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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대기만성형 배우의 좋은 예 [인터뷰]
작성 : 2019년 06월 03일(월) 09:15

닥터프리즈너 김병철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배우 김병철(45)은 요즘 어안이 벙벙하다.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공행진의 희열을 만끽하기 전 제동을 걸고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연기하는 게 왜 좋았더라'하고. 되새겼으니 멀리 갈 차례다.

김병철은 불과 몇 년 사이 급상승세를 탄 배우다. 영화 '황산벌'(2003), '알포인트'(2004) 등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줄곧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던 그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에서 송중기를 괴롭히는 장교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당시 개성 있는 톤과 표정, 자연스러운 연기로 14년 만에 '우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김 작가의 부름을 재차 받아 '도깨비'(2017) 속 악인 박중헌 역으로 '파국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스터 션샤인'(2018)으로 김 작가와 또다시 인연이 닿아 '김은숙 사단' 반열에 올랐다. 이후 'SKY 캐슬'(2019)로 흥행작 연속 출연에 성공했다.

이윽고 김병철은 18년의 설움을 씻고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연출 황인혁)로 첫 주연까지 맡았다.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닥터 프리즈너'는 방송 내내 동시간대 1위를 놓친 적이 없으며, 마지막 회 1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병철은 "어안이 벙벙하다. 높은 시청률과 관심,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기운이 아주 좋다. 내 실력으로 이뤄낸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 스태프 시청자가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닥터 프리즈너' 선민식은 3대째 의사 가문으로 태어나 형제는 물론 사촌들까지 모두 대학병원 교수 자리에 오르는 상황에서 홀로 낙오된 인물. 선민식은 대학병원 대신, 교도소로 향했다. 그곳의 의료과장이 돼 왕으로 군림한 것. 그곳에 갇힌 권력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줄 수 있는 형집행정지와 구속집행정지라는 법을 악용해 사건을 발생시켰다. 주인공 나이제(남궁민)와 대적하는 악인으로 묘사된 것이다.

이에 김병철은 선민식의 유연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전작 'SKY캐슬' 속 차민혁 역할과 어두운 분위기가 맞물릴까 걱정됐다. 그래서 '닥터 프리즈너' 선민식을 조금 더 유심히 살폈다"며 "선민식은 꼿꼿한 악역이 아니다. 필요에 의해 멸시하고 무시하던 이들과도 손을 잡는다. 유연성 있는 악역이라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사를 훑어봐도 경쟁 사회 속에서 밀려나 포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잔머리가 있는 인물이다. '유연하다'는 점을 되뇌니, 자연스럽게 종국에 라이벌 나이제와 손을 잡는 포인트도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첫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김병철은 "내가 미처 몰랐던 세상이더라. 주연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전에는 내 것만 잘하면 됐다. 이번에는 분량도 배로 늘어나고, 사건의 중심에 있다 보니 전체를 둘러봐야 했다. 작품 제작 환경도 고려하고,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최대한 소통하고, 다른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고 전했다.

덕분에 김병철은 '닥터 프리즈너'를 또 하나 배우고 익힌 과정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뭐 하나 마칠 때마다 꼭 배울 점이 있다. 그래서 매번 새롭고 할수록 재밌는 것 같다"며 "주연 배우로 거듭난다는 기쁨보다는 이를 통해 뭐를 배웠나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처럼 뒤늦게 황금기를 맞은 배우를 대기만성형이라 일컫는다. 갑작스러운 행운보다는 스스로 개척한 성과에 가깝다. 대중의 눈에 띈 것이 최근인 것이지, 김병철은 물밑에서부터 차근히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말해도 모를 작품들 속 소소한 역할을 맡아 쉬지 않고 연기해왔다. 최근 들어 알아봐 주신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상승세는 짜릿한 동시에 매섭기 마련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훌쩍 오른 이들은 균형을 잃고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김병철은 미리 알고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는 "듣고 본 경험들이 숱하게 많다. 나 또한 그게 어떤 마음과 생각 탓에 휘청이는 줄 알기에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한순간 기운 빠져 지쳐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때마다 예전의 나를 떠올려 곱씹는다. 연기가 좋은 이유를 되새기는 것"이라며 "연기는 항상 재밌었다. 다른 이의 삶을 흉내 내는 경험, 짜릿하고 배울 점 천지다. 심지어 악인 선민식에게서도 능동적인 유연성에 감탄하지 않았나. 연기가, 역할이 주는 울림은 크다"고 전했다.

꿈이라는 허상을 쫓아 계속 연기를 해 온 이유도 되뇌었다. 김병철은 "무명의 설움을 묻는 이들이 있다. 그만두고 싶었던 기억은 없는지도 묻더라"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서럽지 않았다. 재밌는 일거리가 꾸준히 있었고, 경중을 따지지 않고서 잘 해낼 각오만 다지며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긍정했다.

장르, 역할, 영화, 드라마 등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이 가장 괴롭다는 김병철. 그는 "막론하고 모두 해보고 싶다. 사랑도 그냥 사랑 아니고, 역할마다의 사연이 다른 사랑일 것이다. 악역도 맹목적인 악인이 있는 반면, 이유가 분명한 이들도 있다. 장르마다 배울 점과 자양분은 충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대한 다양하게 많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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