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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6월 20일(목) 15:49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점잖고 정중한 언행에도 용기와 확신이 묻어난다. 흔들림 없이 그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확실히 알고 묵묵히 나아가는 강윤성 감독이다.

강윤성 감독을 쉽게 단정 지어선 곤란하다. 강렬한 원펀치 액션을 필두로 한 '범죄도시'의 설계자였던 강윤성 감독이 이토록 말랑말랑한 코믹 로맨스 액션물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제작 영화사필름몬스터)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영화는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고, 거대 조직 보스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단 비현실적 스토리다. 심지어 '첫눈에 반한 여자 말을 듣고 국회의원이 되겠단 남자'라는 과장된 설정을 강윤성 감독은 과감하게 스크린으로 끌어들였다.

그 또한 웹툰을 베이스로 한 스토리인 만큼 설득력이 부족한 만화적 설정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을 설득하려면 리얼리티가 중요하단 판단을 했다. 그렇기에 선거 과정에 대한 자료조사, 인물들에 대한 개연성과 캐릭터의 전사를 쌓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웹툰의 영화화지만, 강윤성 감독이 이토록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장세출에 대한 순수한 끌림 때문이었다. "저도 원작 웹툰을 먼저 본 게 아니었다. 류경선 작가의 시나리오 초고를 먼저 접했다"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거기 담겨 있었다고 했다.

"한 여자에 빠져서 자신의 인생까지 바꾸는 남자는 어떻게 보면 옛날에나 볼법한 인물상이다. 하지만 순수한 사람일수록 사랑에 빠지는데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보지 않는다. 순수한 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다음 모든 걸 내려놓고, 본인의 인생조차 바꾼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는 강윤성 감독이다. 그래서 이토록 우직하고 미워할 수 없는 낭만 조폭 장세출을 요즘 시대에 끌어온 것이었다.

강윤성 감독은 "장세출의 성장이 주가 되도록 했다. 휴먼 스토리를 가진 로맨스 영화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영화화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만화적 설정은 한 남자의 성장담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인 서사구조를 갖추게 됐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구현으로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실제 장세출을 연기한 김래원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상적이다. 구수한 목포 사투리를 내뱉으며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숙맥인 모습, 고백했다 차인 뒤 노래방에서 발라드를 부르며 제 마음을 전하는 순정. 다시 주먹을 쓰면 저 스스로 손을 망가뜨리겠노라 해놓고 이를 못 지켜 몽키스패너를 들고 와서도 덜덜 떠는 모습, 제가 끓인 국을 맛보며 감탄하는 모습 등. 이토록 능청스럽고 호감 가는 인물이다. 강윤성 감독은 이를 "배우와 감독이 같이 만들어낸 자식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말을 빌어 "감독이 아버지이고 배우는 어머니로서 캐릭터라는 자식을 키운다"며 "배우와 협업하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희열을 느낀다. 영화 작업 끝난 뒤 '장세출이 이렇게 탄생했구나. 이렇게 컸구나'를 생각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인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전한 강윤성 감독의 작업 방식은 꽤 독특했다. 촬영 당일 현장에서 상황과 대사가 달라지는 일이 많았고, 배우들이 당시 느끼는 감정과 대사를 살렸다. 이에 대해 감독은 "시나리오와 콘티는 철저하게 짜여 있지만, 현장에서의 공기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제가 먼저 느끼는 날도 있고 배우가 먼저 느끼는 날도 있다"며 "저희 현장은 배우 스태프들 콜타임이 같았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리허설을 하고 만들어갔다"고 했다.

강윤성 감독은 "대본에 쓰인 대로 대사를 정확히 하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 않는다. 제가 캐릭터들을 생각하고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들이잖나. 그런데 그 캐릭터를 깊이 있게 고민한 배우들이 인물의 감정을 느끼며 대사 했을 때 제가 썼던 대사가 잘못된 경우가 많더라"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현장의 공기의 흐름, 촬영 순간에 돌입해 나오는 감정과 대사들을 새로이 바꾸기도 하고, 불필요한 신을 없애기도 한단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끊임없는 고민이 오가는 현장일 테니 꽤 번거롭고 고된 작업일 텐데도 감독과 배우들은 함께 협업하며 유연하게 대처하고 생동감 넘치는 '진짜'의 맛을 알아간다. 무엇보다 강윤성 감독은 "배우들을 믿는다"고 했다. 자신은 배우들이 몰입하고 만들어낸 캐릭터가 행하는 언행들이 진짜 같은지 관찰자로서 평가만 할 뿐이라고. 앞서 '범죄도시'에서도 동네 사람들의 행색과 삶의 공기까지 리얼하게 담아내며 모든 인물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든 강윤성 감독의 섬세하고 정교한 연출력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었다.

선거판의 리얼함 또한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대한민국 현실 정치쇼를 만화적으로 유쾌하게 비꼰다. 이에 감독은 "보편적으로 한국 사회, 정치에 대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있지 않나. 장세출의 전사가 비록 건달이었을지언정, 정말 직진만 하며 자신이 말한 것을 지켜나가는 순수한 인물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담고 싶었다"고.

'범죄도시'와는 너무도 다른 결을 지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다. 하지만 두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펄떡이는 생동감이다. 감독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마치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넘치는 생명력을 지녔다. 이는 강윤성 감독 특유의 진지하고 깊은 통찰을 엿보게 한다.

여전히 강윤성 감독은 예단하기 이른 사람이다. 스스로 장르에 국한되고 싶지 않단 그는 "이제 막 영화 두 편을 내놓은 신인 감독이니 영화적으로 더 공부하고 성숙하며 확장해야 한다"고 확고한 연출관을 밝혔다. 확단할 수 있는 건, 그는 어떤 장르의 이야기를 하든 관객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꿈꾸는 스토리텔러이자 이를 영상으로 진실되게 담아내고자 통찰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을 감독이라는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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