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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김래원, 'NEW 인생캐' 탄생기 [인터뷰]
작성 : 2019년 06월 06일(목) 11:52

김래원 인터뷰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배우 김래원에게 변화가 생긴 건 분명했다. 열일곱에 데뷔해 22년 차 경력이 쌓였으니 이 일에 인이 박히고도 남을 텐데 여전히 주변의 좋은 사람을 만나 배우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그였다.

김래원의 인터뷰 10할은 강윤성 감독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제작 영화사필름몬스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는 조직 보스 장세출로 분한 그는 영화의 출연 결정부터 촬영 과정,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윤성 감독을 향한 믿음을 원동력으로 움직이고 변화했음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그 믿음의 시작은 강윤성 감독의 전작이자 데뷔작 '범죄도시'로 비롯됐다. 김래원은 이를 보며 강하게 매료됐다. 역대급 캐릭터를 경신한 마동석, 윤계상 두 주연 배우의 밸런스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균형이 잘 잡혀있기에 작은 역할의 배우들까지 모두 살아 있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밸런스 조절을 잘하는 능력 있는 감독이 있나 싶었고,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단 바람을 갖게 된 김래원이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 제의를 받았고 주저 없이 택했음은 두말할 것 없다. 1억 뷰를 기록한 원작 웹툰의 인기, 조폭 보스가 시민 영웅이 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단 비현실적 스토리. 게다가 '목포 영웅'이란 타이틀이 말해주듯 사투리를 사용해야 했다. 이런 부담 요소들을 안고도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강윤성 감독님이 어떻게 풀어내실까 궁금했고, 저는 그 부분에서 이미 신뢰를 하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며 "감독님께 저를 맡겨보고 싶었다"는 그다.

영화는 만화적 설정을 영화적 스토리로 재해석하며 현실감을 갖추고 코믹한 순간부터 로맨스, 액션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버무렸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아무리 두 번 세 번 읽어도 제 눈엔 멜로물로 보였단 김래원이다. 그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멜로물로 안 보시더라. 하지만 감독님도 이 영화를 로맨스물로 의도하셨다. 그때부터 이미 연결이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철거현장에 투입된 조직 보스가 변호사에 뺨을 맞고 첫눈에 반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선거판까지 나설 정도이니, 이토록 무모한 순정남의 로맨스가 또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미 설정부터 지극히 발랄하고 코믹한 구성으로 이뤄진 만큼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강윤성 감독은 애초 김래원에 "이는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를 풀어가는 건 내게도 숙제지만, 이런 숙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라"며 분명한 인지를 줬단다. 김래원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감독이 생각하는 의도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었다. 원작 웹툰을 보면 제게 틀이 생길 것 같아 오히려 보지 않고 감독의 의도를 맞추려 했다.

그는 조폭 연기라 하면 너무도 익숙했다. 여전히 연기 인생 대표작이 '해바라기'로 꼽힐 정도이고, 한동안 강렬한 조폭 연기를 숱하게 해 봤다. 그래서 초반엔 짙고 깊은 '진짜' 건달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 하지만 강윤성 감독은 이에 대한 수위조절을 했다. 리얼한 조폭 캐릭터로 그려진다면,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모습에서 이질감이 생길 거란 판단 때문이었단다. 이에 수위는 조절하되 중간중간 임팩트가 남는 강렬한 액션 신들에 집중했다. 그러며 갈수록 행동과 생각까지 장세출이 되어갔다. "원래 저는 생각이 많다. 장세출이 왜 이 장면에 나타나서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고민하거나, 이런 순간에서 장세출이라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제가 문득 제 자신을 보게 되더라"며 "장세출이라면 이런 고민을 안 했을 거다. 그때 제가 잘못 가고 있다고 깨달았다"는 그다. 장세출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주변에서 말려도 자신의 결정대로 직진하는 캐릭터다. 고민 많고 생각 많은 김래원을 버리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장세출이 되려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그렇게 좋고 편하더란다.

사진=영화 롱리브더킹 목포영웅 스틸


기본적인 틀을 제대로 구축한 뒤, 그 이후부터는 배우들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감독 특유의 작업 방식은 김래원에겐 즐겁고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연출은 아버지고, 배우는 어머니다'라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의 몫은 거기까지라 생각하신 것 같고 그 이후엔 제가 뭘 해도 받아들여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설 것 같으면 은근히 몰고 가더라고. 이를테면 세출의 진심이 시민들을 움직이는 대망의 선거 연설 신이다. 김래원은 대본으로 볼 땐 해당 신에 큰 감흥이 없었단다. 강윤성 감독은 "난 이 신이 그렇게 슬프다. 이 신만 보면 울컥울컥 한다"고 말하며 김래원이 스스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세출에 녹아든 김래원은 결국 해당 신을 찍으며 저도 모르게 울컥해 진짜 마음에서 나는 소리를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대사도 외우지 않고 중요 키워드만 인식한 뒤 즉석에서 자연스레 연설을 했다니, 그가 얼마나 장세출에 몰입했는지를 알겠다.

이에 김래원은 "감독님이 하도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셔서 두어 번 겪고 난 뒤엔 대사를 안 외웠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래서 제가 가진 모습과 리액션들, 저만의 표현 방식이 캐릭터와 많이 섞이게 되더라"고 밝혔다. 감독은 그때그때 현장의 분위기와 순간에서 나오는 액션들을 원했고, 처음엔 이 방식이 낯설고 조절이 안 되더란 김래원이다. 하지만 점차 강윤성 감독이라는 장르 안에서 스스로 자유로움을 발견했단다. 감독은 나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넌 날 수 있어'를 말해주는 사람이었다는 김래원의 비유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철거 반대를 외치는 시장 상인들에 "투쟁을 하고 지랄이여"라고 외치는 말도 현장 애드리브였고, 각목을 들고 있는 보조 출연자가 보이길래 이를 빼앗으며 "짝대기 들지 말라니까"라고 이야기한 것도 전부 그 순간에 몰입했더니 즉흥적으로 나온 신들이다. 김래원은 여기서 재미를 느꼈다. 세세한 설정들을 배우와 스태프, 감독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도 그에겐 낯설고 즐거웠다. 그는 "감독님이 강요하는 건 전혀 없었다. 제가 의도를 비껴가면 '이럴 것 같지 않아?'라고 잡아주셨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며 배우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셨다. 저는 그 환경에 따라갔고 배우들이 스스로 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 방식에 익숙해지니 감독님과 함께할 시간이 너무 짧게 남았더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도 꼭 같이 하고 싶다며 강윤성 감독에 말했고, 아직도 그의 작품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제 얘기를 늘어놓기보다 '감독 바라기'의 모습으로 강윤성 감독 예찬론에 빠져 있는 그에게서 순수한 설렘과 동경의 빛이 드러나는 건 당연했다. 특히 "배우가 현장에서 이토록 자유롭게 틀에 갇히지 않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현장은 없을 거다. 그래서 이 방식에 더 익숙해지고 싶고 훈련을 하고 싶다. 그러면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틀을 벗어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단 개인적인 욕심"이라며 "제가 원하는 연기를, 제가 원하는 작업 스타일로 할 수 있었고 모든 게 잘 맞았다. 정말 즐거운 연기를 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김래원이다.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거쳐왔음에도 이처럼 새롭게 배우며 자신을 변화하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단언컨대, '해바라기' 속 애틋하고 가엾던 김래원의 인생 캐릭터 태식을 뛰어넘는 '순정파 조폭 영웅' 장세출의 탄생을 알렸다.

김래원 인터뷰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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