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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진화, 예측불가하고 소름끼치도록 경이롭다 [종합]
작성 : 2019년 05월 28일(화) 17:24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봉준호 감독은 지독한 현 시대의 자화상을 예측불가하고 소름끼치도록 경이로운 스토리에 담아냈다. 이미 칸이 입증했듯, 영화 '기생충'은 더욱 진화된 봉준호 감독의 역량을 확인케하는 마스터피스임엔 틀림없다.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언론시사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진 작품이다. '기생충'은 전혀 다른 두 가족의 삶이 하나로 모여들 때 비로소 드러나는 비밀과 충격적인 사건들을 담고 있다.

언제나 자신만의 화두와 스타일로 신선한 소재를 흥미롭게 다뤄 평단과 관객의 지지와 사랑을 두루 받았던 봉준호 감독이지만 늘 현실과 사회에 대한 풍자와 날선 비판이란 기조를 잃지 않는다. '기생충' 또한 마찬가지다. 독창적인 가족 희비극을 통해 소름끼치는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삶의 궤도가 전혀 다른 두 가족이 우연히 한 곳에 모여들지만 결국 절대 공생을 꿈꾸지 못하는 모습은 고착화된 계급 사회의 절망과 공포를 엿보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로 담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저는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다. 저는 솔직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잘되길 바라지만 녹록지가 않다. 여기서 오는 슬픔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마음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강에 괴물이 있었듯, '기생충' 출발점도 가난한 4인 가족, 부유한 4인 가족의 기구한 이야기를 담으면 어떨까 싶었다"며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가족이잖나. 모든 사람이 가족이 있고 가정이 있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구상한 건 2014년, '설국열차' 촬영 당시였다. '설국열차' 또한 사회의 계층 구조를 담고있는 SF적 영화지만 이를 좀 더 현실적으로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봉준호 감독은 이같은 메시지를 더욱 진화된 역량과 특유의 유머&디테일을 더해 담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이처럼 계층 고착 사회를 담아낸 영화에 대해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부자와 가난한 자, 계층 문제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대해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본다. 이를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이것이 영화의 제목처럼 기생이 되느냐 아니면 공생이고 상생이 되는지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중요한 키워드는 '냄새'였다. 봉준호 감독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것까지 카메라가 파고들기에 냄새라는 무례한 이야기까지 다 하는 영화였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를 맡을 일이 별로 없다. 동선이 다르다. 일하는 곳, 가는 식당 등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직종들, 근무 상황들이 어떻게 보면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가까이서 냄새를 맡는 유일한 상황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그 연속으로 이뤄진다. 뭔가 이 영화에서 쓰여지지 않으면 이상할 법한 하나의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가 냄새가 아니었을까"라고 귀띔했다.

상징을 피하려고도 애썼단 봉준호 감독이다. 그는 "상징의 기호들을 촘촘히 숨겨두려는 느낌보단 우리 일상적인 주변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걸 담으려 했다. 분석적이고 상징적이기보다 실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옥자'와는 달리 오랜만에 한국어로만 된 영화를 찍게 돼 기뻤다며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현장에서 그때그때 새로운 단어를 넣어서 토스를 하면 배우들이 강스파이크를 때렸다. 그런 '주거니받거니'가 재밌었다. 영어로 할 땐 제가 좀 힘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생충'이 담은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적나라하지만, 이를 묘사하는 스토리의 방식은 예측불가하며 참신하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어떻게 해야 현실감 있게, 리얼리티하게, 설득력있게 관객에 전달할 것인가 하는 걸 많이 고민했다. 참신한 영화의 진행이 그런 두려움들을 많이 상쇄시켰다"고 했다.

또한 "영화적 재미도 흠뻑 느끼며, 우리 자신도 돌아보고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 되는 영화가 되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언제나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 '기생충'은 5월 30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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