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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기' 쎄이,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6월 09일(일) 14:18

쎄이 인터뷰 /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제 음악만 들으시는 분들은 제가 다가가기 힘들고 철학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진짜 단순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인간 권소희와 가수 쎄이를 합치고 싶었어요. 이때까지는 둘이 너무 달랐거든요. 다들 어렵게만 보니까 나사를 좀 풀어도 되겠다 싶었어요. 나사를 푼다고 제 정체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도전으로 실험을 해보는 거죠."

올곧게 직진하던 걸음을 갑자기 틀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의아한 변주.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싱어송라이터 쎄이(SAAY, 본명 권소희)의 새 싱글 '지기지기(ZGZG)'에 담긴 변화였다.

쎄이가 7일 '지기지기'로 10개월 만에 컴백했다. '지기지기'는 우리의 전통가락인 '장지기장'에서 가져왔다.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는 사물놀이에 삶의 모든 시름을 풀어내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던 우리네 조상들처럼 '지기지기'는 지치고 힘든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쎄이가 전하는 사물놀이다. 남 눈치 보느라 자신의 삶은 뒷전인 사람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게 자극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간 1인칭 시점의 '나의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뒀던 쎄이는 팬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변해주고 싶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가지면서 느끼게 된 감정이었다. 많은 리스너를 포섭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흥'을 바탕으로 삶의 모토가 되는 좋은 에너지를 오롯이 전달하고 싶었다는 쎄이다.

그는 "시대가 빨라지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그래서 더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더라. 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꾸 향수병이 생기고 현대인들한테 우울증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다. 경제가 활성화되는 건 좋지만 반면에 그 때문에 더 텅 빈 마음이 들고 너무 반복되는 삶만 살다 보니까 욜로족이 생긴 것 같았다. 삶이 지겨운 사람들에게 활력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쎄이 인터뷰 /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를 위해 쎄이는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가미했다.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시도다. 보컬만큼 춤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춤을 통해 곡의 시너지를 폭발시키고 싶었다고. 이를 위해 쎄이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마이클 잭슨의 바이브를 안무에 차용했다. 댄서들도 10명을 뽑기 위해 300명의 프로필을 검수하며 온 신경을 기울였다.

쎄이는 "이때까지는 보컬로만 끌고 오는 곡이 많아서 '쎄이는 보컬에 강한 사람이구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거다. 이번엔 제가 평생을 갖고 왔던 춤을 접목시켜서 춤으로 터뜨리는 곡이다. 안무도 한 번도 쉬지 않고 시선강탈할 수 있도록 짰다. 아티스트로서 가져가야 하는 포지션 중에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퍼포머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지기지기'는 국악을 바탕에 두고 있다. 지금껏 쎄이가 들려준 음악과는 사뭇 다른 장르다. 여기엔 특별한 탄생 비화가 숨어있다. 지난해 발매한 첫 정규앨범 '클래식(CLAASSIC)'에 무려 18곡을 실으며 모든 걸 쏟아부은 뒤 다시 한 번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돌아보며 본연의 소리를 찾아가던 쎄이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첫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뜻밖에 쎄이가 접했던 첫 음악 장르는 '국악'이었다. 국악예술원의 원장이던 어머니 덕에 동요보다도 우리나라 고유의 소리와 장단을 먼저 익혔던 그다. 그렇게 앨범 방향성을 고민하던 쎄이는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외국인도 따라부를 수 있는 '장지기장' 리듬을 떠올리고 이를 앨범의 주 가락으로 삼았다.

이 장지기장에 지금의 쎄이가 제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팝, R&B 장르를 접목시켜 '지기지기'가 완성됐다. 옛날의 쎄이와 지금의 쎄이를 믹스한 셈이다. 두 장르를 섞으면서 쎄이는 '이질감'을 없애는 데 애를 썼다. 양면성을 갖추되 각각의 본연의 색을 잃지 않으려 한 것이다.

쎄이는 "국악의 여러 분야를 배우면서 자랐다. 그때 바이브를 가져와야겠다 싶었다. 다만 너무 곧이곧대로 가져오지 말고 내 스타일로 만들되 사람들이 쉽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쎄이 인터뷰 /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어머니의 음악'을 가져왔으니 어머니는 대만족했다. 쎄이는 "부모님 사상이 열려 있다. 해외도 많이 보내주셨다. 다만 어머니는 국악을 알려주시면서 '이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이게 네 피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것이 곧 세계의 것이기 때문에 흔들리거나 변질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제가 해외 활동을 자주 하는데 그러더라도 '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신다. 당연히 '장지기장'도 엄청 좋아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머니는 '잘하라'는 말보다도 항상 '바르게 하라'고 하신다. '노래한다고 어깨뽕 들어가지 마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주입식 교육을 하시는 거다. 방송이나 무대를 꼭 보러 오시는데 '잘한다'고 칭찬하러 오시는 게 아니라 단점을 집어내러 오신다. 가장 큰 응원군이기도 하지만 제일 악설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가족만큼이나 쎄이의 음악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이가 있었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준 작곡가 겸 가수 디즈였다. 디즈를 두고 쎄이는 자신을 한발 앞서서 봐주는 '정신적 지주'라고 칭했다.

쎄이는 "프로듀서로 오래 했는데 정작 내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머릿속엔 우주가 펼쳐져 있는데 실현이 잘 안 되는 거다. '다른 사람 거는 잘 만드는데 내 거는 왜 안 되지' 싶었다. 그러다 (디즈에) 음악을 들려드릴 계기가 있었는데 '넌 음악으로 거품 만들려고 한다'고 하시더라. 어린 나이에 곡도 좀 팔아보고 돈도 좀 벌리니 허세가 있었던 거다. 근데 그분이 멘탈을 다 깨부숴주셨다. '앨범 쉬운 거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 하시면서 음악이라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 말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쎄이 인터뷰 /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그때 쎄이는 '내가 아무리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누군가는 진짜 실력을 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이후로 쎄이는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의 교집합'을 찾는 데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한다. 내 거인 것처럼 자신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나만의 것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쎄이는 디즈의 일침이 아니었다면 그저 '멋에 취해 살았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간 어머니가 강조했던 음악에 대한 겸손함이 번뜩 스치면서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쎄이는 "처음 즐겁게 음악을 했던 그때의 순수함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지금도 스케줄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공연장에 사람들이 많아질 때마다 그때를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연습생 시절을 거쳐 한 번 데뷔했다 해체하고, 프로듀서 경력을 넘어 솔로 가수로 혼자 서기까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쎄이는 '나의 것'을 단단히 쌓아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나아가길 원했다.

"앞으로 한참 더 해야겠지만 여러 과정들을 겪은 게 많이 도움이 되죠. 이 업계는 사실 무섭거든요. 정신 안 차리면 코 베어 가는 동네기 때문에 '내 것'이 확실하지 않으면 모든 게 확실하지가 않아요. 내가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정신 차려주지 않거든요. 살벌하고 잔인하긴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피가 되고 살이 돼서 제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음악하고, 자신 있게 저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음악 앞에서 겸손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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