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병무 기자] 옛날 우리나라 동해에는 고래가 아주 많았다. 특히 겨울철이면 몸에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고 덩치 큰 귀신고래들이 많이 찾아왔다. 멀리 오호츠크 바다에서 동해와 남해를 거쳐 중국 앞바다까지 주로 연안을 따라 회유하는 이들은 동해안에서 새끼를 낳았다. 그리고 새끼를 낳은 어미는 바닷가에서 미역을 뜯어먹으며 몸조리를 했다.
중국 당(唐)나라의 유서(類書:일종의 백과사전) 초학기(初學記)에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먹어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책이 나온 때가 약 1300년 전, 우리가 미역국을 먹고 산 역사는 참 오래됐다. 삼국유사에 실린 연오랑세오녀 설화에도 미역이 등장한다.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이 미역을 따러나가 시커먼 바위에 올라탔더니 바위가 움직여 왜(일본)까지 갔다는, 가서 왜나라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때가 약 2000년 전이다. 그렇게 미역은 엄마의 젖을 통해 한반도 사람들의 핏줄에 면면히 녹아들었나보다.
어머니는 생일 때가 되면 꼭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아침밥을 먹든 말든 집 떠나 있든 없든 생일날에는 어김없이 미역국을 끓이셨다. 그래서 생일날 미역국을 안 먹고 지나치면 왠지 서운하다. 미역국에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신비한 성분이 들어있는 듯하다.
회복을 돕는 소고기미역국
미역국은 미역이 주재료다. 소고기와 같이 끓이면 소고기미역국, 조개가 들어가면 조개미역국, 가자미가 들어가면 가자미미역국이 되듯, 미역을 중심으로 보조재료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대중적인 소고기미역국을 끓여보겠다.
미역은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산모용 미역을 사다 쓰면 좋겠으나 값이 비싸고 고르기도 어렵다. 초보는 비닐 포장된 건미역을 사다 쓰는 것이 속 편하다.
육수는 멸치, 파, 다시마, 새우 등을 끓여 만든다. 멸치 대신 뒤포리(밴댕이)를 넣었고, 대파 대신 대파 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