '숲으로 걷는다', 마지막 '그 겨울'까지 정승환은 일러스트와 함께 선보이며 감성을 돋웠다.

그는 "제 노래 중에 계절에 관한 노래가 많더라. 노래라는 게 제 목소리에서 출발을 하긴 하지만 세상에 딱 공개가 되면 제 손을 완전히 떠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게 많다. 그때부터는 듣는 사람의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노래를 가지고 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계실 것이고, 누군가에겐 질리는 음악일 수도 있지 않나. 계절에 관한 노래를 쭉 부를 때 '여러분들의 계절 속에서 함께 했었던 누군가를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해봤다"고 설명했다.

정승환 콘서트 / 사진=안테나 제공


다음 곡 '잘 지내요'에 대해서는 "제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쓰기도 한다. 작년에 나왔던 '라이프'라는 드라마 OST를 하나 불렀다. 저희 회사 이진아 씨가 작곡을 하시고 제가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사실 잘 못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살다 보면 너무 지쳐서 '잘 지내냐' 물음에 '이러이러 해서 힘들어'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잘 지내'라고 뭉뚱그릴 때가 많더라. 많이들 그러시는 것 같아서 그런 얘기를 썼는데 많이들 위로 받았다고 하시더라.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노래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승환은 푸른 동굴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푸른 레이저 효과가 돋보인 '네가 온다'에 이어 관객과 함께 부르려고 만든 '믿어'로 팬들과 응원법을 주고 받으며 관객들과 교감을 시작했다. '사뿐'을 부르면서는 아예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2층 객석 바로 앞에 준비된 아일랜드 무대로 이동했다. 아일랜드 무대에서 정승환은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떼창을 주고 받다 '타임라인'을 부르며 본 무대로 돌아갔다.

조곤조곤 읊조리면서도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시종 관객들을 웃긴 정승환은 공연 말미, 밴드 멤버들을 소개하면서 '교태'를 담은 댄스 무대를 펼쳐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상반기 공연 관객 동원 순위를 쭉 보여준 뒤 최상위권에 장기집권 중인 가요계 선배들의 노래를 메들리로 불렀다.

그는 "저런 공연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시고 억지로 여기에 끌려오신 분들에게 위안을 드리고자 선배님들의 노래를 준비해봤다. '눈 감고 들으면 아 누구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모창 연구를 많이 했다. 귀엽게 봐달라. 이름도 붙였다.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 '청출어람 메들리'라며 박효신의 '굿 바이(Good Bye)’, 바이브의 '다시 와주라' '술이야', 정준일의 '안아줘',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를 깨알 같은 모창과 함께 열창했다. 마지막 메들리로 '사랑에 빠지고 싶다'가 나오며 정승환은 '공연이 뭘까, 왜 이렇게 힘드니'로 개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승환은 '보통의 하루' '변명' '자꾸만 반대로 돼' '제자리'에 이어 마지막 곡으로 미니 2집 음반의 타이틀곡인 '우주선'을 선택했다. 관객들이 어디에 있든 '그대 중력이 날 이끌면 유성처럼 달려가겠다'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정승환은 관객들에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승환은 "공연에 자꾸 욕심이 생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오늘 공연을 즐기고 돌아가시는 길에 '좋은 추억 하나 얻었다'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올림픽홀은 선배님들이 거쳐가셨던 무대이기도 하지 않나.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자고 일어났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그래도 되는 사람인가' 생각도 들고. 많이 엉성하지만 노래만큼은 목이 쉬어라 불러드릴 테니까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음악의 동의어가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무대하면서 행복하기도 하고 제가 느끼는 행복감을 여러분들에게 드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걸어나가는 것들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공연형 아티스트'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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